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드라마가 있어요.
아주 오래된 드라마인데,
한 여자가 재벌가 딸을 데려와서 자기 딸이랑 같이 키우는데
그 여자는 교통사고로 죽어요.
그리고 재벌가 딸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게 됐는데
그 여자의 딸은 공부를 못해서 마땅히 할 일이 없게 되죠.
그때 그 여자의 딸은 고약해서, 재벌가 딸에게 심술을 부려요.
너는 몇 년 후면 못해도 물리 교사가 돼서 잘 살 텐데
나는 니 앞에서 전망 없는 비참한 꼴로 살아야겠냐며 난리를 치는데,
그러자 재벌가 딸이
그럼 내가 어떡해야 되겠냐고 물어요.
그러자 그 여자의 딸이 대학을 가지 말고 빵집 점원으로 취직하라고 해요.
그냥 전망 없이 빵집 점원으로 값싼 노동만을 하며 살라고,
자기랑 별반 다르지 않게 살라는 거죠.
근데 저는 이 내용과 비슷한 체험을 했어요.
언니가 있는데, 분명히 친언닌데 제가 잘 되는 꼴을 못봐요.
제가 언니보다 좋은 학교를 갔을 때, 언니는 아주 못마땅해 했어요. 그게 언니의 얼굴 표정으로 보였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대학 졸업 후에 한동안을 제가 취직을 제대로 못했거든요.
그러던 때에 언니랑 어떤 일을 계기로 싸웠는데
언니가 부들부들 떨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어요.
"야! 내가 너 학창시절 내내 '나보다 좋은 대학 가기만 해봐라!' '절대적으로 나보다 좋은 대학 못 가라!'라고 생각하면서
간절히 바랬거든. 너 나보다 못 되라고!
근데 니가 **대학 갔을 때 엄청 분했어. 너무 화나서 분이 풀리지를 않았어.
근데 지금 니꼴 봐라. 그 대학 나와도 너 지금 안 풀려서 이 지랄하고 있잖아.
내가 요즘 얼마나 속이 편한 줄 아니?"이러더라고요.
그리고 좀 지나서 제가 일이 아주 잘 풀렸어요.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는데
언니가 굉장히 부러워할 만한 일이 제게 생겼어요.
그때 언니가 그 기쁜 소식(저에게만 기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언니 눈에 눈물이 맺히더군요.
전 깜짝 놀랐어요. 왜 우나 싶어서.
그런데 눈물이 몇 방울 떨어지더니 언니가 말하는데.. 하아..
"야 왜 너한테만 그런 일이 생겨? 내가 원하는데, 그건 내가 간절히 바라는 건데, 왜 너한테만 그게 생기냐고?
왜? 바라기는 내가 더 바라는데, 왜 너한테만 그러냐고?"라면서 우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뭔 일인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싶었죠.
저는 언니가 울 때,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에서..
정말 TV에서 자주 나오던 표현인,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그런 반응은 정말 상상 못했거든요.
전 정말, 그 이후로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내가 더 잘 풀리면, 언니가 분해서 쓰러지는 거 아닌가. 정말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괜한 우려나, 장난식의 걱정이 아니라
언니가 진짜 성격이 더러워서 진짜 쓰러질 수도 있을 정도예요.
어쨌든 위에 내용 적은 드라마랑 비슷한 말,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가 했었죠.
어떤 사람은 자기가 올라가지 못하면, 위에 있는 사람 끌어다가 내린다고.
시궁창에 있는 사람이 거길 벗어날 여력이 없으면,
윗물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을 끌어다가 자기 옆에다 앉혀놓고 싶은 마음이 있나봐요.
사람이 얼마나 고약할 수 있는지
전 저희 언니를 보면서 매번 놀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