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넋두리 좀 하려구요.
주말에 친정아버지쪽 결혼식이 있는데, 정말정말 가기 싫은 결혼식이에요.
몇 년간 연락조차 없던 친척인데, 어째 작년 연말부터 연락을 해오길래 이상타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이번달에 결혼식이 있네요. 결혼식 소식은 추석 전에 들어서 어쩐지... 싶더라구요.
문제는 너무너무 가기 싫은 결혼식인데, 예전에는 친척에게 냉담하던 아버지까지 자식들에게 결혼식에
꼭 참석할 것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전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가고 싶지 않은 자리네요.
소식 끊고 지내면서 제 결혼식에는 오지 않은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자고 남편에게 설명하기도 싫고,
아버지의 이런 압박이 싫다는 내색도 남편에게 하기도 창피합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모님과 왕래를 하지 않는 형제가 있어요.
부모님은 그 형제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저를 통해서 하세요.
걔한테 이런 얘기 좀 전해라. 뭐 좀 물어봐라. 모든 걸 다 저를 통해서 하세요.
다른 형제들은 성질있어서 저런 거 부탁해도 거절하지만 저는 만만하니 매번 저를 통하시구요.
남자형제가 있는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집안의 온갖 잡다한 일들을 다 남편에게 부탁하십니다.
아버지 세금처리나 집안 문제, 엄마가 궁금해하시는 잡다한 일, 자녀에 관해 상의하고 싶은 일, 심지어 친척이나 지인에게서 들어온 잡다한 청탁처리, 온갖 뒤치닥거리 등등...
그리고 저희집에는 이런 저런 택배를 보내주시죠.. 마치 보상처럼...
솔직히 그런 것들 받지 않아도 아쉽지 않아요. 없어도 그만인 것들...
허무한 건 저는 그게 그냥 부모님이 베풀어주시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받지만, 부모님은 일종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것들이라고 생각하시겠죠?
대학 다닐 때부터 등록금과 용돈은 장학금과 알바로 스스로 벌어 썼고, 구직한파로 힘들 때도 힘내라 말 한 마디 들어본 적 없었어요. 힘들면 백수가 힘드냐? 밥 때되서 배고프다고 하면 백수가 배고프냐? 무시만 받았을 뿐이죠.
생각해보니 친정 가족 중에 한 명도 제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네요.
바로 아래 남동생이 한달 용돈 40~50만원 받으면서 대학 다닐 때 새우깡과 우유로 배채우면서 알바 뛰면서 학교를 다녔네요.
제가 지금 부모님의 모든 잡다한 부탁들을 다 거절하고, 남편에게도 그만하시라고 하면 정말 노발대발하실 거에요.
내가 뭘 했냐고, 자식이 부모에게 이 정도 뒤치닥거리도 못해주냐고 하시겠죠.
내가 붙잡고 있으나 놓아버리면 그만인 부모와의 관계.
새롭게 만들고 싶지만 한쪽에서 그것을 거부하고 이대로 갈 것을 고집하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평소에는 온갖 잡심부름을 다 시키면서 조금만 내 목소리를 내면 바로 개무시당하는 자식.
그게 바로 저인 거 같네요.
근데,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어요.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어요.
이번 주말이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빕니다...
두서없이 긴 글을 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