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5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97
작성일 : 2014-12-05 08:16:36

_:*:_:*:_:*:_:*:_:*:_:*:_:*:_:*:_:*:_:*:_:*:_:*:_:*:_:*:_:*:_:*:_:*:_:*:_:*:_:*:_:*:_:*:_:*:_

자동차에 오르자 곧 내 숨통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푹신한 의자와 안전벨트의 포옹 속에서
부디 즐거울 수 있기를 내 여행에 시동을 걸며 나직이 중얼거리면
벌써 나는 행복해진다
창 밖으론 흥겹게 눈이 내리고 있고
사람들 또르르 미끄러져 백미러 뒤로 사라지는
거리는 돌아가는 한 편의 무성영화처럼 추억을 상영한다

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너무 어렸거나 너무 몰랐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피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그중에는 눈처럼 맑은 음으로 나를 허물고 지나간
내 인생의 곧은 발자취가 되어준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듣는 흘러간 노래의 리듬처럼 익숙하지만 더러는 잊혀진
그러나 삶의 창가에 문득문득 하얗고 깨끗한 성에처럼 어리는
그들을 통해서 나는 부드러운 커브의 곡선처럼 완만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제 나는 급제동을 걸지 않고도 그 옛날의 자리에 멈추어 서서
지금의 내 속도를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삶의 이유를 안다

길은 금방 미끄러워져 세상은 느린 춤곡으로 움직이고 있고
쌓인 눈 속에서 투명한 얼음의 눈이 내다보고 있을 세상엔
길 위에서 만나는 얼굴 익은 사람들 깔깔깔 엉덩방아 찧는 사람들의
풍경들이 한 화면에 슬로로 천천히 지나가고 약속이나 한 듯
길 위의 발자국들이 어깨동무로 하나 둘씩 일어나
눈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을
저렇게 이웃처럼 살다가 가야 할 곳 거리에서
힐끗 돌아본 그들 속에 내가 환하게 웃으며 서 있다
아예 핸드브레이크를 당겨놓고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나는 노래한다
그리고 오늘도 무사히 인생에 도달할 수 있기를


                 - 최금진, ≪길에서 길까지≫ -

* 강원일보 1997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5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04/man1205.jpg

2014년 12월 5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04/jang1205_2.jpg

2014년 12월 5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7623.html

 

 

맞아. 십상시"도" 문제인 거지.

 

 

 
―――――――――――――――――――――――――――――――――――――――――――――――――――――――――――――――――――――――――――――――――――――

”그리움만으로 동동 발구르기보다
기다림을 만남으로 바꾸어
그대의 품 속에 파고들어
사랑만 했으면 좋겠다.”

              - 용혜원 "가슴 앓아도 가슴 앓아도" 中 -

―――――――――――――――――――――――――――――――――――――――――――――――――――――――――――――――――――――――――――――――――――――

지나가다 본 김에... 제가 용혜원 시인을 좋아해서요...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bc
    '14.12.5 9:50 AM (58.233.xxx.87)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5002 내몽고 여행갔었는데 3 ㅋㅋ 2015/10/26 2,456
495001 남편이 사용하는 지출 안내 문자를 신청해달라고 했는데... 22 wife 2015/10/26 3,254
495000 어버이연합 ˝TF가 쿠데타라도 모의했나?˝ 4 세우실 2015/10/26 1,387
494999 저희집 냥이가 기분 좋은가봐요 6 집사 2015/10/26 2,352
494998 출산 날짜 택일하려는데 고민이요~ 질문 2015/10/26 1,018
494997 소셜에서 파는 맛사지나 헤어 쿠폰 어떤가요? 6 ? 2015/10/26 1,276
494996 지난번 남편 외도로 이혼한단 글 썼어요 49 용기 2015/10/26 20,506
494995 블로그 좀 찾아주세요 1 비와외로움 2015/10/26 1,338
494994 집 내놨는데 향기 좋게 하고싶어요...그런거 안써봐서 추천좀 부.. 17 집팔았으면 2015/10/26 5,362
494993 엑셀 오름차순 정렬하려는데요...(급) 7 엑셀... 2015/10/26 2,477
494992 요즘 귤 맛있나요? 4 2015/10/26 1,707
494991 남자의 '후천적 DNA'가 2세에 미치는 영향 샬랄라 2015/10/26 1,443
494990 온수매트추천부탁드려요. 8 온수매트 2015/10/26 2,516
494989 언니가 이혼할거같은데요 12 ㅇㅇ 2015/10/26 8,086
494988 정미홍에게 극우라고 글 올린 파워블로그 2천만원 배상판결 8 2심 2015/10/26 2,084
494987 빨리걷기가 운동이 아니라는 사람들 49 2015/10/26 4,209
494986 카타르 살기 어떤가요? 4 주재원 2015/10/26 3,322
494985 아침에 아들 면바지 없어 추리닝 입고 갔는데 123 2015/10/26 808
494984 장도리 백투더 퓨처.jpg/강추요 ! 3 천재네요. .. 2015/10/26 1,063
494983 수분크림 뭐 쓰시는지 좀 알려주세요. 31 화장품 2015/10/26 7,782
494982 예비고1 대치동 국어 학원(강의)추천 꼭 좀 부탁드려요. 11 예비고1맘 2015/10/26 8,527
494981 작은체구에 말랐는데 정말 큰 가슴 봤어요 1 2015/10/26 2,548
494980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 교학사 출제 한국 근현대사 문제 6 길벗1 2015/10/26 1,484
494979 연세대 립장 대자보 쓴 학생이 신분 공개함 7 ㅇㅇ 2015/10/26 2,619
494978 與, 정부에 '野 교과서TF 감금' 법적조치 공식 요구 4 세우실 2015/10/26 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