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람이 까치만도 못 하구나!

꺾은붓 조회수 : 769
작성일 : 2014-11-04 05:37:40
                                        [ 사람이 까치만도 못 하구나!]


  1. 올 봄

  아침마다 봉제산(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해발 170여m)으로 약수-ㅅ물(강서구청에서 지하 200m깊이로 관정을 파고 천연지하수를 끌어 올려 주변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음)도 길어다 먹을 겸, 운동 삼아 거의 매일아침 봉제산으로 산보를 간다.

  약수-ㅅ물터 바로 옆에는 용문사라는 절이 있고 왕복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저 남해바닷가에 왜구가 침략을 하면 봉화-ㅅ불이 서해안 봉우리들을 타고 북으로 올라오다 서울인근 계양산(인천시 계양구소재 396m)에서 올린 봉화가 논밭만 있는 김포평야를 훌쩍 건너뛰어 봉제산으로 전달이 되고, 봉제산에서 다시 봉화를 올려 마지막으로 한강을 건너뛰어 서울남산봉수대에 왜구의 침략을 알리는 오늘날의 전화나 인터넷과 같은 통신수단이었다.

  산 정상에는 간단한 봉화대를 재현해 놓았다.


  올봄 어느 날인가 해 뜰 무렵 역시 봉제산을 가고 있는데 골목길에서 까치들이  평소와 달리 극성스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전봇대와 건물 옥상에 20여 마리의 까치가 삼삼오오 떼로 몰려 앉아 도로를 내려다보며 평상시와 같이 “깍 깍!”하는 소리가 아닌 아주 절박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로 몸을 떨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통곡을 하고 있었다.

  땅을 살펴보니 도로상에 납작 깔려있는 까치를 두 마리의 까치가 번갈아 가며 입으로 깔려있는 가치의 몸을 물고 어떻게든 일으켜서 같이 가려고 바둥대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하여도 두 마리의 까치는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동료를 구원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웬만큼 살아 숨을 쉬고 있으면 비닐봉지에 싸 갖고 가서 봉제산숲에 놓아주어 동료까치들이 살려보게 하려고 자세히 살펴보니 차바퀴에 완전히 깔려서 이미 전신이 으깨져 피범벅의 까치포가 되어 있었다.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0%였다.

  할 수 없이 발로 도로 가장자리로 밀어 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겼다.

  내가 떠나자 다시 두 마리의 까지가 달라붙어 조금 전과 같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참으로 안 됐고 안타까웠다.

  소위 말하는 “로드-킬” 교통사고였다.

  갖고 다니는 핸드폰도 구형(019)이고, 신형핸드폰이라 해도 사진을 찍고 올리고 하는 것을 할 줄을 모르는 것이 아주 안타까웠다.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을 해서 인터넷에 올렸으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는 세월호에 어린학생 300여명이 갇혀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을 때 어찌했나?

  팔짱끼고 구경하다 다 죽고 나서 시신 건져내는 게 전부였다.

  그러고 나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고, 최종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고 눈물 흘리며 말한 사람은 유가족들이 진실이라도 알게 얘기라도 해보자고 애걸하는 국회의사당 정문옆을 입술과 눈가에 살기서린 잔인한 냉소를 지으며 못 본체 지나친 게 전부였다.

  유가족들이 밥을 굶어가며 진실이라도 알자고 울부짖는 광화문광장 옆에서는 인간말종들이 피자를 산더미처럼 싸놓고 배가 터지게 먹고 마셔가며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있다.

  생떼 같은 자식을 죽인 것으로도 부족하여 그 부모들의 가슴에 난도질을 하며 고춧가루를 뿌려대는 만행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어찌 이다지도 잔인하고 모질 수가 있나?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더도 덜도 말고 까치만만 하여라!


  2. 그 불쌍한 너구리는 어찌되었을까?

  어제(11월 1일 ; 일요일)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과 부천시 작전동과 경계를 이루는 야트막한 봉우리들(산 이름은 모름)이 줄지어 늘어선 산엘 갔었다.

  봉우리 몇 개를 오르며 단풍구경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양천구청에서 주말농장으로 운영하는 밭 옆 도랑에 웬 회색 개 한 마리가 엎드려 무엇인가를 핥고 있었다.

  주말농사를 짓는 주인을 따라온 개가 개울에서 노는 줄로 알았다.

  뭔가 조금은 이상해서 가까이 가서 보니 개 같기는 한데 개와는 좀 다르게 보였다.

  개와 형상이 거의 같은데 턱과 입이 개보다 좀 가늘고 뾰족하고, 발도 무릎 아래가 아주 가늘었다.

  너구리같았다.

  옆 밭에서 무를 다듬고 있는 부부에게 “너구리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너구리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 너구리가 주변 밭에 있는 농약을 먹었는지 일어나지를 못 하고 도량의 흙탕물에서 비틀대며 죽어가고 있었다.

  일어나서 비틀대며 몇 걸음 걷다 다시 쓰러지고 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옆 밭 부부의 말이 그러고 있는지가 벌써 몇 시간째란다.


  tv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구조해서 살려주는 것을 몇 번 본 기억이 떠올라 우선 119에 전화를 해 봤더니 120(서울시 다산 콜 센터?)전화번호를 알려주며 거기로 전화를 해 보란다.

  다시 112에 전화를 해 봤더니 역시 120으로 신고를 하란다.

  그래서 120으로 전화를 했더니 통화연결이 영 안 되다 5분여가 지나 간신히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다.

  내용을 말 했더니 120에서도 알 수가 없다고 해서, 그러면 야상동물 구호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 전화번호라도 알려 달라고 했더니 다시 5분여가 지나 <031-867-9119>라는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인터넷이 늦게 떠서 검색에 시간이 걸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해 왔다.

  031-867-9119로 전화를 했더니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두 번 전화를 해서 전화벨이 20번이 울리도록 기다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밭의 부부에게 소금물이라도 풀어서 강제로 먹이면 먹은 것을 다 토해서 살릴 수도 있을지 모르니 그렇게 해 보자고 했더니 잘못하면 너구리에게 물릴 수도 있고 소금을 갖고 있지 않단다.

  나 역시 아무 장비도 없고 야생동물에 대하여는 백치나 다름없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도랑양편으로 쌓은 축대 높이가 1m쯤 되어 숲으로 올려나 놓으려고 붙잡으려고 했더니 당장 물어뜯을 태세를 갖추고 저항을 해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만 보다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간혹 봉제산에서 족제비, 청설모, 다람쥐는 보았어도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에 너구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의외였다.

  어쩌면 그 너구리가 그 산의 마지막 너구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까치와 같이 동료를 구하러 오는 너구리도 없었다.

  집에 돌아 왔어도 죽어가는 너구리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아마 그 너구리 지금쯤은 죽어서 썩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하긴 사람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떼죽음을 당하는 판에 너구리쯤이랴!

  까치 죽고, 너구리 죽고, 그 다음 차례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아-!

  이 대한민국 이거 어찌해야 하나?

IP : 119.149.xxx.5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5329 담배 보루로 파는 곳은 없나요? 18 ... 2014/12/15 4,063
    445328 와...10시간자고 5시간후 또 12시간 잤어요 2 잠만보 2014/12/15 1,339
    445327 주부님들 남편에게 이런 사랑 느끼시나요? 11 궁금 2014/12/15 3,811
    445326 요즘 자주 체해요 7 쳇기 2014/12/15 1,493
    445325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휘재요... 29 ..... 2014/12/15 19,559
    445324 글 찾아 주세요-덕혜옹주 관련글 지금 2014/12/15 448
    445323 2014년 억울한 죽음들... 1 송년 2014/12/15 747
    445322 다이어트중인데 입이 심심해서 구운김을 7장이나 먹었어요 ㅠㅠ 5 2014/12/15 8,263
    445321 대통령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3 ㅇㅇ 2014/12/15 1,007
    445320 임신 9개월찬데 남편이 술마시고 행패를 부렷어요 13 임산부 2014/12/15 3,450
    445319 조현아가 히스테릭분노를 폭발한건 사무장 태도 때문 아닐까요? 47 ㅇㅇ 2014/12/15 20,877
    445318 드럼세탁기17kg너무 크지않나요? 13 대용량가전 2014/12/15 9,594
    445317 유정2급 무시험검정으로 교원자격증 취득. 1 의미없다 2014/12/15 543
    445316 전 남자를 안풀리게 하는 능력이 있나봐요 9 한심한인생 2014/12/15 3,290
    445315 강아지 일주일간 혼자 집에 있을수 있나요? 15 @@ 2014/12/15 8,661
    445314 청어 과메기 어떤 맛인가요? 4 ㅈㅇㅈ 2014/12/15 1,552
    445313 송일국집에서 보이던 그림책 8 방글방글 2014/12/15 2,846
    445312 아들 열 38도인데 병원가야될까요?? 13 ㅠㅠ 2014/12/15 10,020
    445311 19금 글을 꼭 여기에 써야 하나요? 10 왜 그런지... 2014/12/15 2,211
    445310 허접한 인수인계 4 골 떄린다 2014/12/15 1,458
    445309 웹툰 인천상륙작전 보신분? 윤태호 작가 작품이에요.. 10 ㅠㅠ 2014/12/15 2,027
    445308 유리 1 느낌 2014/12/15 594
    445307 컴퓨터 베터리? 3 ... 2014/12/15 564
    445306 왜 게시판에 자살한? 최경위얘기가 없을까 2 알겠네 2014/12/15 967
    445305 sbs 스페셜을 보고.. 6 zzz 2014/12/15 3,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