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해철에 대한 기억 (펌)

나의멘토마왕 조회수 : 2,061
작성일 : 2014-10-28 22:30:03

나는 신해철을 잘 알진 못 한다.
원래 가요에 관심 없어 팬도 아니고...
그런데 잠시나마 만나 봤던 인연으로, 내 동갑인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옛날 생각이 나는 밤이다.

어쩌다 보니 대학 때 알바로 신해철 1집, 2집 앨범을 디자확인인해 주게 됐다.

같은 학번이라 만나자마자 "야. ** 야. 말 까자. 해철이라구 불러."한다.
도도한 왕자병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탈하다.

일 얘기가 대충 끝나고 나니(근데 왕자병은 맞는 거 같았다. 전면에 항상 지 사진 크게 박아달라는 거 보니... ^^) 갑자기 만화방엘 가잔다.
이현세의 아마겟돈이 글케 잼 있는데 아직 안 봤음 함 보라고...
그렇게 두어 시간 같이 만화를 보고 나왔다.
되게 격의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나오고 나서 나한테 자필 사인을 한 앨범을 주겠다고 해서 또 만났는데, "울 엄마가 이거 들으시더니 "한국 믹싱 기술의 승리다. 니 노래도 들을 만하네."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앨범을 준다.
지금도 자필 사인 앨범들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닌다.
지금은 듣기도 힘든 LP판이지만...

2집 때문에 또 몇 번을 만났는데,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매우 소탈하고 거침없으며 격의없는 친구였다.
몇 번 안 만났는데도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하고 솔직하게 대해주고...
대신 자기주장은 무~지 강하다.
입으로 혼자 디자인 다 한다.

그러다 20년 쯤 지나 부산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에 선 해철이를 보게 됐다.
평소에 가요는 듣지 않지만 내가 디자인 해 준 앨범들은 꽤 여러 번 들어본 지라 20년 만에 그의 무대를 보곤 '해철이 많이 컸네... 카리스마 장난 아닌 걸... 왜들 마왕 마왕 하는지 알겠다.' 했다.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가사나 멘트도 남다른 데가 있다.
남다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년만에 봤다고 쌩 깔 거 같진 않았지만 바쁠텐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까진 없을 거 같아 오랜만에 많이 훌륭해진 모습만 보고 왔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 몇 번 만나 봤던 사이지만 근자에 중태설이 나돌아 은근 마음 쓰이던 중 오늘의 비보를 접하고 나니 그간의 기억을 새삼 하나하나 꺼내보게 된다.

열심히 산 아까운 친구야. 편히 잘 가라.
내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가다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더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우리도 이제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IP : 110.13.xxx.3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10.28 10:47 PM (211.55.xxx.97)

    잘 읽었습니다.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한 신해철 목소리 듣고있다가 침울해져서 맘달래려 82에 왔는데 뭔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 2. ..
    '14.10.28 11:45 PM (180.230.xxx.83)

    이젠 다시 만날수 없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
    부럽습니다
    알고나니 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5962 남자가 더 좋아해야 결혼생활이 행복한가요.. 20 헤헤 2014/12/16 12,921
445961 누나 노릇 했습니다. 6 시누이 2014/12/16 1,712
445960 인터넷에 글잘못써서 고소 당해보신분 있으신가요? 5 ,,, 2014/12/16 1,506
445959 헉..jtbc뉴스 보셨나요? 30 경악. . 2014/12/16 22,431
445958 공중파드라마.. 1 요즘. 2014/12/16 520
445957 가계부는 커녕.. 몇년만에 생활비 내역 묻는것에도 화를 내는 .. 50 .. 2014/12/16 6,990
445956 김래원 보니까 정준하 한참 굶어서 살뺄때랑 비슷하네요. 16 뭔드라마인지.. 2014/12/16 6,609
445955 걍 콱 죽고싶네요 7 못난엄마 2014/12/16 1,898
445954 나이들면 원래 이러나요? 3 ??? 2014/12/16 1,180
445953 키보드 안먹힐때 어찌하나요? 1 컴퓨터 2014/12/16 872
445952 요즘 의대를 왜가려는지 모르겠어요 .. 8 .. 2014/12/16 4,041
445951 선본 남자가 자기네 회사 앞으로 오라고 하는데.. 8 gg 2014/12/16 2,380
445950 신약 개발관련 일을 하고싶으면 대학전공은? 6 진로 2014/12/16 808
445949 오늘 당황스러웠던일....(ATM기기안에서) 10 세서미 2014/12/16 2,833
445948 새벽에 도둑들 뻔 했어요!! 4 어쩌죠 2014/12/16 3,599
445947 화장품 동인비 사용 하시는 분 계신가요? 겨울 2014/12/16 618
445946 오븐을 사야할까요? 1 .. 2014/12/16 862
445945 친정엄마 오는게 싫네요 3 아들만셋 2014/12/16 3,280
445944 44살 20 올해 2014/12/16 5,791
445943 양현석씨 부인 활동하던게 예~전인데 이 옷차림 방송가능했었나요?.. 8 옷차림이선정.. 2014/12/16 16,578
445942 1월에 상해가요 저좀 도와주세요~~~ 7 떠나욤 2014/12/16 972
445941 어렵게 살림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118 생활고로 2014/12/16 17,111
445940 국토부 - 사무장 조사 때 대한항공 임원 19분간 동석 - 국토.. 9 조작국가 2014/12/16 1,690
445939 경락 받아보신분 있나요?? 2 로즈마미 2014/12/16 1,422
445938 에휴...여러분들이라면 기분어떠실거 같으세요? 4 기분나쁜.... 2014/12/16 1,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