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셋에 막내로 태어난 남편.
어머님에겐 정말 귀한 존재죠.
연애할때도 가정적인 편이라고는 생각했는데,
결혼하고나서도 그럴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가정이라는게 저랑 개념이 틀리더라구요.
제 가정은 남편과 나 그리고 각자의 가족들
남편의 가정은 남편과 어머니 그리고 새로 들어온 나 그외엔 그냥 뭐 친인척들
남편은 신혼초부터 돈사고 몇억깔았고,
살면서 엄마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잠깐 맡겼던 돈까지 말아 먹고
최근에 개인회생까지 하느라
거의 결혼 내내 저는 빚갚고 생활비 대고 했다고 해도 과언도 아니에요.
애 낳고도 육아휴직 하면서 밤에 과외 뛰었어요.
좀 잘벌땐 그 유세 못봐줬죠.(한 2년정도?)
공인인증서를 주지 않았으니 말이에요.
저 병신같지만 그래도 참 열심히 산건 맞죠?
애들 핑계가 젤 우습지만,
그래도 그냥 저냥 살아요.
근데 제가 저 남자랑 끝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은 이런 돈사고가 아니에요.
이 와중에도 끔찍한 어머니에 대한 남편의 마음..... 그 효라는 마음요.
남편은 자랄때도 어머니에게 말대꾸나 NO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어요.
지금도 그렇죠.
오죽하면 결혼하고 첫명절에 친정부모님이 저 보러 멀리서 저희 신혼집까지 와 계신데도,
시누들 보고 가야 한다고 붙들고 .... 남편은 얌전히 앉아서 장인어른 장모님 초행길에
열쇠도 없이 떨든 말든 관심도 없고,
명절마다 누나들 보고 가라는 시어머니 단 한마디면 망부석 처럼 주저 앉아
꼴짝 꼴짝 술이나 얻어 마시던 남자에요.
어머니가 나이가 드시니
저희를 자주 보고 싶어 하고
전화도 자주 하게 되죠.
그런데 사람 맘이라는게 참 우스운게,
저 맞벌이 하는 동안 저희애 아플때 부랴부랴 오셔서 봐주시긴 하셔도
맡아주신적 없으셔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때도 직장에 아쉬운 소리 해가며 키웠거든요.
근데 애들 다 크고(초등학생들 가고) 제가 전근문제로 합가 이야기를 했더니
화들짝 놀라시며
니들 살림 봐주며 애들 오는 시간에 붙박이처럼 살고 싶지 않다 하셔서,
결국 또 다른 지방으로 갔어요.
본이 수족 못쓸때 아니면 합칠 생각 없다고.
생각하면 당연하죠.
굳이 노년까지 자식들한테 매여서 희생할 이유가 없는거잖아요.
근데 그러심 자신의 외로움도 자신의 몫 아닌가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화에
주말마다 오라가라 하시며
아들인 남편과는 제 저녁 찬거리까지 미주알고주알 다 아셔야 하는 분이세요.
얼마전 이사하는데도,
저는 등기며 잔금치루느라 먼저 간 사이에도
남편은 계속 전화
"응. 엄마 지금 출발해"
"응. 엄마 지금 짐 들어와"
"응 정리하고 있어."
와아......
저게 나이 40넘은 한집안 가장인지.
그러면서 또 가장 대접은 어찌나 받으려고 하는지 .
설거지 밀려서 애들 수저 한번 줬다가 쥐어 터질뻔했네요.
좋아요. 뭐 당연히 효도 하고 살아야죠.
저녁에 집에 가끔~ 아주 가끔 일찍 와서도 엄마랑 통화..... 그리곤 저랑 눈도 안마주치고
운동가요.
저랑 뭐 말할 시간도 없어요.
어제도 그러길래 한마디 했죠
"이게 네가 선택한 인생이라고. 모든게 다 엄마 우선인거.... 그러니 나중에 어떤 결과를 보더라도
갑자기 왜? 라는 하지 말라고"
눈을 위아래로 막 굴리고는 나가더군요.
결혼같은거 하지 말고
그냥 어머니랑 둘이 알콩 달콩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음튼 나이들이 있으니 슬슬 합가 문제도 다들 고민하는 눈치에요(시누들)
저는 남편을 어머님 한테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요.
둘이서 남은 평생이라도 못다한 사랑 꽃피우고 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