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에는 처음 글 적어봅니다. 가끔 시댁 관련해서 마음 상할 일 있을 때 들어와보곤 했고요.
가족 앞에서 투신한 중학생 글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저 중학생이 죽지 않고 성인이 되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까요?
그 가족의 아내는? 자식들은?
긴 글에 앞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버지에게 억눌린 채 자기 안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 온 남편을 둔 아내가 82에 계신지?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조언이든, 위로든 듣고 싶어요.
저희 남편이 저 안타까운 중학생의 성장 과정을 비슷하게 겪은 것 같아서요.
저희 시아버님이 꽤 가부장적이고, 남편은 늘 주눅들고 억눌린 채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자기 부모 욕일까 싶어서인지 저한테 많은 얘기를 안하지만, 시댁 겪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아버님은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자식들은 그 앞에서 말 한 마디 편히 못합니다. 지금도요.
어머님은 자식들 끔찍히 여기시면서도 '아버님 말씀은 다 옳다', 식으로 그 앞에서 큰 소리 한 번 안 내시고,
자식들이 아버님 때문에 힘들어해도 '가족 간에는 이럴 수 있다' 식으로 뒤에만 서 계십니다.
한 마디로, 어머님은 무(능)력하세요.
아버님은 늘 가족 회의 한답시고 주말마다 자식들 내외+손주들(시집간 딸 내외 포함)까지 집에 불러다 놓고
말이 회의지 혼자서 두 세시간씩 지치지도 않고 말씀하세요.
말씀하시는 중에 가족들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고 주억주억 고개만 끄덕일 뿐입니다.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얘기가 오가면 아버님 말씀 더 길어질까 싶어서기도 하고요.
남편은 아들 하나라고 특히 아버님의 기대와 부담을 많이 안고 성장한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 아들(남편)이 자신의 기대만큼 공부를 잘했던 것도, 어른이 되어 함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자기 성에 찰 만큼 일을 딱 부러지게 잘하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버님이 작은 사업을 하시는데, 나름 자수성가하셨다고 주변에서 평가 받고 계신터라
늘 자신이 옳고 자식들 사는 것도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성격입니다.
어쨌든 저희 생활비가 아버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격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아버님 회사(공장)에서 남편이 그 밑에, 밑에 정도의 직책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데
매사 회사일에 수틀리는 게 있음 아버님은 남편 불러다 앉혀놓고 속된 말로 '개 잡듯이' 잡습니다.
자신의 온갖 스트레스를 아들에게 다 풀어요.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모두 니 탓이다, 란 식인거죠.
소심한 남편은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30대에 뇌와 눈 사이,
이마 쪽에 대상포진이 생겼을 지경이니 말 다했죠.
이렇게 자식이 힘들어하는데도 아버님은 '자식 잘 되라고 강하게 키우는 거다'로 일관하십니다.
그런데 남편의 문제는 그렇게 한번 아버님과 부딪히게 되면 몇달씩 회사를 나가버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모든 생활을 그 순간부터 놓아버려요. 잠수타는 거죠. 무척 이기적으로 돌변합니다.
전화도 일체 받지 않아요. 회사에 자기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냥 전화기 꺼놓고 숨어버립니다.
근처 사는 아버님 찾아올까 싶어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호텔이나 회사 근처에 얻은 오피스텔에서 잡니다.
엄연히 가정이 있는 가장이 자식도 있는데 이런 행동을 보이니 제가 미칠 노릇이고,
눈에 아들이 보이지 않으니 분풀이할 데가 없는 아버님은 그 때부터 저를 붙잡고 몇 시간씩 또 뭐라하시고요.
어제는 '사업가 며느리로 넌 적절치 않다'(사실 대단한 사업도 아닙니다), 운명공동체이니 연좌제 등의 단어를 써가며 '남편이 저러면 너도 같이 혼나는 게 당연하다', '아들이 저렇게 무능력하니 공장 돌아가려면 너도 나와서 일해야 한다'(애가 이제 30개월입니다. 돌봐줄 사람 없어요) 등등으로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늘 저를 집에서 놀고 먹는 며느리 취급하는 건 기본이고요.
남편이 저렇게 회사 안 나가면, 당장 월급(생활비)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고 타격을 받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아버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할 말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붙였다간 정말 깡패 같이 나오는 꼴을 여러번 봐서 일 더 키울까 그냥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남편을 생각하니 저라도 이해를 하고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저한테조차 연락두절, 본인의 스트레스가 가라앉을 때까지 술 먹는 거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편을 가장으로 믿고 지켜보기엔 제 자식의 미래가 탈이 날까 불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남편 데리고 정신과 상담도 받아보고 싶은데 남편은 꿈쩍도 않고요.
전화 100통 하면 겨우 전화 한 번 와서는 '미안하다.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마라' 하고는 또 전화기 꺼놓고 잠수탑니다.
어제는 정말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해 봤는데, 아이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어요.
엄마한테 많이 유리하다는 양육권 문제도 아버님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들게 할 거란 게 눈에 보이고요.
가부장적인 시아버님과 남편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의견이든 듣고 싶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