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귈 필요성을 못 느끼겠어요. 혼자 있는게 너무 좋아요. 고독 외로움 이런 건 정의만 알지 정말 체감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 학창시절 때 부터 우리나라는 혼자 다니고 혼자 행동하면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짙으니까 친구 몇 명이랑 다니긴 했지만 그렇게 속마음 털어놓는 편은 절대 아니었고요. 그냥 얘기하면 들어주고 적정선 지키는 사이? 그런데도 그런 제 모습이 오히려 믿음직하다고 느껴졌는지 친구들은 힘든 일 괴로운 일 다 말하면서 의지하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싫은 말 한 번 안하고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때문에 필연적으로 입이 무거운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모습이 믿음직하게 느껴졌나봐요. 자신의 약점이나 다름없는 걸 말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걸 많이 부족한 저한테 털어놓는 친구들에게 정말 고마움도 많이 느꼈고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 힘썼지만 그래도 언제나 부담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더라고요. 사실 네 일에 그렇게 많이 관심있지는 않아, 진심으로 도와주는 게 아냐, 나 좀 내버려둬... 이런 복합적인 마음. 입시 때는 하루종일 학교에 있으니까 친구들과 부대끼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싶으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화장실 좁은 칸막이에 혼자 있는 기분이 얼마나 각별하던지요. 비록 냄새 나고 더러울 지언정 그마저도 잊게하는 행복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학교 졸업하고는 언제나 누군가 저한테 다가오면 적정선 딱 지키고 더 이상 못 넘기게 담을 쌓게 됩니다. 너무 좋은 사람인 걸 알고, 그 사람이 저와 정말 친해지고 싶다는 의사를 계속 내비쳐도요. 제가 진심으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데 같이 지내는 것도 그 사람한테는 못할 짓이라 생각되서...
독거노인으로 늙어죽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여전히 혼자가 좋아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온지 수십년인데 이런 저를 어머니께서는 전혀 이해 못하시네요. 워낙 활달하고 얘기하길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시는 정말 저와는 정반대의 분이십니다. 진짜 어둠과 빛 같아요. 어떻게 이리 다른 모녀가 있나 서로 생각할 겁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걱정되셔서 친구 좀 만나고 해라, 왜 이성을 안 사귀냐 닦달하시지만 이제 주변 사람들한테까지 제가 문제가 있는것 같다고 토로하시는 어머니를 보니 화도 좀 나고 마음이 심란스럽습니다.
제가 이상한 걸까요? 딱히 사람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받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혼자가 좋아요. 이런 저 개선해야 하나요? 어머니 말씀따나 평생 혼자 살기엔 얼마나 힘든 세상인데 지금부터라도 억지로 친구 만나고 남편감 찾아다녀야 할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