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년전까지만해도 영양가 없는 딸이었습니다.
대학다닐때는 의대다니던 언니뒷바라지하느라 학교도 원하는곳 합격하고도 포기하고
그냥 취업잘되고 학비싼곳에 갔고
졸업하고는 동생들 공부하느라 집 어렵다고
90년대초에 한 2년정도는 월급통째로 주고 용돈 한달에 5만원으로 버티고
그러다 괜찮은 곳으로 이직한다음에는
언니가 병원인턴으로가면서 언니가 동생들 학비대고
제수입은 제가 관리합니다.
엄마의 소비성향을 알기에 더이상은 월급을 엄마한테 안보냈죠
그때도 수시로 저한테 돈 빼낼궁리를 하시고
기회만되면 월급 안맡긴다고 난리 .... 다른집 딸들이랑 비교 등등
물론 결혼할때 오히려 집에 보태주고 결혼했습니다.
결혼하고 사는것도 평탄치않아서
빈손으로 이혼하고 아이하나 키우면서
병까지 들어서 정말 죽을만큼 힘들게 버텨왔습니다.
고생한것은 이루 말할수 없어서 ......자세히는 적지 않을게요
지난주 토요일에 친정에 잠시 갔습니다.
최근에 무릎관절 수술하신 친정아버지때문에 돌침대를 놔 드렸고
( 신랑이 해드리자고 해서 ...)
그것도 볼겸 고향친구들모임이 있어서
잠시 갔다왔는데 지난해 재혼하고 경제적으로 괜찮다 싶으니
호주가있는 언니대신에 저보고 자꾸 맏이노릇을 강요하셔서
제가 지금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2002년부터 투병중이었는데 (산정특례..) 지금은 좀더 진행이 되어서
그렇게 자주 오가지도 못하고 저 바로아래 장남이 있으니
장남한테 맡기시라고 했어요
그랬는데 어제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친정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그러고 가서 밤새 잠이 안오고 마음이 아팠다고 돈 있으면
고칠수 있는거냐고 돈좀 주까 하시네요
저는 헛웃음이 나오고 할말이 없어 한참을 있다가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줄 수 있는 돈
내가 빈손으로 나와서 그렇게 힘들때
차비아끼느라 아픈몸으로 몇시간씩 무궁화타고 서울 오르내릴때
그때 차비 단돈 10만원이라도 줘보시지 그랬냐고
그렇게 몇차례 수술하고 입원 퇴원 반복할때
병원비보태라고 단돈 십원 줘 보셨냐고
퇴원하고 아이하고 둘이 몸조리할때 고기한근이라도 끊어와서
밥 한번 해줘보셨냐고
지금은 얼마전에 박서방이 통장에 1억 넣어줘서 내꺼랑 합쳐서 돈 많이 있다
이제는 엄마가 주는 돈 필요없다
내가 힘들때 줘야 고마운거지 ...
그랬더니
그때는 주고싶어도 돈이 없어서 마음만 있었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그 상황에도 동생들한테는 다 해주지 않았냐고
누구네는 에어컨 사라고 100만원주고
또 누구네는 티비바꾸라고 100만원주고
( 저 사실은 막내동생 의대다닐때 부모님은 공부시킬 형편이 안되어서
언니가 학비를 대고 저는 몇년 데리고 있으면서
용돈까지 다 대줬습니다. )
게다가 어느날은 노래방기계150만원 주고 넣어놨다고
나보고 노래하고 놀라고 해서 내가 1년동안 집에 안간거 아냐고
친구한테 이야기 했더니 혹시 계모냐고 하더라
그때는 돈도 없고 별볼일없어 보이니까 아파죽던지 말든지
하나뿐인 손자 초등입학하고 대학들어갈때까지
용돈한번 전화한 번 안하다가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셨나고
안 그래도 된다고..지금까지 하던대로 하시라고
정말 10여년을 남보다 못한 부모님때문에
받았던 상처들이 말로되어서 다 뱉어지더라고요
한동안은 시원할 줄 알았는데
어제 참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버텨온 설움들이한꺼번에 봇물터지듯 터져서
그렇게 눈물이 났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
무엇보다 제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은 마음이 좀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힘이 드네요
부모자식간이 아니라면 속이 시원했을까 싶은생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