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게으르고 더러운 사람이거든요...ㅡㅡ;;
평소에 청소 자주자주 하는 사람 아닙니다.
화장실 변기에 물때 낄때까지 뒀다가 간신히 간신히 하고
가스렌지 청소도 묵혔다 하고요...
그런데 그런 제가 정신 번쩍나도록 미친듯이 청소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기분이 참 우울해서 마음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날...
팔뚝까지 빨간 고무장갑 껴들고 싱크대 묵은때, 가스렌지 청소...
화장실 타일부터 거울까지.
평소엔 청소하면서도 아..더러워 싫다..싶은 기분이 드는데
이때는 더럽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때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주아주 많이 있었음 좋겠다 싶어요.
그럴수록 박박 닦이면서 구정물이 물에 씻겨져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변기에 거의 머리를 넣다 싶이 할정도로 세정제를 막 뿌려가면서 열심히 열심히.
빤스랑 브래지어만 입고 쭈그리고 앉아서 제3자가 보면 참 억척맞아 보인다 싶을 정도로..
이때만큼은 아무 잡생각..시끄러운 생각. 복잡한 생각 잊고
그저...얼룩, 때, 구정물에만 집중.
청소 다 마치고 내 몸도 구석구석 평소보다 더 긴 시간 씻어내고
나와서 머리 말리며 쇼파 밑에 다리 주욱 펴고 맥주 한잔 하니.
기분이 좋아졌네요.
집안이 깨끗하려면 자주 우울해야 하나....이런 웃긴 생각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잤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