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해철에 대한 기억 (펌)

나의멘토마왕 조회수 : 2,067
작성일 : 2014-10-28 22:30:03

나는 신해철을 잘 알진 못 한다.
원래 가요에 관심 없어 팬도 아니고...
그런데 잠시나마 만나 봤던 인연으로, 내 동갑인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옛날 생각이 나는 밤이다.

어쩌다 보니 대학 때 알바로 신해철 1집, 2집 앨범을 디자확인인해 주게 됐다.

같은 학번이라 만나자마자 "야. ** 야. 말 까자. 해철이라구 불러."한다.
도도한 왕자병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탈하다.

일 얘기가 대충 끝나고 나니(근데 왕자병은 맞는 거 같았다. 전면에 항상 지 사진 크게 박아달라는 거 보니... ^^) 갑자기 만화방엘 가잔다.
이현세의 아마겟돈이 글케 잼 있는데 아직 안 봤음 함 보라고...
그렇게 두어 시간 같이 만화를 보고 나왔다.
되게 격의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나오고 나서 나한테 자필 사인을 한 앨범을 주겠다고 해서 또 만났는데, "울 엄마가 이거 들으시더니 "한국 믹싱 기술의 승리다. 니 노래도 들을 만하네."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앨범을 준다.
지금도 자필 사인 앨범들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닌다.
지금은 듣기도 힘든 LP판이지만...

2집 때문에 또 몇 번을 만났는데,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매우 소탈하고 거침없으며 격의없는 친구였다.
몇 번 안 만났는데도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하고 솔직하게 대해주고...
대신 자기주장은 무~지 강하다.
입으로 혼자 디자인 다 한다.

그러다 20년 쯤 지나 부산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에 선 해철이를 보게 됐다.
평소에 가요는 듣지 않지만 내가 디자인 해 준 앨범들은 꽤 여러 번 들어본 지라 20년 만에 그의 무대를 보곤 '해철이 많이 컸네... 카리스마 장난 아닌 걸... 왜들 마왕 마왕 하는지 알겠다.' 했다.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가사나 멘트도 남다른 데가 있다.
남다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년만에 봤다고 쌩 깔 거 같진 않았지만 바쁠텐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까진 없을 거 같아 오랜만에 많이 훌륭해진 모습만 보고 왔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 몇 번 만나 봤던 사이지만 근자에 중태설이 나돌아 은근 마음 쓰이던 중 오늘의 비보를 접하고 나니 그간의 기억을 새삼 하나하나 꺼내보게 된다.

열심히 산 아까운 친구야. 편히 잘 가라.
내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가다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더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우리도 이제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IP : 110.13.xxx.3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10.28 10:47 PM (211.55.xxx.97)

    잘 읽었습니다.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한 신해철 목소리 듣고있다가 침울해져서 맘달래려 82에 왔는데 뭔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 2. ..
    '14.10.28 11:45 PM (180.230.xxx.83)

    이젠 다시 만날수 없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
    부럽습니다
    알고나니 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5023 수원 그 중국인이 살해한 여자가 30 &&.. 2014/12/14 24,377
445022 급)자유게시판 글을 찾고있어요 2 울내미 2014/12/14 728
445021 드롱기 라디에이터 써보신분 어땠어요? 3 추워요 2014/12/14 4,388
445020 케이티 노래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4 케이팝 2014/12/14 1,570
445019 오차장 아내와 가내정치 2 oo 2014/12/14 1,766
445018 직장을 계속 다녀야할까요? 5 .. 2014/12/14 1,991
445017 숨쉬기 외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체질인데요 4 하루종일 2014/12/14 1,288
445016 의대 유급당하는 이유는 8 ㄴㄴ 2014/12/14 6,029
445015 과외교사라는 직업 23 dmsqlc.. 2014/12/14 4,971
445014 내일 수학 기말이라고 고등아이 아홉시에 학원갔는데 아직도 안오내.. 4 .. 2014/12/14 1,288
445013 (급질)명동 롯데호텔근처 맛집 추천부탁드려요 2 돌솥비빔밥 2014/12/14 1,572
445012 해운대 동백역 근처 괜찮은 사우나 있을까요? 6 christ.. 2014/12/14 1,467
445011 김상경 연기가 재미나요~ 2 가족끼리왜이.. 2014/12/14 1,636
445010 금융감독원보안인증절차 4 ? 2014/12/14 609
445009 미국이민 갈 수 있다면 가시겠어요? 42 퐈이야 2014/12/14 12,840
445008 예술가 ... 1 ... 2014/12/14 804
445007 청와궁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에 테러" 1 닥시러 2014/12/14 565
445006 이혼한 여자 흉보는 여자들 4 식용유 2014/12/14 2,224
445005 신생아는 꼭 안아서 재워야 하나요? 7 포로리2 2014/12/14 1,987
445004 얼굴 화사하게 보이는 화,데나 BB 알려주세요 10 환한 화.데.. 2014/12/14 2,918
445003 유약 안 바른 쌀독에 쌀벌레 약을 붙이는 방법이 있나요? 4 참맛 2014/12/14 736
445002 대학.좀 봐주세요..청소년복지 상담학과/ 7 설빙 2014/12/14 1,036
445001 최근 항공사 문제 2 댓글읽다가... 2014/12/14 788
445000 고양이의 보은 12 마요 2014/12/14 3,416
444999 청호정수기 필터 재계약해야하는데요 2 .. 2014/12/14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