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스 그 거지같은 놈 -_-; 때문에 다른 터키인들이 도매급으로 욕 먹는 거 같아서 마음이 쓰여요...
아니 내 나라도 아닌데 무슨 걱정인가, 나도 참... 싶기도 하지만...
남편이랑 결혼 초에 2주 정도 터키 자유여행 갔거든요. 배낭 둘러매고 진짜 발로 뛰는 리얼 자유여행. ㅋㅋ
근데 정말 정말 좋은 터키 사람들 많이 만나서 전 나중에 살고 싶은 나라 중에 하나가 터키예요 ㅠㅠㅠㅠ
유명 관광지에선 당연히 뻔뻔 유들유들 + 사기치려는 사람들 들러붙긴 하는데 그거야 우리 나라 포함해서 세계 각지 어딜 가두 그런 거고... (특히 다른 곳은 좀 덜한데 이스탄불은 정말 사기꾼들 천국... -_-;)
저희는 안 유명한 소도시, 마을도 많이 가서 그런가..
털레털레 사전정보 대충 모으고(회사 안 바쁠 때 골라서 급박하게 간 거라) 가서 그런가 어리버리한 상황도 꽤 있었거든요...
교통편 잘못 파악해서 엉뚱한 곳에 떨어진 바람에 한밤중에 황량한 공터의 버스정류장에서 망연자실했던 기억...
터미널 가야 하는데 지도 보고는 당췌 찾을 수 없어서 동네를 뱅뱅 돌았던 기억 등등... ㅋㅋ
근데 그 때마다 첨 보는 터키사람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발 벗구..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같은, 이득 안 따지고 남을 돕는 모습...
위에 첫번째 경우에선 결국 찾던 버스가 없어서 엉뚱한 버스를 밤에 타서(길에서 잘 수는 없으니) 영어 안 통하는 기사아저씨한테 터키 여행용단어에 손짓발짓 다 하며 길 잃어서 아무 버스나 탔다 사정 얘기했더니, 아니 이 아저씨가 갓길에 버스를 세우더니 갑자기 친구한테 전화를 거는 거예요... 버스에 승객들도 열명도 넘게 탔구만...
터키어로 친구한테 샬라샬라... 대충 눈치로 보니 얘네 어디 떨궈줘야 안전하냐 블라블라... 승객들은 짜증내긴 커녕 한 마디씩 거들면서 여기가 낫다 저기가 낫다 ㅠㅠㅠㅠㅠㅠ ㅎㅎㅎㅎ
결국 영어 조금 되는 분하고 연결 되어서 도심 호텔 근처에 버스가 저희를 내려주고(원래 루트도 아닌 거 같았음) 유유히 갔어요... 웃으면서 여행 잘해~ 이렇게(말은 안 통하지만 느낌) 쿨하게 말하고는 가버림. 정말.. 종교도 다른데 당신에게 신의 축복을.. 이란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터미널을 못 찾아서 헤맬 때는 결국 지나는 터키 학생한테 물어봤더니 그 애가 넘 자연스럽게 뒤에 오던 모르는 사람(할부지)를 불러요...ㅋㅋㅋ 그러더니 둘이 막 토론함... 보니까 얘네 델다주기 방법 토론하는 듯...
눈치로 보니 할부지가 애한테 "내가 들렀다 가는 게 더 빠르니깐 넌 갈 길 가~ 오케이?" 뭐 이러구 저희한테 따라오라구 손짓.
한~~~~~참을 걸어서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띡 길 알려준 것도 아니고 거기까지 할아버지가 우리 안내해준 것도 감동인데 우리가 감사인사를 해도 안 가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버스 올 때까지 기다려주더라고요. ㅠㅠㅠㅠㅠ 버스 문 열리니까 버스 기사랑 승객들 붙잡고 얘들 어디 가니깐 꼭 알려줘!! 알려줘야해!! 샬라샬라 신신당부하고 가심.
거의 만원 버스였는데 목적지 가까워오니 수십명이 저희한테 손짓 눈짓하면서 얼른 내리라구 목적지명을 외치고... 와... ㅠㅠ 내리는데 다들 웃으며 손 흔들고 안녕~ 잘 가~ 인사를... ㅠㅠㅠ 완전.. 울 뻔 했어요.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 외국인이 뭐 물어보면 도망가거나, 알려주더라두 대충 알려주고 제 갈길 가는 거 많이 봤거든요... 좋은 사람도 많겠지만...
근데 터키 사람들은 아직 뭐랄까.. 저 어릴 때의 공동체 정서를 많이 갖고 있고 마음이 상대를 향해 따뜻하게 열려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았어요. 저 위에 적지 않은 것들도 많고....
물론 터키에도 사기꾼, 나쁜 놈들 많겠죠.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착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에네스 같은 놈 때문에 터키 사람들이 덩달아 욕먹고 손가락질 받는 거 같아 좀 맘이 안 좋아요..
어디나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은 있다는 거.. 그런 객관적인 마음... 우리 82에서는 잊지 말았음 해요. ㅠㅠㅠ
(꼴랑 2주 다녀오고 니가 뭘 아냐 이런 댓글 달릴까봐 소심......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