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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로 이동중인 항공기를 회항시키면서까지 승무원을 내리게 된 대한항공 회장 딸 조현아 부사장(40)의 '황제적 횡포'가 알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이 이번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던 '관광진흥법안'에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경복궁옆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숙소부지에 대한항공이 추진중인 '7성급 호텔' 추진 주체가 다름아닌 조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문제의 송현동 부지를 인수한 뒤 두바이와 같은 세계 최고급 7성급 관광호텔을 짓겠다며 집요하게 로비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 부지 바로 옆에는 3곳의 학교(풍문여고, 덕성여중·여고)가 밀집해 있어 현행법상 불가능하며 실제로 서울중부교육청은 대한항공의 요청을 거부했다. 대한항공은 이후 제기한 행정심판에서도 패소했다. 그러자 대한항공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 호텔 건립을 관철하려 했고 그 산물이 다름아닌 '관광진흥법 개정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대한항공 손을 들어줬다.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학교 인근에 들어서길 바라는 호텔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해 11월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관광진흥법안이 통과되면 약 2조원 규모의 투자와 4만 7천여개의 고용이 창출된다"며 꼭 통과시켜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통과에 실패하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올해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 최측근인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일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30대 중점법안은 아직 1건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30대 법안중 하나인 관광진흥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함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남은 국회일정 동안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기본법, 부동산 3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통과에 집중력을 발휘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박 대통령과 최측근들의 집중 지원 사격에 '7성급 호텔' 추진을 주도해온 조현아 부시장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조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호텔이라고 와전된 바 있지만 한진그룹에선 복합문화단지를 만들겠다고 계속 얘기해왔다"며 "그 목적이나 목표는 변함이 없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조 부사장의 이번 전횡이 알려지면서 범국민적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7성급 호텔'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특히 조 부사장은 앞서도 '하와이 원정 출산' 논란에다가 이번 파동 전에도 직원들 위에 군림하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국민적 반감이 드세다.
SNS에서는 비선 국정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과 조 부사장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들도 쇄도하고 있다. 전우용 역사학자의 경우 8일 트위터를 통해 "대한항공 세습부사장이 자신에 대한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승객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비행기를 후진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했군요. 독재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작은 독재자들이 독재체제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