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세우는 것보다 조용히 사는 게 낫다고 말해주세요(길어요)

좋은 조회수 : 1,606
작성일 : 2014-11-29 10:26:32
82에 전에 이혼했던 남편과 재결합한 이야기 가끔 올라왔었어요.
재결합해서 사시는 분들이 좀 있으시다는 이야기겠죠?
그런 인생선배님들 조언 좀 부탁드려요....

저는 남편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나 장남기질로써
처음부터 저를 아들 훔쳐간 도둑으로 보는 시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시어머니 편만 들어서 이혼했어요.
남편이 이혼이야기 나올 때부터 매달렸으나 저는 다 떼어내고 이혼했어요.
헤어진 후에도 남편은 우리 친정가족들과 친하게 지냈고
저도 남편의 근처에 살며 아이들이 이혼한 가정 아이들로 알려지지 않게 조심했어요.
남편은 재결합을 수시로 요구했으나 저는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조심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더군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어요.
이혼녀로 소문이 나자 참 살기 어렵더라구요.
원래는 열심히 잘 살았어요. 결혼해서 잃은 자유를 다시 찾은 게 너무나도 좋더라구요.

하지만 우리 아이랑 놀지 않게 해달라는 전화 몇 통과
학교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단점과 함께 '부모가 이혼해서 그런가보다 싶었다'는 말을 듣고는
몇년에 걸친 돌싱생활을 접었어요. 결국 남편이 하자는 대로 재결합을 했습니다.

이혼했을 때는 반응들이 이러했어요.
(1)저를 좋아하고 아껴주시던 분들 - 내가 도울 게 없겠느냐, 안 됐다, 힘내라, 저 놈 나쁜 놈,
(2)절 싫어하던 사람들 - 너 이혼했다며?ㅎㅎㅎ, 잘난 척 하더니 풋, 이혼했대요~소문 왕창 내기,

그나마 (1) 믿고 살았던 거죠.
제가 이혼을 했건말건 특이취급하지 않고 늘 같은 사람으로 대해줘서 고마웠구요.
(2)들을 항상 만나야 하는 게 신경쓰였지만 저도 점차 강해져서
(2)들은 제껴놓고 살 수 있었어요. 별로 신경이 안 쓰였어요, 저만 좋으면 됐죠.

그런데 재결합을 하고 나자 반응들이 이렇게 됐습니다.
(1)절 좋아하고 아껴주시던 분들 중 일부 - 뻘쭘, 어색, 뭐야 이혼이 장난인가,
(2)절 싫어하던 사람들 - a)아직 재결합사실 모르는 사람들 - 불쌍하다, 왜 저러고 사냐, 쯧쯧,

저는 (1)은 괜찮아요. (1) 중에서도 역시 제가 이혼하건 재결합하건 똑같이 대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뻘쭘어색하신 분들도 언젠가는 그냥 저에 대해 잊고 평범한 사람으로 대해주겠지 해요.

그런데 이혼했을 때도 그 험한 눈총들 속에서도 용감하게 애들만 데리고 외식도 척척 하던 제가
(2)가 너무나도 신경쓰이고....너무나도 싫은 거예요. 이 기분이 뭘까요?

실제로 남편이 이혼한 후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 게 사실이예요.
원래도 자기 가정밖에 모르던 착한 남편감이긴 했는데
거기에 시어머니 편들던 걸 싹 고치니 저에게는 바랄 게 없는 애들아빠인 거예요.
게다가 남편없이 몇 년을 그렇게 천대받고 괴물취급받고 살다가
이제 아이들에게 다시 아빠를 돌려주고 다시 예전 동네에서 살면서 제가 이혼을 했는지도 모르는 이웃들과
학부형들, 선생님들, 이제 보통의 가정으로 돌아오니 제가 너무 기뻐요.
더이상 바랄 게 없는 가정이 됐어요.

제가 이걸 어디가서 자랑하고 싶은 사람은 원래는 아녜요.
이혼사실 소문났을 때도 제가 당당히 다닌 것은 '나 이혼하고도 잘 살거덩~'하고 내세우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남편 없이 혼자 애들만 데리고 다니기가 싫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날 마트나 유명음식점 등은 반드시 남편을 끼고 다녀요.
우연히라도 저 이혼했다고 욕하던 사람들을 마주치고 싶어요.

나 이렇게 다시 재결합해서 잘 살고 있거든~~~~~

이렇게 알리고 싶은 것 같아요. 제 자신이 한없이 유치해보여요.
오히려 이혼했을 때 그렇게 용감히 잘 살아서 제 자신이 참 기특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심리가 뭔지 모르겠어요.

(2) 중에 선두를 달리던 저랑 동갑(40초반)인 사람이 최근에 결혼을 했어요.
여기 사회가 좁아서 이래도 부딪히고 저래도 부딪히는데요,
그 사람이 제가 새로 일하게 되는 곳에 지난번에 그냥 쳐들어왔더라구요.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결혼을 해서 얼마나 사랑받는지~~~~ 남편이 얼마나 잘 해주는지~~~
시어머니는 애 낳기만 하면 자기가 다 키워준다고 했다~~~~ 시아버지는 맨날 외식해준다~~~~
엄청난 자랑을 속사포처럼 쏟아붓더라구요.
사람들이 '너 너무 사랑받나보다' '좋겠네~' 이런 식으로 말해주자 아주 깔깔깔 헤헤헤 웃고 난리였어요.
아마 이혼한 저 들으라고 더 그랬겠죠.
쯧쯧 애 둘이나 데리고 이혼하고 혼자 살고, 야~ 나는 의사남편 만나 이렇게 잘 산다~~~~ 이러고 싶었겠죠.

그 순간 저도 확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너가 모르는 모양인데 나 재결합했거든.
우리 남편 직업은 의사보다도 더 안정되고 좋은 직업이거든.
나도 재결합해서 엄청나게 잘 살거든. 행복하거든.

이거 너무 유치한 감정이죠?
제 유치함은 소극적인 방향으로 요새 SNS에 남편과 찍은 사진, 우리 가족사진,
여행간 사진, 등등만 몇 개 자랑할 걸로 골라 그것만 공개로 올려놓는답니다.

내세우지 않고 그냥 열심히 잘 살고 만족하던 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요란히 자랑하는 삶보다 조용히 뒤에서 행복하는 게 낫다고 말해주세요....이러다 겨우 얻은 행복도 사라질 듯해요.
IP : 5.152.xxx.14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1.29 10:43 AM (119.196.xxx.69)

    원글님... 이혼과 재결합의 과정에서 많이 지쳐서 타인의 시선에 예민해지신 것 같은데....자존감을 좀더 키우시고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세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하나하 헤아리고 살 수 있겠어요. 그냥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만 생각하며 잘 지내세요~

  • 2. 그냥
    '14.11.29 11:05 AM (218.144.xxx.205)

    내가 행복한 것에 집중하세요..
    내가 주위에 안 떠들어도 온몸에서 나 지금 안정되고 행복해라는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 3. 스무고개
    '14.11.29 11:37 AM (211.109.xxx.27)

    원글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렇지않아도 어렵고 고통스러운 고비고비를 쓴 눈물 삼키며 넘어가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챙겨야하니 본인은 뒷전으로 미룰수밖에 없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든게 다 편안해지셨지만 크고 작은 전쟁을 겪으며 얻은 상처들이 순식간에 아물거나 사라졌을리도 없을테고요.
    세상을 살다보면 타인의 불안이나 고통을 자신의 먹거리로 여기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이런 사람들과 맞닥뜨리면 여간 강하지 않고서는 얼마나 흔들리고 힘든지 모릅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건 생각도 해보지않은 선한 사람들은 특히 더 그렇지요.
    원글님을 괴롭히는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셔야 합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원글님이 쓰고 있는 책의 주인공이라고,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상상해보세요. 원글님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고 지금도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 책에, 그 드라마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져왔고,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떠올려보세요.
    글을 읽으면서 원글님이 무척 성실하고 꿋꿋한 분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글님을 괴롭히는 그 사람을 상상속에서 복수도 해보시고, 이야기도 만들어보세요.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서 감정을 발산하는 공간도 찾아보시고요. 음악회, 연극 모두 정말 좋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소설들도 읽으시면 좋겠구요. 시공간을 초월해 어디에나 어느 시대에나 원글님을 괴롭히는 그런 사람들이 항상 존재해서 얼마나 많은 예술작품에,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속에 나와서 구구절절 사연들이 생겨나는지 읽게 되시면 조금 치유가 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실 순간도 올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를 사세요. 말이 쉽지 그게 그렇게 되나 하지만 그럼에도 고통스러운 과거를 열심히 이겨내고 현재를 산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대하거나 유명하거나 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있습니다.
    원글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4. ,,
    '14.11.29 8:15 PM (72.213.xxx.130)

    읽기만 해도 피곤하네요. 재혼했다고 프로필에 써 놓으시면 문맹이 아니라면 다들 알아서 소문 내 줄 것 같은데 말이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7647 샌드위치 먹는데 신해철 음악이.. 2 .. 2015/06/23 721
457646 이민가고 싶네요. 슬퍼요 2015/06/23 787
457645 일주일 안에 허벅지 셀룰라이트 정리 가능할까요 2 절망 2015/06/23 3,612
457644 메르스 환자의 슬픈 자살 6 박꼴통 2015/06/23 16,360
457643 크록스 후레체 미니웨지 라는 신발 문의드려요. 6 신발 2015/06/23 1,308
457642 매실청 용기 1 또나 2015/06/23 1,303
457641 편안한 운동화 공유부탁해요 (족저근막염휴유증) 18 궁금 2015/06/23 5,646
457640 불고기를 양념에 재워놓았는데요 3 도와주세요 2015/06/23 844
457639 메르스 진정세인가요? 16 연습 2015/06/23 5,160
457638 기본 질서도 모르는 아이들 6 .. 2015/06/23 1,242
457637 냉장고를부탁해 맹쉐프 보다 써니얼굴이 더들어오던데;; 21 맹쉪 보다 2015/06/23 14,706
457636 회사에서 상이나 부의금 낼 때 궁금합니다. 7 어썸와잉 2015/06/23 17,410
457635 평택 성모병원장이 공개한 메르스 정부 압력 12 숙주는 정부.. 2015/06/23 3,333
457634 꼭 그 해에 옷 두 번은 구입하는 우리 애들 6 아깝다 2015/06/23 1,614
457633 가구 추천해주세요~ 3 쇼핑은힘들어.. 2015/06/23 965
457632 2012년도 후반~2013년도 말에 부동산 가격이 왜 폭락? 1 폭락했나요?.. 2015/06/23 1,197
457631 과고를 가면 대부분 스카이 가나요? 7 궁금 2015/06/23 2,813
457630 고관절 아파서 고생중에요ㅠㅠ 3 간절한 마음.. 2015/06/23 1,854
457629 오늘 7시,홍대앞.. 3 bluebe.. 2015/06/23 1,176
457628 생활복 안 입는 중학교 많나요 18 .. 2015/06/23 1,880
457627 해지스 크로스백인데 어때요? 7 산책 2015/06/23 2,118
457626 너를 기억해는 보신분 없나요? 5 ... 2015/06/23 1,532
457625 인감도장,땅문서 어디에 보관하시나요? 4 .. 2015/06/23 2,666
457624 아웃백도시락 요즘 먹어도 되나요? 아웃백 2015/06/23 432
457623 목동 파라곤 거주하시거나 잘 아시는 분 계신가요? 10 조언 2015/06/23 13,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