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흑 제 완소 과도가 없어졌어요. 빅토리녹스 톱날 과도예요.
결혼 후 첫 해외여행에서 사온 과도인데. 벌써 14년을 꼬박 제 수하에서 충복처럼 일해온 녀석이예요.
귀여운 톱날이 애교있지만 날렵하기는 물찬 제비같고
일솜씨는 무시 무시한 어떤 식칼보다 멋들어지게 과일을 깍아내던 녀석이예요.
그동안 칼갈이로 갈아본적 손에 꼽도록 찬밥취급을 해도 군소리 없이 잘 들던 녀석인데...
어제 단감이 화근이네요.
마침 맛난 단감이 있어 우리 애녀석들이 자꾸 자꾸 까달라고 해서 쟁반 가득히 껍질 무덤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그속에 뭍혀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영면한거 같아요.
아침에 아이들 사과라도 깍아 주려 아무리 애타게찾아도
없네요. 그동안 너무 부려먹어 이참에 가출하자하고 나갔나봐요.
인터넷 찾아보니 4천원 정도로 파는 싸디 싼 몸이지만,
짝퉁이 판을 친다니 그 녀석이 몸값에 비해 정말 괜찮은 놈이었나봐요.
제가 사는 곳에서 백화점이 좀 멀어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싶은데
혹여 짝퉁을 구매해 쓰다가 욕나오면
놓친 그녀석에 대한 그리움이 더 할 것 같아 망설여지네요.
백화점에선 수입주방 코너는 언감생심 가본 적이 없는데 비록 4천원 대 과도여도 유명한 녀석이니 있겠죠?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