2년 전부터 별거를 했어요.
저는 아이를 데리고 시집을 나와 둘이 생활했어요.
별거 당시 제 직장과 아이 학교 등을 고려해서 시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지냈어요.
그러다 이번에 완전히 서류를 정리를 하고 이 집 계약도 만기되어 새로운 집을 찾고 있었어요.
지금 사는 곳은 지하철, 버스 등은 좋은데 집이 너무 허름해서 춥고 (요즘 실내온도 10도) 동네가 지저분하고 뭣보다 산동네라 다니기가 힘들어요. 물론 제가 가진 돈도 적고요. ^^;;
저는 지하철역에서 좀 많이 걷더라도 마을버스 타지 않고 좀 평지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친구가 자신의 동네로 올 것을 강력 초강력 추천했어요.
제가 가진 돈으로 지금보다 훨씬 환경 좋은 곳을 구할 수 있다고 했고요.
단, 친구 동네는 제 직장에서 차로가면 20분이지만 대중교통이 나빠 지하철과 버스를 총 3번 타야해서 1시간은 꼬박 걸리는 위치예요. 아이가 내년 대학엘 들어가는데 스쿨버스 타는 곳까지도 40-50분 걸리고요.
친구 부부는 일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일을 평생 안 해봐서 이 부분을 잘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이혼하는 친구 부담스럽다고 안하고 가까이로 불러주는게 고마워서 그 동네 집을 둘러보러 갔었어요.
그런데 막상 다녀보니 제가 가진 돈에서는 버스정류장 근처는 고사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높은 지역만 가능하더라고요. 게다가 중간에 친구가 일이 있어 먼저 간 후 마지막으로 본 집은 어느 비탈 골목을 차로 한참 올라가서 산 밑에 200평은 될 듯한 큰 집엘 갔는데 주변에 가로등도 별로 없어 근처가 어두운데다 집 전체 아무도 안 살고 완전히 비어 있는 곳을 데리고 가더라고요.ㅠㅠ
그날 하루만 대여섯 집을 봤는데 보면 볼수록 제 예산에서는 마을버스 코스 말고는 어림도 없단 결론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염두에 두었던 제 사무실에서 가까운 서울 인접 경기지역으로 집을 구하게 되었어요.
지하철역에서 10분 정도 걷는 평지이고 집은 낡았지만 아늑하고 사무실과도 스쿨버스 타는 곳과도 30분 거리고요.
그런데 친구가 섭섭한가봐요.
그날부터 먼저 연락도 않고 카톡 보내도 한참 후 간단한 답만 오고...
친구가 제가 곁으로 간다니 엄청 좋아하긴 했어요.
30년 지기가 이웃으로 온다니 약간 흥분되어 보이기도 했어요.
산책도 다니고 가끔 술도 한 잔하고 마트도 다니고 반찬도 나눠먹자고...
그런데 제가 배신(?)을 했으니... ㅎㅎ
근데 저도 힘들거든요... ㅠㅠ
이혼에 이사에 전세대출에 아이 입학에...
이런거 저런거 혼자 다 알아보고 결정해야하고
이 와중에 남편은 실직했다고 아이 대학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못 줄 듯하고요.
갖은 생각이 들끓어서 불면증도 왔고 일주일에 3-4일은 혼자서라도 술을 마셔요.
근데 제가 표를 잘 안내요. 앓는 소리도 안하고 독하고 강하게 보여요.
인상도 차갑고 말투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나름(?) 똑부러지게 보여요.
그래서 제가 차갑고 강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고 아무런 상처도 없이 하나도 힘들지 않아 보이나봐요.
저... 아닌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