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사촌 남동생이었어요,
저희가 외국에 근무하다가 며칠 휴가내서 시댁에 갔는데,
시댁어른이 돌잔치 가신다길레 정말 얼떨결에 따라 갔어요. 시동생네랑.
저희는 사업 망하고 월급쟁이로 막 들어간 처지라 빚도 있었는데,
남편과 저 둘이 참석했는데 봉투에 100만원을 넣는 거에요. ( 10 년 전이니까 꽤 큰돈이죠. )
속으로 아, 이 인간이 ? 하고 뾰로통해 있는데......
게다가 얼결에 오느라고 옷도 진짜 돌잔치에 맞지 않게 우리부부만 허름하게 입고 와서 짜증나고.
영어 크게 씌여진 오래된 티셔츠 입고 갔어요.
초라한 행색, 어색한 표정으로 사촌 올케에게 봉투를 내미는데,
그날 손님이 진짜 많아서 인사하느라 바빴는데
사촌 올케는 손을 잡으면서 너무 반가워하는 거예요, 봉투에 화들짝 놀라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거에요.
( 마치 이 새댁이 여기 얼마들었는지 아나 ? 싶을 정도로,ㅋㅋ
저희는 결혼식때 한 번 만나고 처음이었어요. 친분 거의 없음. )
근데 이상한 게 남편의 허세땜에 폭풍 짜증났던 게, 반가워하는 멘트 하나에 스르르르 녹는 거예요.
제가 과장된 싹싹함 싫어하는데도, 진심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쪽 남편은 잘나가는 직업이고 올케는 좀 학력이 짧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이 다른 사람 기분좋게 해 주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구나.
설명이 잘 안되는데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