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말하는 영혼의 무게다
21그램...
초코바 하나의 무게 정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염을 하는 광경에서 나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할머니의 몸과 얼굴... 모든 것이 작아보였다
부피나 무게를 측정하고 관찰할 겨를도 없이 육체는 영혼이 빠져나간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속설인지 뭔지는 몰라도 나중에 들으니 사람이 죽으면 작아진다고 한다
모르겠다
여기에 과학적인 사고와 오류까지 계산해 넣기엔 나의 확신이 너무 강하다
그럴 필요를 느끼질 못하겠다
신을 만났고 구원을 얻으며 산다는 친구의 말을 못 믿는 것처럼...
나 또한 나의 경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지 않는다
올해만 친구 부모님의 장례에 철마다 다녀왔다
마치 날 잡아 어디 여행이라도 단체로 가시듯 순번을 정한 것처럼 그리들 가셨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
오며가며 마주치던 동에 사람 아무개가 죽었단 소식도
잠시지만 머뭇거리게 되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어진다는 건...
사는 거에 아직도 서툰 나의 머리로는 상상불가다
죽음은 무슨 대단한 준비를 하고 오지 않는다
아침 자명종 울리듯이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와서는 낚아채간다
출근길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처럼...
한숨 자고 일어난 1살 딸은 그렇게 아빠가 없어졌다
오늘은
마른 낙엽도 못 밟겠다
그 부스러지는 소리가 좋아 부러 꾹꾹 눌러다녔는데
그리 말라 비틀어 떨어지기까지 얼마나 용을 쓰고 버티다 갔을려나...
서로 다른 욕망에 싸우지만
어차피 최종 목적지는 그곳이다
사자의 서를 보면 죽음의 길를 가는 여정이 나온다
난 그 책을 읽었을 때 신비한 경외감보다는
아..죽어서까지 영혼이 순례해야하는 몫이 남았다는 것에 피곤하다
생각이라는 것이 멈추고 정말 끝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1그램이라는 영혼의 무게가 신경질과 감동과 호기심을 부추기는 에너지를 준다 해도
죽음이 다른 윤회를 위한 과정이기를 바라진 않는다
그냥 완전한 마침표
그 뒤에 말 줄임표도 쉼표도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