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정도면 살만하네

딸이 갑 조회수 : 1,928
작성일 : 2014-10-27 18:27:10
시댁은 종가이고 저는 맏며느리.
이십여년 전 시집왔을때만해도, 제사때마다 그 많은(종류도 종류지만 그 엄청난 양...) 음식들
만들고, 먹고, 치우고...온 손님들마다 손에 바리바리 음식 싸서 들려 보내는 것도 큰 일이었죠.
음식 장만하는 사이사이 좀 중요한? 손님들 오시면 그때마다 상 한번씩 따로 차려내야 했고 말이죠.
김장때도, 가락시장서 날배추 사다가(이백포기쯤 됐었나?) 절이고 씻고 속만들고 버무리려면
꼬박 이틀은 월차라도 내가며 담가야했었고요.
설엔 그 많은 만두, 일일이 만두피까지 밀어가며 빚어댔죠. 사는 만두피는 맛없다나 뭐라나 ㅡ.ㅡ
그러다 몇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제사준비 중간에 오는 손님들에게 한상식 봐서 안기는걸 안하기 시작했고(시간 맞춰 오라고
시어머니가 미리 전화를 쫙 돌리셨죠),
진심인지는 몰라도 일단 사양하는 손님에겐 굳이 음식을 싸주지 않구요. 그러자니 음식 양도 줄였죠.
김장도, 해남인가 어디에서 절여오는 배추로 바꿨어요. 정말 일이 반으로 줄었어요.
만두 역시 수년전부터는  찹쌀만두피를 사다가 빚게 되었네요.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바뀌게 된 계기.
어머니의 딸들...즉, 제 시누이들이 하나씩 시집을 간거죠.
저희같이 대대로 내려온 종가는 아니라도
어째껀 제사나 명절을 지내야하는 며느리가 된거예요.
게다가 금쪽같이 아끼고 그 딸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을 막내딸은
어느집 맏며느리가 됐구요.
시집간 딸들 한번씩 징징대는 소리 들을때마다 뭔가 깨달음이 있으셨던 모양이예요.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지요.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지...별개로 생각하고 고집 안 꺾으실 수도 있는데 말이죠.
작년부터 딸들은 김장 안하고 사 먹는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럴 일은 없지만, 대신 딸들에게 김장 한통씩 주시던거, 안 주신다네요.
덕분에 올해는 최소 절인배추 이십킬로는 덜 사도 될듯해요 ㅎㅎㅎㅎ

IP : 14.32.xxx.9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27 6:31 PM (122.32.xxx.12)

    이렇게 바뀌는 분들도..있지만..
    안 바뀌는...사람도..
    끝까지..딸은 딸이고..며느리는 며느리..
    울 시엄니가 이러세요...
    정확하게 딱 구분 지어 행동 하신다는...
    님 시어머님이 타고난 성격이... 좋으신분 같다면서..
    저희 시어머님은 타고난 성격도 장난 아니신데 거기에 어마무시한 시집살이가 더해져서...
    장난 아니시거든요...

  • 2. 맞아요
    '14.10.27 6:35 PM (14.32.xxx.97)

    제가 고마워하는 부분도 그거예요.
    수용할줄 아시니까 말이죠.히유...

  • 3. 맞아요
    '14.10.27 6:36 PM (14.32.xxx.97)

    히유...를 붙인 이유는 ㅋㅋ
    시누이들 늦게나마 시집 가 준게 너무 다행스러워서예요 ㅎㅎㅎㅎ

  • 4. 원글님도
    '14.10.27 6:44 PM (93.194.xxx.219)

    그 바뀜에 감사하는 맘을 가지신게 보기 좋네요...

  • 5. 어머나..
    '14.10.27 7:17 PM (58.140.xxx.162)

    그 연세에.. 진짜진짜 흔치 않은 분이세요. 그리 역지사지 하시고 생각만으로 넘어가지 않고 현실을 바꾸시다니요, 그것도 일가친척 여러 명이랑 관계되는 일인데..
    그래서..
    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 있다니깐요^^

  • 6. 어머
    '14.10.27 7:23 PM (14.32.xxx.97)

    진짜진짜 흔치 않은...정도인거군요? 와우~ 더욱 감사해야겠어요 ^^
    저까지는 최선을 다해보려구요.
    하지만 제 며느리들에겐 안 시킬랍니다.. 쉿!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4588 열등감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분들이 많네요 19 닭까기아사오.. 2015/01/11 5,644
454587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와 유사한 일이 앞으로더 많이 발생할 것 .. 3 참맛 2015/01/11 1,623
454586 분유수유아기 유산균 좀 알려주세요~ 3 무얼먹여야,.. 2015/01/11 957
454585 저 안경 들고 안경한 곳. 다시 가면 욕 먹는 거죠? 17 어떡하지 2015/01/11 5,247
454584 그럼 자기도 결혼안했으면서 결혼안한사람 비웃는거는 왜 그런가요?.. 6 rrr 2015/01/11 1,475
454583 여승모원 위증죄로 처벌안되나요? 5 봉자 2015/01/11 2,383
454582 여승무원들 신상 털리는거, 타격받거나 벌이 되나요 ? 10 ........ 2015/01/11 8,031
454581 이이제이ㅡ 김어준 주진우는 무죄다!!! 5 11 2015/01/11 1,257
454580 다음 검색어 1위 정승연, 3위 임윤선 떴네요 9 ... 2015/01/11 4,178
454579 알러지 심한 사람 ,새치 염색은 꼭 해야하는데 방법 없나요 13 40대 2015/01/11 3,323
454578 백화점 vip 가 지하주차장에 직접 주차하나요? 13 ㅁㅁ 2015/01/11 4,496
454577 온수탱크가 부억옆에 있는 거 괜찮나요? 미국아파트 2015/01/11 542
454576 멀티가 안되는 바쁜사람과의 연애는 너무 힘드네요. 2 초록 2015/01/11 1,976
454575 멋대로 말 툭툭 내뱉는 자녀 어떻게 훈계를 해야 할까요? 1 헛삶 2015/01/11 864
454574 낙하산이 집에 있으면 좋겠죠? 2 2015/01/11 1,147
454573 냉동실에 3개월있던 떡갈비 먹어도될까요? 1 Gg 2015/01/11 885
454572 사귀기 초반에 어디까지 믿어줘야하나요.. 6 ??????.. 2015/01/11 1,215
454571 본인아니에요 친인척도 아님ㅎㅎ 14 논점 2015/01/11 3,256
454570 빌보 디자인나이프 디저트접시랑 브레드 접시 3 리마 2015/01/11 2,393
454569 부산분들 빵집 알려 주세요. 18 ... 2015/01/11 2,798
454568 독일에 비오텀 화장품이랑 cmb비누는 어디 파는지 아시나요? 6 독일 2015/01/11 1,407
454567 라쿤털검은색... ㅎㅎ 2015/01/11 528
454566 문제되는 승무원이 두명인데 교수자리가 땅콩준 승무원이 아니군요 2 하지메 2015/01/11 3,582
454565 카스의 "친구의 공유허용"은 무슨뜻인가요? 1 민폐싫어 2015/01/11 1,743
454564 유난 떤다고...당장 남편부터 타박하지만. 2 불매불매 2015/01/11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