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비서실 통해 국정 개입 vs 박, 민정실 통해 견제
박, 민정수석실로 견제
‘문건 작성’ 당사자들 사퇴·좌천 당하자
박쪽, 문건 언론에 유출한듯 문건내용 진실 여부도 관심
등장인물 ‘정확도 0%’ 주장에도
모임장소 등 상당히 구체적 박지만-정윤회 갈등 구도에서 별도로 주목되는 인물은 ‘태풍의 눈’처럼 자리한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김 실장은 보고서의 주요 인사로 등장하지만 이번 보고서 작성, 유출, 언론보도 등을 전후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외형적으론 박지만-정윤회 갈등 구도에서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김 실장은 박 회장이나 정윤회씨, 또는 청와대 3인방 어느 쪽과도 특별히 가깝게 지내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회장과 정윤회씨 사이의 갈등을 누구보다 자세히 파악해 보고받고, 이에 따라 대통령의 의중을 집행한 이도 김 실장이라는 것이다.■ 동향보고 문건 내용은 진실일까?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안팎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동향보고에 적시된 내용 중엔 부정확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 내부 인사는 “정윤회씨가 이런저런 개입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문건에 나온 디테일(세부 내용) 중에는 제대로 맞는 게 없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동향보고에 언급된 이른바 ‘십상시’(문고리 권력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및 여권 참모들) 중 한 명도 “3인방이 청와대 외부 장소에서 한꺼번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30일치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문건 정확도는 0%”라며 “정씨는 (청와대 들어온 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그러나 이번 동향보고에 등장한 이른바 ‘십상시’ 인물들 가운데 일부가 정윤회씨와 정기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씨가 김기춘 실장 사퇴설을 이른바 ‘찌라시’(정보지)에 유포하라고 지시했는데, 올해 들어 실제 비슷한 내용들이 ‘찌라시’에 잇따라 등장했다는 점, 청와대 비서관들과 모임을 했다는 청담동 중식당에 실제로 정씨가 자주 들렀다는 점 등 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정씨의 실제 동선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등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