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를 낳아서 키우니 이제야 제 존재감이 느껴져요.

^^ 조회수 : 2,873
작성일 : 2014-12-02 21:46:45

부모의 방임 속에서 자랐어요.

제 동생과 저는 안굶어 죽으려고 기를 써야 했고 돈가스라는걸 고등학교때 교회 다니면서 처음 봤고 삼겹살도 마찬가지에요.

초등학교 졸업사진도 다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정글에서 막 기어나온 행색... 전쟁통에 구걸하러 다니는 아이 같았네요.

머리를 몇 년동안 안자르고  옷 작고 헤진거 몇 년 입으면 그렇게 되더라구요.

누구한테도 사랑 받아본 적 없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니 키우는게 쉽지 않더군요.

다른 엄마들이 당연히 하는 육아가 저는 왜이리 힘들었던지요.

누구를 위해 밥을 해야 한다는거..

누구를 위해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해야 한다는게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미치도록 힘들었지만 사랑 못받은걸 내 자식한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키웠어요.

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매일매일 사랑한다 서로 말하고 눈 마주치고 자기 전에 꼭 안아줍니다.

이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게 새삼 놀랍고 행복해요.

나를 정말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나도 사랑 받는 존재구나.

얼마전 제가 열이 나고 아파서 누워있으니 얼른 대야에 물 받아와서 물수건을 만들어 이마에 얹어줬네요.

고사리 손으로 제 이마를 짚고 뜨거운가 보고요.

귤도 깨끗히 씻어서 까주며 제 입에 넣어주는데 눈물이....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합니다.

IP : 114.93.xxx.4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디서 읽었는데
    '14.12.2 9:49 PM (211.207.xxx.203)

    부모가 해주지 않은 사랑을 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래요, 그 악순환을 끊은 사람은 정말 강한 사람이고요.
    저희 친정엄마도 완고하고 차가운 미망인 모친 밑에서 자라셨는데, 참 다정하셨어요.
    아이가 느무느무 이쁘네요 ^^

  • 2.
    '14.12.2 9:56 PM (110.70.xxx.181)

    맞아요 아이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이 관계속에서 참 많이 위로받고 행복해요 님이 앞으로 더 많이 행복하시길 빌고 싶어요

  • 3. 제가 그랬었네요..
    '14.12.2 9:58 PM (58.235.xxx.237)

    사춘기때 결국 엄마에게 버려졌지만..^^
    이제는 다 털어버리고 아이와 함께 하니 마냥 행복합니다.
    더불어 혼자 육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자존감까지 올라가더라구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아이들에겐 행복했던 과거를 꼭 만들어줍시다^^

  • 4. 원글
    '14.12.2 10:05 PM (114.93.xxx.41)

    위로와 격려로 울고 있었는데요.

    윗님께선 엄마한테 버려졌다뇨....
    그 이후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사셨나요.
    그래도 지금 아이와 행복하시다니 다행이에요.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래요.
    님은 정말 강하고 훌륭한 분이세요.

  • 5. ...
    '14.12.2 10:08 PM (211.245.xxx.215)

    아이고 너무 이뻐요. 배우지 않아도 본능대로 하시네요.
    부모 아래서 자라도 고아처럼 자란 사람도 많아요.
    잘하고 계세요. 아이가 분명히 사랑느끼면서 살꺼에요.

  • 6. 원글님도
    '14.12.2 10:17 PM (58.235.xxx.237)

    강하고 훌륭한 분이세요.
    과거의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를 떨쳐내고 자식을 키우기가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거 압니다.
    그래서.. 그 어떤 엄마보다 더 훌륭하십니다!!
    진심으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7. 평화
    '14.12.2 10:25 PM (211.215.xxx.103) - 삭제된댓글

    첫댓글님처럼 저도 책에서 읽은 기억이나네요 악순환을 끊으셨어요^^
    내적불행을 치유하고 진정한 행복을 느끼시는 원글님의 가정에 진심으로 행복과 평화를 빕니다
    글 읽으면서 저도 행복해졌어요
    저도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 8. ㅡㅡㅡㅡ
    '14.12.2 10:34 PM (118.220.xxx.117)

    얼마나 힘드셨을까...어린 원글님과 동생분 토닥토닥해주고싶어요
    지금의 행복을 이루어내신 원글님 정말 훌륭해요!!!
    가족과 함께 늘 행복하세요!!

  • 9.
    '14.12.2 10:41 PM (223.32.xxx.108)

    원글님 촉복합니다.
    원글님은 크게 승리하고 계신거에요.
    더욱 큰 사랑으로 이 세상을 채워나기길 빕니다

  • 10. 아직
    '14.12.2 10:51 PM (114.93.xxx.41)

    엄마를 용서하고 잊어야 하는 숙제가 있지만 머지않아 해결 될거라 생각해요.
    누가 밥만 사주면 눈이 돌아가서 간쓸개 다 빼주던 짓도 이젠 제법 이성적으로 컨트롤 하게 되었구요.
    사랑이 힘이 참 위대하고 크다는걸 배우고 있습니다.

  • 11. 행복
    '14.12.3 9:22 PM (183.98.xxx.115)

    82에서 간만에 기분좋은 글, 댓글들 봐서 기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8147 결혼 액자 등 어떻게 버리세요 액자 2015/06/25 1,970
458146 40대 중반 캐쥬얼 어느 브랜드 이용하세요? 6 주니 2015/06/25 2,642
458145 최근 유용한 정보사이트 링크 글을 올리신 분께 부탁 2015/06/25 485
458144 아기 돌..아기위주로 즐겁게 보내신분 계신가요?? 7 .. 2015/06/25 895
458143 朴대통령 "당선후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quo.. 8 참맛 2015/06/25 1,487
458142 한국전쟁때 미국이 한반도에 세균탄 투하 했다..니덤보고서 공개 1 세균전 2015/06/25 1,149
458141 초딩들 통일교육을 자유총연맹에서 하네요 6 한국자유총연.. 2015/06/25 627
458140 새언니 입장에서 남편에게 늘카톡하는 아가씨 어떠세요 21 그럼 2015/06/25 4,754
458139 이 번 여름휴가 국내로 어디 가시나요? 1 메르스걱정 2015/06/25 639
458138 8살 남자아이.데리고 도쿄 주재원 가는건 어떨라나요 ㅜㅜ 10 o익명 2015/06/25 3,439
458137 서현역 모임장소 ㅎㅎ 2015/06/25 801
458136 텝스 인강, 여쭤요~ please~ 2 쥐닭싫어!!.. 2015/06/25 748
458135 신경숙 인터뷰 읽으니 화가 나네요 10 새삼 2015/06/25 2,982
458134 루즈핏이 절대 안어울리는 분 계신가요? 14 패션아일랜드.. 2015/06/25 5,382
458133 개콘 민상토론-메르스 풍자 6 82러브러브.. 2015/06/25 1,350
458132 비보험으로 정신과 약 처방받으면 비밀유지되나요? 2 .. 2015/06/25 2,039
458131 풍문 김비서 조선일보 칼럼..혹시 그녀? 3 아하 2015/06/25 1,991
458130 중1 아이가 2012년도 참고서 봐도 되는 걸까요? 2 수학참고서 2015/06/25 666
458129 립타투, 립틴트팩 쓰시는 분 계신가요? 4 .... 2015/06/25 854
458128 아들 편하라고 집사준거 아니냐는 며느님들은 34 ㅂㅈㄷ 2015/06/25 5,070
458127 회계법인 1 2015/06/25 810
458126 저 밑에 목아픈데 병원 가실까 말까 하신분.. 혼자 알아서.. 2015/06/25 677
458125 시누이 입장에서 올케 어렵지 않나요..?? 11 ,, 2015/06/25 3,254
458124 빈혈에 선지국이 철분제 만큼 효과 있을까요?? 6 .... 2015/06/25 12,354
458123 서구권에서는 가사나 육아분담 비율 높나요? 13 ... 2015/06/25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