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48
작성일 : 2014-12-01 08:02:20

_:*:_:*:_:*:_:*:_:*:_:*:_:*:_:*:_:*:_:*:_:*:_:*:_:*:_:*:_:*:_:*:_:*:_:*:_:*:_:*:_:*:_:*:_:*:_

1.
주연이 없었다 우리집에는
하릴없이 바쁜 아버지 운명 가끔 빨래처럼 펄럭였다
빈 수숫대 몸 비비며 자진모리로 쓰러지는 바람에
삼류극장 영화처럼 썰렁한 안방에 모여 쿨럭쿨럭
희망의 아랫목에 발목을 묻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우리는 추억의 푸른곰팡이로 주린 배를 채우고
새벽 휘파람 소리에 골목길 빠져나가던
돌아오지 않은 어머니 오래도록 기다렸다

2.
만화경 같은 세상 문득 멀미를 하고
어지러워, 회전목마는 타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없는 것이 많아서 더욱 부끄러운 스무 살
남루를 걸치고 외출한 내 청춘은 귀가하지 않았다
끝내 돌아오지 않을 한 계절의 끝에서
식구들은 저마다 단역배우가 되어 서성거렸고
음정 박자 놓친 늙은 개구리 울음 같은
추억이 우울한 목청으로 우우우 노래 불렀다
아아, 잊고 사는 아름다움이 물결보다 고울까
오래 배고팠던 하루의 피곤함이
덜컹거리는 세월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아슬아슬 지나갔다
바람이 결석한 날은 추위가 때로 악수를 청하고
동상 걸린 손으로 어린 동생이 코스모스 같은 이웃들이
가슴에 지느러미를 달고 항해를 계속하였다

3.
제 몸짓에 어지러운 한 시절
소화불량에 걸린 꿈을 하역하며
빗물에도 얼룩져 흐르던 슬픈 나이를 다독였다
습관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별을 우러르고
추락하지 않기 위해 끼룩끼룩 끝없이 날갯짓하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물새떼 그림자
썰물 사이로 찢길 대로 찢긴 폐선이 보이고
희망의 소금밭을 찾아 집을 떠나 온
돛도 닻도 없는 작은 배들이 불안하였다 -아버지, 나는 당신의 포구에 정박하고 싶습니다


                 - 김민희, ≪가족사진≫ -

* 전북일보 1998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1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1/27/man_1128.jpg

2014년 12월 1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1/27/jang_1128.jpg

2014년 12월 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6850.html

 

 

십상시라는 말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로 다른 걸 모르겠어서?

 

 

 
―――――――――――――――――――――――――――――――――――――――――――――――――――――――――――――――――――――――――――――――――――――

”신기한 말을 하는 것이 귀함이 아니라 실행함이 귀하다.”

              - 이태백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1414 폐렴이 두번째인 두돌아기... 괜찮을까요 5 2014/12/01 4,006
    441413 우와와.... 미용실에서 머리 얼마주고하세요? 16 궁금해서 2014/12/01 6,137
    441412 명동가서 뭐할까요 7 ;;;;;;.. 2014/12/01 1,261
    441411 전 82 쿡 들어와서 여자들의 본성을 안거 같아요. 24 자유 2014/12/01 4,955
    441410 정윤회 육성 들어보셨어요?? 46 정윤회 2014/12/01 9,754
    441409 코 성형수술 10년이상 되신분.. 5 궁금이 2014/12/01 5,254
    441408 치아미백하면 얼마나 유지되나요? 4 치아미백 2014/12/01 2,598
    441407 박마담 국기문란, 일벌백계.닭장문란 멋쟁이 2014/12/01 589
    441406 청소년 토지 12권짜리 술술 읽히나요 7 .. 2014/12/01 1,041
    441405 나물 다듬기용 의자 높이가 어느정도면 좋을까요? 1 구함 2014/12/01 478
    441404 중등영어 서술형 평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나요? 2 예비중 2014/12/01 1,075
    441403 자궁경부 반응성 세포변화가 뭐지요? 9 검진 2014/12/01 19,491
    441402 입이 돌아가게 추웠던 오늘이지만 하하하 3 안추워서 2014/12/01 1,382
    441401 환연, 환자안전법 통과 촉구 청원운동 시작 ☆☆☆ 2014/12/01 477
    441400 미용실 팁 18 곰돌이 2014/12/01 17,669
    441399 '돈 먹는 하마' 청계천 생태복원에 또 억대 예산 3 세우실 2014/12/01 860
    441398 임우재..이부진과 헤어져도 양육권은 안돼 29 호텔신라 2014/12/01 29,808
    441397 바람 차단되는 커텐 추천해주세요 4 커튼 2014/12/01 1,392
    441396 제 친구도 에네스한태 농락당했어요 57 이태원 2014/12/01 52,648
    441395 휴대폰에서 텍스트복사가 됐다면 어느곳에서 찾아야하는지요. 3 핑크러버 2014/12/01 1,383
    441394 개포주공 5단지 학군 2 ... 2014/12/01 3,074
    441393 어머니가 당뇨가 있으신데, 이도 안좋으세요. 1 ^^ 2014/12/01 818
    441392 대입자소서 글자기준 2 자소서 2014/12/01 769
    441391 일본의 성문화와 요바이(쇼킹) 1 에이잇 2014/12/01 12,315
    441390 거시기장터 소금 싸네요. 4 갯벌천일염 2014/12/01 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