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해철에 대한 기억 (펌)

나의멘토마왕 조회수 : 2,042
작성일 : 2014-10-28 22:30:03

나는 신해철을 잘 알진 못 한다.
원래 가요에 관심 없어 팬도 아니고...
그런데 잠시나마 만나 봤던 인연으로, 내 동갑인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옛날 생각이 나는 밤이다.

어쩌다 보니 대학 때 알바로 신해철 1집, 2집 앨범을 디자확인인해 주게 됐다.

같은 학번이라 만나자마자 "야. ** 야. 말 까자. 해철이라구 불러."한다.
도도한 왕자병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탈하다.

일 얘기가 대충 끝나고 나니(근데 왕자병은 맞는 거 같았다. 전면에 항상 지 사진 크게 박아달라는 거 보니... ^^) 갑자기 만화방엘 가잔다.
이현세의 아마겟돈이 글케 잼 있는데 아직 안 봤음 함 보라고...
그렇게 두어 시간 같이 만화를 보고 나왔다.
되게 격의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나오고 나서 나한테 자필 사인을 한 앨범을 주겠다고 해서 또 만났는데, "울 엄마가 이거 들으시더니 "한국 믹싱 기술의 승리다. 니 노래도 들을 만하네."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앨범을 준다.
지금도 자필 사인 앨범들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닌다.
지금은 듣기도 힘든 LP판이지만...

2집 때문에 또 몇 번을 만났는데,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매우 소탈하고 거침없으며 격의없는 친구였다.
몇 번 안 만났는데도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하고 솔직하게 대해주고...
대신 자기주장은 무~지 강하다.
입으로 혼자 디자인 다 한다.

그러다 20년 쯤 지나 부산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에 선 해철이를 보게 됐다.
평소에 가요는 듣지 않지만 내가 디자인 해 준 앨범들은 꽤 여러 번 들어본 지라 20년 만에 그의 무대를 보곤 '해철이 많이 컸네... 카리스마 장난 아닌 걸... 왜들 마왕 마왕 하는지 알겠다.' 했다.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가사나 멘트도 남다른 데가 있다.
남다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년만에 봤다고 쌩 깔 거 같진 않았지만 바쁠텐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까진 없을 거 같아 오랜만에 많이 훌륭해진 모습만 보고 왔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 몇 번 만나 봤던 사이지만 근자에 중태설이 나돌아 은근 마음 쓰이던 중 오늘의 비보를 접하고 나니 그간의 기억을 새삼 하나하나 꺼내보게 된다.

열심히 산 아까운 친구야. 편히 잘 가라.
내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가다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더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우리도 이제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IP : 110.13.xxx.3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10.28 10:47 PM (211.55.xxx.97)

    잘 읽었습니다.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한 신해철 목소리 듣고있다가 침울해져서 맘달래려 82에 왔는데 뭔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 2. ..
    '14.10.28 11:45 PM (180.230.xxx.83)

    이젠 다시 만날수 없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
    부럽습니다
    알고나니 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6103 국토부는 왜 전세대신 월세를 선택했을까? 4 ..... 2015/01/15 1,691
456102 밀레니엄의 작가 스티그 라르손..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9 밀레니엄 2015/01/15 1,760
456101 LED등 바꾸는거,전구만 사서 바꾸시면 돼요. 32 아랫글보고 2015/01/15 10,704
456100 인사동 맛집 추천 바랍니다 5 제제 2015/01/15 1,354
456099 남편의 고모부님 돌아가셨는데 저도 가야하나요? 35 질문 2015/01/15 7,342
456098 제가 좀 이상한건지... 1 식성 2015/01/15 625
456097 김연아의 얼굴이 참 좋네요.. 27 wise2 2015/01/15 7,692
456096 쌍용차 노조 만난 마힌드라 “해고자 복직 노력” 2 세우실 2015/01/15 600
456095 아파트 필로티 위 1층? 문의 3 아파트 2015/01/15 1,722
456094 백화점 내 푸드코트 입점 예정입니다.. 조언 좀.. 9 창업 2015/01/15 4,540
456093 시어머니께서 이번 설부터 차례 안지내신대요. 14 ㅇㅇ 2015/01/15 5,804
456092 싱크대 상판에 미세한 금갔는데 그냥 써도 되나요? 1 ,, 2015/01/15 1,045
456091 초등생 집에서 토론하는방법?. 말잘하는방법 키워주는 방법있을까요.. 2015/01/15 1,161
456090 가수 캡틴퓨쳐 아시는분? 7 가수 2015/01/15 663
456089 굳은 가래떡 쉽게 썰수있는방법있나요? 1 흐.. 2015/01/15 797
456088 의자사고서 후회...디쟌이 우선인거 같아요. 11 열공 2015/01/15 2,451
456087 롱샴가방이 울었어요ㅠ 1 해피엔딩을 2015/01/15 1,908
456086 딸아이 좁쌀 여드름 효과 보는 중. 9 초딩맘 2015/01/15 5,088
456085 랄프로렌 화이트 셔츠,, 금방 누래지겠죠? 1 ** 2015/01/15 1,289
456084 자상한 부모 만나는것도 큰복 15 2015/01/15 4,188
456083 고관절 통증 병원 추천해주세요. 1 .. 2015/01/15 5,057
456082 초등 올백 별거 아니라는 말들... 35 ... 2015/01/15 4,964
456081 K·Y 배후설 전해들은 김무성 ”청와대 조무래기들” 격노 外 4 세우실 2015/01/15 1,395
456080 집에 친엄마 오셨는데 정말 스트레스 받아요 7 집에 2015/01/15 3,185
456079 연말정산 고수님들 질문좀 1 ... 2015/01/15 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