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늘지고 척박한 잿빛의 하늘 아래에
서로 맡은 역할은 다를지라도누구하나 굽실하지 않고
또 누구하나 뻣뻣하지 않는
경비원과 판사가 서로 친구가 되고
대원외고 학생과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서로 손잡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노래가 한사발 술이면 좋겠네
고달픈 이들의 가슴을 축이는 한사발 술이면 좋겠네
우리의 노래가 한그릇 밥이면 좋겠네
지친 이들의 힘을 돋구는 한 그릇 밥이면 좋겠네
어릴 적 잠결에 듣던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처럼
이름 낮은 이들의 삶 속에 오래 오래 살아 숨쉬는
그런 생명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네
우리의 노래가 예쁜 칼이면 좋겠네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한 자루 칼이면 좋겠네
우리의 노래가 고운 햇살이면 좋겠네
이른 아침 잠을 깨우는 한 웅큼 햇살이면 좋겠네
밟혀도 밟혀도 되살아나는 길섶의 민들레꽃처럼
응달진 이땅의 진흙밭에 조그만 씨앗하나 남기는
그런 생명의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