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귀촌하신지 십년 가까이 되셨는데, 한달에 한번 정도 서울에 일이 있으면 저희 집(딸)에 오세요.
아버지와 남편과 저녁을 같이 먹다가
군대 얘기가 나왔어요. 추억 얘기를 하시는데 듣기 좋더라고요.
그 시절 일부러 전방을 가려고 애썼는데도, 후방에서도 아주 편한데 있었다며.
담당했던 일이 특수했던 일이라, 그때 기껏해야 두명 세명이 같은 막사에서 생활했다고.
그러니 지금처럼 왕따니 그런게 있었겠냐고. 그냥 가족같았다고.
나는 일병이고, 그는 상병이었는데 다림질을 못하는 내 바지까지 고참이 다려줬을 정도로
그렇게 계급관계 없이 친했다고. 순박하고 착했던 그 분이 보고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고향이 어디이고, 이름이 무엇인데, 꼭 한번 보고싶다고 말하는 표정이 좋아서
검색창에 그분 이름과 고향을 쳐봤는데
무슨 카페에 가입을 하느라고
이름과 전화번호 나이가 써 있더라고요.
나이가 차이가 나긴 했지만, 만으로 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혹시 찾는 그분이 아니어도 그정도 연배가 되신 어른들이니 이해를 해주시지 않을까 해서
아버지가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누구씨 맞느냐, 혹시 고향이 어디 아니냐 했더니
맞는데요. 하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그때부터 떨리더라고요.
목소리가 조금 올라가더니 그럼 혹시 미사일부대 있지 않았냐고 하니
맞다고 하니까. 대번에 본인 이름을 대면서 그런 사람 아느냐 물었고
그럼 알지요, 하는 소리에 울컥 하시면서 나 누구다, 너무 반갑다 하는데
옆에서 보던 저와 남편도 찡하고 감격하고 그랬어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면서, 아 반갑다 정말 반갑다 혼잣말을 큰소리로 하시고
그분도 주무실라고 누웠다가 생각지도 못한 반가움에 어떨떨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가 전해지더라고요.
아버지가 우리 딸 고맙다며 제게 악수를 건네시는데, 평소같으면 어색해서 피했을 일인데
손한번 꽉 잡아드렸어요.
그냥. 이 기분을 누구와라도 나누고 싶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