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생-출근 첫날의 장그래를 보며

고마워미생 조회수 : 2,448
작성일 : 2014-10-21 22:35:31

저는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

장그래처럼 아무 스펙이고 준비고 뭐고 없이 ..

그냥 그저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

학교 다니면서는 연애니 운동이니 어설픈 지식쌓기 따위에 이발 저발 담그며 시간을 보냈어요 . 사회에 나가 치열하게 싸워 이겨서 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

게으르고 나태했죠 .

그러다 운 좋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우연찮게 연이 닿아 발을 딛게 됐어요 .

첫날 , 도무지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지 ,

여기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인지 ,

나 외의 모두는 각자 자신의 몫을 잘 해내고 있는 , 나보다 훨씬 더 앞선 이들인 것만 같았던 ..

그래서 주눅 들고 바짝 긴장해 ,

나를 향해 ( 지금 생각해보면 실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건데 )

멸시나 , 깔보거나 얕잡아보는 듯한 시선에 어쩔 줄 몰랐어요 .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못하고 그냥 제 일만 할 수밖에 없었어요 .

모두가 퇴근하고 텅 빈 , 그 넓디 넓은 사무실에서 혼자 엄청난 양의 물품들을 처리하던 저녁이 ,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 이렇게 가을비가 축축히 내리던 서울 , 러시아워의 불빛 , 술집과 식당을 채운 직장인들 , 광화문의 차가운 거리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 장그래가 내려다보던 , 지나치며 걷던 그 서울의 불빛과 골목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 모두 나와는 다른 세상 , 그렇지만 이제 내가 어떻게해서든 파고들어 버텨야만 하는 그곳의 모습 ....

저는 이제 40 대 중반 ,

성공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 그냥 제 전공 연장해서 이 나이까지 남들 받는 만큼 비슷하게 받으며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 부끄럽지는 않게 살아요 . 물론 저보다 더 알뜰하고 열심히 사신 분들 앞에서는 부끄럽지만 .

첫날 ,

장그래는 집에 돌아와 자신을 후회합니다 .

‘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림받은 것이다 .’

나도 그랬어요 .

하지만 20 대의 나에게 돌아가 말해주고 싶어요 .

다 별것 아니라고 , 시간이 지나면 모두 별 것 아니게 된다고 .

그리고 새로운 자신의 선택에 장그래가 스스로 말합니다 .

‘ 길은 걷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있는 것이다 ’

맞아요 . 이건 모두 과정일 뿐이에요 .

목표는 직장 , 직위 , 내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앞으로 보여주겠지요 .

정말 좋은 원작 , 좋은 스토리 , 오랜만에 삘 받았어요 ㅎ

IP : 218.156.xxx.21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21 10:37 PM (175.215.xxx.154)

    일부러 토하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요
    천식 아닌가 싶어요
    제가 천식인데 당황하거나 하면 숨쉬는게 힘들어지면서 구역질을 하거든요

  • 2.
    '14.10.21 10:40 PM (110.13.xxx.37)

    저도 계약직을 전전햇던 사람인데요.. 미생 웹툰에 연재될때.. 매번 컴앞에서 대기하면서 보았어요..
    특히 계약직의 설움에 대한 장면에서는 눈물이 찔끔..

    그때 만화 본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에 댓글들이 진짜 주옥같았는데..

    어느 분이 전업주부인 자기 아내가 이 만화를 좀 읽었으면 좋겠다고...
    (저도 지금은 전업입니다만..)

  • 3. ㅇㅇ
    '14.10.21 11:12 PM (175.198.xxx.124)

    글을 참 잘쓰시네요. 잘 읽었어요.
    저도 미생 보며 처음 일했던 직장이 생각나더라구요. 십몇년동안 한번도 생각 안하고 살았었는데.. 장그래처럼 복사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제가 떠오르면서 가슴 한편이 아리더군요.

  • 4. 나는 아직
    '14.10.22 12:05 AM (211.202.xxx.145)

    나는 아직 그런 세상 지지하지 않아

    아 진짜 명대사, 눈물이 쏙 나네요 ㅎ
    만화에서도 디테일이 짱였는데
    드라마는 또 드라마대로 조직 안에서의 디테일이 생생하게 잘 추가된 듯...
    진짜 재밌네요 ㅎㅎㅎㅎ

  • 5. 원글님 부럽~
    '14.10.22 12:14 AM (125.177.xxx.190)

    제 또래신데 어엿한 직책이 있으시고..ㅎㅎ

    저는 장그래 어리버리할 수 밖에 없었던 첫날 모습 보면서
    앞으로 어디든 재취업을 하면 저게 내 모습 아닐까.. 그런 생각했어요.
    그 복사기 저도 생소하더라구요.ㅎ
    미생 드라마도 정말 잘 만들었어요.

  • 6.
    '14.10.24 3:31 PM (112.217.xxx.67)

    시완이가 복사기가 어디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 몰라하는 장면 보면서 저도 제가 처음 입사해서 복사할 때 생각이 나더군요...
    그냥 눈과 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복사인데 그게 어려워 보이고 힘들어 보이고 막 그러면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9364 명의도용방지 유료 사용 gkgk 2014/10/25 424
429363 지적으로 생긴 여자 참 없는것 같아요 98 세심관찰 2014/10/25 39,172
429362 도배대신 회벽으로 벽처리하신분 계신가요? 2 아파트수리 2014/10/25 1,443
429361 오란다의 그 둥글둥글한과자만 따로 사고싶은데요. 3 ... 2014/10/25 1,379
429360 지방에서 결혼식오는친구. 차비는 주는줄.. 19 ... 2014/10/25 17,557
429359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딸.. 누가 이길까요 11 모녀 2014/10/25 4,145
429358 남편 회사사람들이랑 캠핑보내시나요? 4 dd 2014/10/25 1,002
429357 영어 문제 설명 좀 해 주세요 3 영어 문제 .. 2014/10/25 596
429356 에어쿠션 추천해주세요 12 화사한 피부.. 2014/10/25 3,540
429355 요즘 사이비 종교 판치네요... 2 풍오하 2014/10/25 1,277
429354 개가열이나고혈뇨를봐요 11 흑흑 2014/10/25 1,272
429353 혼자 신라호텔왔는데 야외수영장ㅠㅠ 30 아흑 2014/10/25 19,502
429352 밥반찬 잘 차리는 책 - 이미옥 , 요리책 쉽고 맛있네요 1 ... 2014/10/25 1,709
429351 저녁 맛나게 먹고 지갑 없어 맨붕..ㅋ 19 식당 2014/10/25 11,733
429350 삐라에 달러 들어가 있는거 아세요? 진짜 dog짜증 4 돈g롤 2014/10/25 1,610
429349 우결 보세요?..(김소은 송재림) 6 ㅇㅇ 2014/10/25 3,095
429348 갈비탕 누린내는 어떻게 없애나요?? 4 갈비탕 2014/10/25 1,705
429347 제일평화ㅣ장 옷값 어느정도 하나요? 5 나도 옷.. 2014/10/25 2,303
429346 부활 새 보컬 김현식 닮았어요. 9 와~~ 2014/10/25 2,030
429345 아이반 엄마와의 기브앤테이크.. 어떤가요 15 계속 맘쓰여.. 2014/10/25 3,944
429344 대봉감을 사왔는데 단단하네요...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4 참말로 2014/10/25 1,514
429343 혹시 add(애드)라는 브랜드 아시는분 계세요 ? 3 동지 2014/10/25 1,149
429342 이번 분기에도 경제 성장률 0%대래요ㅠㅠ 5 아기사랑중 2014/10/25 1,491
429341 친구가 저한테 이런거 서운할까요? 3 ........ 2014/10/25 1,206
429340 화장품에 쓰는 돈도 의미없나요? 32 화장품 2014/10/25 1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