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 이 나라의 블랙홀은 개헌론이 아닙니다.
태만한 국회 관료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이 나라의 블랙홀은 대통령입니다.
민생의 블랙홀도,
국민 안전의 불랙홀도,
인권의 블랙홀도 대통령입니다.
문화 예술의 블랙홀도,
창조와 미래를 죽이는 블랙홀도 대통령입니다.
비극적인 일이 계속 터져도, 그런 일을 방치하고, 조장까지하고도,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는 이 나라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의 실종된 7시간’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했는지 생각해보면 알 겁니다.
참사는 계속 이어지는데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지도 책임을 지지도 않으니,
어떻게 안전한 사회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사찰이 온오프를 막론하고 전방위로 이뤄지는데,
어떻게 창조가 가능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다이빙벨을 소재로 한 영화 한 편 때문에
이십여년 쌓아올린 부산영화제의 명성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려 하는데,
어떻게 문화 융성이 되겠습니까.
부자에겐 더 부자가 되도록 하고,
서민은 빚 내서 쓰라고 등을 떠미니
어떻게 민생이 살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됐던 단원고 교감선생님은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정부가 잘 둘러대는 말을 적용하면, 사실 세월호 침몰과 교감선생님이 무슨 상관입니까.
연안 페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폐선의 선령을 늘렸습니까,
증개축을 허가했습니까,
출항을 허가했습니까,
세월호 운항의 키를 잡았습니까,
구조를 책임졌습니까,
국민의 생명 보호를 헌법상 책무로 선서하기라도 했습니까.
그런데도 그의 도덕 감정은
아이들을 놔두고 살아나온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 참사에서도,
이 행사를 계획했던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 담당자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숨지기 전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희생자들에게 죄송하고 동료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사고로 죽은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진정성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내린 것이 왜 그의 책임입니까.
그가 환풍구 설계를 했습니까,
공사를 했습니까,
감리를 했습니까,
준공검사를 했습니까.
다중 집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이었습니까.
그는 이 정권이 추진해온 융복합 창조경제 기조에 따라 이번 행사를 입안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습니다.
희생양을 만들어 처절하게 짓밟았던 세월호 수사의 악몽이 생각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던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거짓 눈물도 한두 번이고, 포실 포실한 웃음도 한두 번입니다.
이젠 당신의 수족들이 ‘책임 정치’의 구호 아래 권력구조를 바꾸자며 흔들고 있는 판입니다.
무엇으로라도 한번쯤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들에게는 세비 반납 운운한 적도 있는데,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