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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재평가를 바라며

.. 조회수 : 2,057
작성일 : 2014-11-04 22:13:52


대학 때 어두컴컴한 까페에 감각적으로 울리던 '째즈까페', 사귀던 연인이 녹음하여 들려주던 넥스트 음악, 단체훈련할 때면 지친 몸도 깨나게하던 응원가 '그대에게', 전 이런 시절을 보낸지라 신해철님은 멋진남이자 친숙한 동시대인, 함께 나이드는 정 가는 이였습니다.
제 주위의 남자들은 항상 둘로 갈리더군요. 와 신해철!하며 좋아하는 사람과 뭔가 찜찜하게 여기는 사람들.
논란에 휩싸일 때도 뭔가 싶어 그의 언행을 들여다보면, 제 시각에선 그는 표현이 거침없을 뿐 변함없는 '우리편'이자 별 문제도 없는 거라 대수롭지 않았고, 언젠가 무릎팍 도사에서 "욕을 하도 많이 먹어 영생할 것"이라 할 때 정말 그럴지도 몰라 했습니다. 그만큼 강하고 똑똑하고 걱정 안해줘도 되는 사람이었던 거죠 제게. 사실은 그냥 사느라 바빴습니다. 이런저런 사연들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었는지, 요즘 어느 방송에 나왔는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그의 사망일, 남편이 보던 야구중계가 끝나며 마지막에 나오는 '그대에게'. 신해철 안녕이구나, 내 인사에 반응하듯 가슴이 콕콕 쑤셔왔고 그후로 계속 힘드네요. 다들 그러시듯이..

저는 아마추어로 사주공부를 하는데요, 많은 것을 볼 줄도 맞추지도 못하지만 공부하며 얻은 것은 이거 하나랍니다. 화려함이 있으면 바닥도 따라오는 것. 생명을 이어가고만 있으면 긴 바닥 후에 다시 태어나는 것. 잘 살던 못 살던 이 법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고, 다만 우리들이 잘 아는 유명인들은 그것이 대중에게 더 드러나는 것이 차이이죠.

그의 행적을 살피기 위해 위키피디어, 인터뷰, 새가 날아든다 팟캐스트(신해철을 찜찜해하던 남자분들에게 권합니다, 그런 시각에 대해 잘 설명되어있어요) 등을 보니 그도 많은 어려움, 바닥의 아픔을 만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왕은 86년부터 95년까지 만개한 시절, 96년부터 05년까지 초겨울(누가 인디언 썸머라고도 평했네요), 06년 바닥을 거쳐 15년까지 10년 세월 동안 고난의 시절이네요. 음악 환경적 시련, A.D.D.A의 해학 속에 녹아든 자전적 삶의 페이소스, "1m 앞이 절벽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어둠 속의 청춘들"(속사정 쌀롱), 어둠을 거쳐야만 새 버전으로 다시 태어나듯 신해철은 거듭나고 있었는데.. 고난의 10년 끝자락에 와 충분히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찬란한 새 봄의 탄생을 앞두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으로 꺾이고 만 것인지..
그 안타까움에, 고통에 간 다시 볼 수 없는 그를 생각하며 마음을 저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아래 신해철 기념관, 추모제 얘기를 보고 팍 떠오른 게,
아 그래! 신해철은 그렇게 부활하는 거구나,
어떤 형태로든 세상이 그를 재평가하며 그를 다시 살게 하는 거구나,
그래서 그는 큰 사람이구나, 육신이 가도 일어서는...

이렇게 한 점 마음의 위로를 얻었습니다.

명리 아마추어인 의견이 맘에 안 드시면 죄송합니다.
이만 제 나름의 추모를 마칠게요.
마왕, 잘가요.

IP : 112.150.xxx.14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unwood
    '14.11.4 10:36 PM (119.66.xxx.22)

    전 락은 안맞는데.. 신해철씨 음악은 퀸처럼 웅장하고 클래식적이라...귀에 들어와요
    락 이전의 주옥같은.. 천재적인 명곡들은 더 말할것도 없고..
    저 역시 음악과 멀어져있어서 이번 넥스트 I Want it All.. 신해철님이 무슨 말을 남겼을까 찾아 듣고..
    계속 그 노래가 맴돕니다.. 세련되게 잘짜여 완성되어 오히려 들을수록 명곡...
    음악 인성 사상 삶...모든것이 따뜻하고 완벽했던 시대인..천재..
    사람들은 또한 깨닫겠죠... 비루한 자가 그를 죽였다는거

  • 2. 마음아프지만
    '14.11.4 10:46 PM (59.7.xxx.240)

    짠해요...

  • 3. 이글
    '14.11.4 10:50 PM (110.70.xxx.59)


    좋은글이 묻히네요
    중간에 읽다
    댓글답니다ㅠ

  • 4. 글좋아요
    '14.11.4 10:52 PM (161.74.xxx.193)

    기념관은 좀 모르겠구요.
    저는 정확하게 92년부터 팬이었어요 열성팬.전국투어 다 따라다니던..
    암튼 글 좋아서 댓글 달아요
    신해철은 재평가 할 것도 없이 사실 우리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아티스트였어요.
    지금도 솔로 시절이나 넥스트 시절 음악 그리고 그가 만든 수많은 ost 곡들 퀄리티 좋아요
    이런저런 시도도 많이했구요
    너무 아깝고 허망한 죽음이라 저는 아직도 그의 이름 앞에 故자가 붙는게 이상하고
    부검 이란 단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게 어색합니다
    저는 완전히 그를 보내려면 십년은 걸릴 듯 합니다
    그의 음악에 빚을 많이 졌어요 제가 자라면서요..
    시대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는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저는 생각해요

  • 5. 저 같은 사람은
    '14.11.4 10:57 PM (211.207.xxx.143)

    가고 나서야 그를 아네요

    쉽거나 말거나 꼼수 없이 걸어간 그의 천성이
    참 귀합니다

  • 6. 이글
    '14.11.4 11:00 PM (110.70.xxx.59)

    너무 슬퍼요
    오늘 병원기록 보니
    1분에 145회.
    그것도 8시.낮1시까지 어찌 버텼을까요
    진통제

    이건 정말...너무 끔찍한 영화예요
    8시에도 못 견뎠을 텐데.

  • 7. 지성인
    '14.11.4 11:08 PM (116.32.xxx.138)

    인줄은 알았지만 사회 쓴소리할줄아는 근데 진짜 더없이 착한사람이란거 노통께 보낸편지보고 알았네요 어떡해요 진짜

  • 8. ..
    '14.11.4 11:38 PM (112.150.xxx.140)

    그는 미친 우리 의료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살아 생전의 모든 것들이 재조명되며 신화가 되겠죠. 근데 왜 하필 그여야 하나요, 그저 같이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데.. 비통합니다.

  • 9. ...
    '14.11.4 11:53 PM (121.157.xxx.158)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그가 한 것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거라는 건 의심하지 않았는데...
    너무 안타까와요. 망나니 주제에 의술이랍시고 잔재주만 넘치는 검은머리 짐승에게 이렇게 허망하게, 고통 끝에 가셨다는 게 너무나도 원통합니다.

  • 10. 유심히 봤던 사람은
    '14.11.5 12:18 AM (119.149.xxx.138)

    다 알아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귀기울여 그의 노래를 들어봤던 사람들도 알죠. 그가 단순히 스타가 아니라 진지하고 따뜻하고 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자, 가수이고 싶어했던 걸.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얼마나 따뜻했고, 올바르고 싶어했는지.

    재평가, 좋아요. 근데, 다 필요없고
    딱 10년만 우리 곁에 다시 살아주면 좋겠어요.
    너무 억울하고 아까워서 정말이지 보낼 수가 없어요.

  • 11. ..
    '14.11.5 12:44 AM (112.150.xxx.140)

    네, 천재로서 재평가고 신화고 나발이고 필요없습니다. 그의 할머니가 그랬다죠 "뭐 한다꼬 그러냐 아프지만 마라" 한 점 위로고 뭐고 소용없네요 ㅠㅠ

  • 12. 우담
    '14.11.5 1:47 AM (112.152.xxx.107)

    우린 다시는 신해철과 같은 열정을 만나지못하겠죠

  • 13. ..
    '14.11.5 4:56 P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

    남은 사람이 너무 아쉬워서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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