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어두컴컴한 까페에 감각적으로 울리던 '째즈까페', 사귀던 연인이 녹음하여 들려주던 넥스트 음악, 단체훈련할 때면 지친 몸도 깨나게하던 응원가 '그대에게', 전 이런 시절을 보낸지라 신해철님은 멋진남이자 친숙한 동시대인, 함께 나이드는 정 가는 이였습니다.
제 주위의 남자들은 항상 둘로 갈리더군요. 와 신해철!하며 좋아하는 사람과 뭔가 찜찜하게 여기는 사람들.
논란에 휩싸일 때도 뭔가 싶어 그의 언행을 들여다보면, 제 시각에선 그는 표현이 거침없을 뿐 변함없는 '우리편'이자 별 문제도 없는 거라 대수롭지 않았고, 언젠가 무릎팍 도사에서 "욕을 하도 많이 먹어 영생할 것"이라 할 때 정말 그럴지도 몰라 했습니다. 그만큼 강하고 똑똑하고 걱정 안해줘도 되는 사람이었던 거죠 제게. 사실은 그냥 사느라 바빴습니다. 이런저런 사연들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었는지, 요즘 어느 방송에 나왔는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그의 사망일, 남편이 보던 야구중계가 끝나며 마지막에 나오는 '그대에게'. 신해철 안녕이구나, 내 인사에 반응하듯 가슴이 콕콕 쑤셔왔고 그후로 계속 힘드네요. 다들 그러시듯이..
저는 아마추어로 사주공부를 하는데요, 많은 것을 볼 줄도 맞추지도 못하지만 공부하며 얻은 것은 이거 하나랍니다. 화려함이 있으면 바닥도 따라오는 것. 생명을 이어가고만 있으면 긴 바닥 후에 다시 태어나는 것. 잘 살던 못 살던 이 법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고, 다만 우리들이 잘 아는 유명인들은 그것이 대중에게 더 드러나는 것이 차이이죠.
그의 행적을 살피기 위해 위키피디어, 인터뷰, 새가 날아든다 팟캐스트(신해철을 찜찜해하던 남자분들에게 권합니다, 그런 시각에 대해 잘 설명되어있어요) 등을 보니 그도 많은 어려움, 바닥의 아픔을 만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왕은 86년부터 95년까지 만개한 시절, 96년부터 05년까지 초겨울(누가 인디언 썸머라고도 평했네요), 06년 바닥을 거쳐 15년까지 10년 세월 동안 고난의 시절이네요. 음악 환경적 시련, A.D.D.A의 해학 속에 녹아든 자전적 삶의 페이소스, "1m 앞이 절벽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어둠 속의 청춘들"(속사정 쌀롱), 어둠을 거쳐야만 새 버전으로 다시 태어나듯 신해철은 거듭나고 있었는데.. 고난의 10년 끝자락에 와 충분히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찬란한 새 봄의 탄생을 앞두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으로 꺾이고 만 것인지..
그 안타까움에, 고통에 간 다시 볼 수 없는 그를 생각하며 마음을 저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아래 신해철 기념관, 추모제 얘기를 보고 팍 떠오른 게,
아 그래! 신해철은 그렇게 부활하는 거구나,
어떤 형태로든 세상이 그를 재평가하며 그를 다시 살게 하는 거구나,
그래서 그는 큰 사람이구나, 육신이 가도 일어서는...
이렇게 한 점 마음의 위로를 얻었습니다.
명리 아마추어인 의견이 맘에 안 드시면 죄송합니다.
이만 제 나름의 추모를 마칠게요.
마왕, 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