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날 나는 뒈졌다...
친구는 생리전 증후군이 올 때마다
이 디진다 돈까스를 먹고 속을 확 뒤집는단다
미각의 고통이 주는 쾌감이 여기에 따르는 모양이다
하도 겁을 주기에 어쨌든 먹는 음식이 뭐 얼마나 하겠는가
아주 시니컬하게 따라 나섰다
친구는 편의점에 들러 우유 1000리터를 산다
무슨 전쟁터 가기 전 총을 장전하는 병사다
그러고는 일장 주의사항을 들려준다
한입 먹고 아니디 싶으면 백기를 들어라
자기가 몸을 비틀고 손을 떨어도 절대 말리지 마라....(진짜 친구는 혼비백산 지경으로 먹었다)
이게 참... 으름장을 놓고 겁을 주고 하니 더 먹고 싶은 거라...
가게 입구부터 풍기는 매캐한 풍미...
사람들의 얼굴이 죄다 벌겋다...
이 망할 호기심이 발동하면 기어이 겪어봐야 흥을 놓는다
친구는 하 나도 양이 많고 난 처음이니 하 나 시켜 나눠 먹자고 하는데
무슨소리?...!
각자 시켜!!!
디진다 돈까스가 왔다
소스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거의 핏빛에 가까운 붉은 물결이 철철 흐른다
병든 닭처럼 졸린 눈이던 친구의 동공이 빛이 난다
굵고 큼직하게 썰어 가지런하게 정렬한 뒤 우유로 입을 열고
한 입 넣었다
오 마이 갓...!!!!!!!
가시가 입안을 휘젓고 다니며 사방팔방 미친 듯이 찌른다
음식이 악랄하다 생각되기는 처음
게다가 불구덩이처럼 뜨겁다
친구가 준 식빵으로 피를 틀어막듯이 입에 쑤셔넣었다
지혈이 안 된다..
여운이 지날수록 매운 기는 코로 눈으로 입으로 흐른다
친구는 내 말이 "맞지 맞지?"하며 즐거워 하고
얼얼한 입은 지금 당장 생니를 뽑는다 해도 모를 만큼
마비됐다...
손님들의 단말마 같은 비명...
종업원들은 익숙하단 듯이 시큰둥 음식을 나르고
주인장 아저씨의 뿌듯한 미소...
뻘건 소스 옆에 찌그러진 1000미리 우유가 청초하구나...ㅠ
처음 이 소스를 개발한 주방장은 쾌재를 부르며
"디진다 "라는 제목을 붙였겠지...
정말 디질 수도 있겠다
임산부에게는 한 입의 시식도 금한단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