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05
작성일 : 2014-12-01 08:02:20

_:*:_:*:_:*:_:*:_:*:_:*:_:*:_:*:_:*:_:*:_:*:_:*:_:*:_:*:_:*:_:*:_:*:_:*:_:*:_:*:_:*:_:*:_:*:_

1.
주연이 없었다 우리집에는
하릴없이 바쁜 아버지 운명 가끔 빨래처럼 펄럭였다
빈 수숫대 몸 비비며 자진모리로 쓰러지는 바람에
삼류극장 영화처럼 썰렁한 안방에 모여 쿨럭쿨럭
희망의 아랫목에 발목을 묻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우리는 추억의 푸른곰팡이로 주린 배를 채우고
새벽 휘파람 소리에 골목길 빠져나가던
돌아오지 않은 어머니 오래도록 기다렸다

2.
만화경 같은 세상 문득 멀미를 하고
어지러워, 회전목마는 타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없는 것이 많아서 더욱 부끄러운 스무 살
남루를 걸치고 외출한 내 청춘은 귀가하지 않았다
끝내 돌아오지 않을 한 계절의 끝에서
식구들은 저마다 단역배우가 되어 서성거렸고
음정 박자 놓친 늙은 개구리 울음 같은
추억이 우울한 목청으로 우우우 노래 불렀다
아아, 잊고 사는 아름다움이 물결보다 고울까
오래 배고팠던 하루의 피곤함이
덜컹거리는 세월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아슬아슬 지나갔다
바람이 결석한 날은 추위가 때로 악수를 청하고
동상 걸린 손으로 어린 동생이 코스모스 같은 이웃들이
가슴에 지느러미를 달고 항해를 계속하였다

3.
제 몸짓에 어지러운 한 시절
소화불량에 걸린 꿈을 하역하며
빗물에도 얼룩져 흐르던 슬픈 나이를 다독였다
습관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별을 우러르고
추락하지 않기 위해 끼룩끼룩 끝없이 날갯짓하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물새떼 그림자
썰물 사이로 찢길 대로 찢긴 폐선이 보이고
희망의 소금밭을 찾아 집을 떠나 온
돛도 닻도 없는 작은 배들이 불안하였다 -아버지, 나는 당신의 포구에 정박하고 싶습니다


                 - 김민희, ≪가족사진≫ -

* 전북일보 1998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1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1/27/man_1128.jpg

2014년 12월 1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1/27/jang_1128.jpg

2014년 12월 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6850.html

 

 

십상시라는 말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로 다른 걸 모르겠어서?

 

 

 
―――――――――――――――――――――――――――――――――――――――――――――――――――――――――――――――――――――――――――――――――――――

”신기한 말을 하는 것이 귀함이 아니라 실행함이 귀하다.”

              - 이태백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1934 어느덧 12월이네요! 새해를 맞아... 야나 2014/12/04 307
    441933 집수리 할때 어떤게 더 나을까요 3 은설화 2014/12/04 1,018
    441932 내가 돈걱정 안하는 이유 66 부자 2014/12/04 21,121
    441931 우체국에서일하시는 아주머님들 2 ㄱㄱ 2014/12/04 2,526
    441930 식빵에 발라먹는 크림(치즈) 6 아침대용 2014/12/04 3,025
    441929 변호사를 산다는 말이요 이게 나쁜말인가요? 10 새날 2014/12/04 1,320
    441928 거위털 이불 냄새 안나나요? 1 거위 2014/12/04 1,489
    441927 신한 탑스 클래스카드질문입니다. 9 신한카드 2014/12/04 1,718
    441926 아이 성장호르몬 주사 정말 효과 있을까요? 19 걱정맘 2014/12/04 5,559
    441925 남자 어른들 신으실만한 패딩부츠 있을까요? 3 부츠 2014/12/04 744
    441924 홍조 1 mistls.. 2014/12/04 602
    441923 뽁뽁이 유리창 붙일 때요 3 뽁뽁이 2014/12/04 1,572
    441922 이 겨울 김근태가 그리운 이유는... 2 한겨레기사 2014/12/04 505
    441921 김장배추가 살짝 덜 절여졌는데요 3 질문 2014/12/04 1,175
    441920 내일제주도여행 점순이 2014/12/04 293
    441919 박근혜에게 귀에 번쩍 뜨일 아이디어 하나 선물한다. 1 꺾은붓 2014/12/04 598
    441918 홈쇼핑 모피 사보신 분들이요. 4 홈쇼핑 2014/12/04 2,882
    441917 말을 차분하게, 온화하게 하고 싶어요 1 hj000 2014/12/04 2,098
    441916 홈쇼핑에서 디자이너 이름 걸고 파는 브랜드요 6 홈쇼핑매니아.. 2014/12/04 2,862
    441915 독일 파쉬핫팩(보온물주머니)커버도 사야 할까요? 13 몸이 찹니다.. 2014/12/04 4,466
    441914 레깅스 어떤색이 활용도 좋아요? 3 임산부 2014/12/04 1,068
    441913 [원전]그린피스 "韓원전, 美·日 안쓰는 부실자재 사용.. 참맛 2014/12/04 344
    441912 겨울에 마시기 좋은 차 알려주세요 16 블루ㅣ 2014/12/04 1,904
    441911 청담동스캔들 예고에서.. 10 ㅇㅌ 2014/12/04 2,500
    441910 바닥에 러그나 까페트....어떤가요? 2 춥네요 2014/12/04 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