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생-출근 첫날의 장그래를 보며

고마워미생 조회수 : 2,463
작성일 : 2014-10-21 22:35:31

저는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

장그래처럼 아무 스펙이고 준비고 뭐고 없이 ..

그냥 그저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

학교 다니면서는 연애니 운동이니 어설픈 지식쌓기 따위에 이발 저발 담그며 시간을 보냈어요 . 사회에 나가 치열하게 싸워 이겨서 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

게으르고 나태했죠 .

그러다 운 좋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우연찮게 연이 닿아 발을 딛게 됐어요 .

첫날 , 도무지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지 ,

여기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인지 ,

나 외의 모두는 각자 자신의 몫을 잘 해내고 있는 , 나보다 훨씬 더 앞선 이들인 것만 같았던 ..

그래서 주눅 들고 바짝 긴장해 ,

나를 향해 ( 지금 생각해보면 실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건데 )

멸시나 , 깔보거나 얕잡아보는 듯한 시선에 어쩔 줄 몰랐어요 .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못하고 그냥 제 일만 할 수밖에 없었어요 .

모두가 퇴근하고 텅 빈 , 그 넓디 넓은 사무실에서 혼자 엄청난 양의 물품들을 처리하던 저녁이 ,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 이렇게 가을비가 축축히 내리던 서울 , 러시아워의 불빛 , 술집과 식당을 채운 직장인들 , 광화문의 차가운 거리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 장그래가 내려다보던 , 지나치며 걷던 그 서울의 불빛과 골목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 모두 나와는 다른 세상 , 그렇지만 이제 내가 어떻게해서든 파고들어 버텨야만 하는 그곳의 모습 ....

저는 이제 40 대 중반 ,

성공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 그냥 제 전공 연장해서 이 나이까지 남들 받는 만큼 비슷하게 받으며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 부끄럽지는 않게 살아요 . 물론 저보다 더 알뜰하고 열심히 사신 분들 앞에서는 부끄럽지만 .

첫날 ,

장그래는 집에 돌아와 자신을 후회합니다 .

‘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림받은 것이다 .’

나도 그랬어요 .

하지만 20 대의 나에게 돌아가 말해주고 싶어요 .

다 별것 아니라고 , 시간이 지나면 모두 별 것 아니게 된다고 .

그리고 새로운 자신의 선택에 장그래가 스스로 말합니다 .

‘ 길은 걷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있는 것이다 ’

맞아요 . 이건 모두 과정일 뿐이에요 .

목표는 직장 , 직위 , 내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앞으로 보여주겠지요 .

정말 좋은 원작 , 좋은 스토리 , 오랜만에 삘 받았어요 ㅎ

IP : 218.156.xxx.21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21 10:37 PM (175.215.xxx.154)

    일부러 토하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요
    천식 아닌가 싶어요
    제가 천식인데 당황하거나 하면 숨쉬는게 힘들어지면서 구역질을 하거든요

  • 2.
    '14.10.21 10:40 PM (110.13.xxx.37)

    저도 계약직을 전전햇던 사람인데요.. 미생 웹툰에 연재될때.. 매번 컴앞에서 대기하면서 보았어요..
    특히 계약직의 설움에 대한 장면에서는 눈물이 찔끔..

    그때 만화 본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에 댓글들이 진짜 주옥같았는데..

    어느 분이 전업주부인 자기 아내가 이 만화를 좀 읽었으면 좋겠다고...
    (저도 지금은 전업입니다만..)

  • 3. ㅇㅇ
    '14.10.21 11:12 PM (175.198.xxx.124)

    글을 참 잘쓰시네요. 잘 읽었어요.
    저도 미생 보며 처음 일했던 직장이 생각나더라구요. 십몇년동안 한번도 생각 안하고 살았었는데.. 장그래처럼 복사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제가 떠오르면서 가슴 한편이 아리더군요.

  • 4. 나는 아직
    '14.10.22 12:05 AM (211.202.xxx.145)

    나는 아직 그런 세상 지지하지 않아

    아 진짜 명대사, 눈물이 쏙 나네요 ㅎ
    만화에서도 디테일이 짱였는데
    드라마는 또 드라마대로 조직 안에서의 디테일이 생생하게 잘 추가된 듯...
    진짜 재밌네요 ㅎㅎㅎㅎ

  • 5. 원글님 부럽~
    '14.10.22 12:14 AM (125.177.xxx.190)

    제 또래신데 어엿한 직책이 있으시고..ㅎㅎ

    저는 장그래 어리버리할 수 밖에 없었던 첫날 모습 보면서
    앞으로 어디든 재취업을 하면 저게 내 모습 아닐까.. 그런 생각했어요.
    그 복사기 저도 생소하더라구요.ㅎ
    미생 드라마도 정말 잘 만들었어요.

  • 6.
    '14.10.24 3:31 PM (112.217.xxx.67)

    시완이가 복사기가 어디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 몰라하는 장면 보면서 저도 제가 처음 입사해서 복사할 때 생각이 나더군요...
    그냥 눈과 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복사인데 그게 어려워 보이고 힘들어 보이고 막 그러면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5736 주변에 권하고 싶은 책 9 하나 2015/01/14 1,904
455735 다이슨무선청소기 dc35쓰시는분 계세요? 2 다이슨무선 2015/01/14 1,641
455734 보육교사는 뽑는 기준자체가,,,할거없으면 그냥... 4 ... 2015/01/14 1,511
455733 도시가스비용... 9 치자향기 2015/01/14 2,270
455732 목소리 안높이면 안들어쳐먹는 갑질권하는 사회 3 참나 2015/01/14 1,166
455731 부모님이 실거주로 오피스텔 산다고 하시는데, 괜찮을까요? 10 ㅂㅈㄷㄱ 2015/01/14 7,964
455730 보험금 청구했는데 예상보다 더 나왔어요 6 날다 2015/01/14 2,911
455729 음식값 카드결제하고 꼭 영수증 받고 확인하세요~!!! 21 멘붕 2015/01/14 7,073
455728 오피스텔 중앙난방에 공용세탁기인데 괜찮을까요 1 라라 2015/01/14 1,055
455727 기술이 최고라고 하는데.. 8 여자 2015/01/14 4,216
455726 수줍음많고 딱딱한여자는 어떤남자를 만나야하나요? 3 ㄹㄹ 2015/01/14 2,666
455725 저 잘 헤어 진걸까요...? 6 결혼은언제 2015/01/14 1,557
455724 제가 너무 무능력해서 죽고 싶네요ㅠ 7 .... 2015/01/14 3,290
455723 다 뚱뚱하신가요? 15 단거 잘드시.. 2015/01/14 4,284
455722 친정집 거래좀 봐주세요. 9 ㅂㅈㄷㄱ 2015/01/14 2,658
455721 남편머리카락이 너무 빠져요 장도 너무 예민~ 2 ^^ 2015/01/14 718
455720 괜찮은 패딩 세일품들은 다 품절이네요 ㅠㅠ 2 .. 2015/01/14 2,162
455719 아껴쓰는거 넘 힘들어요. 1 절약 2015/01/14 1,487
455718 월세 40만∼80만원 임대주택.. 중산층에게 통할까 세우실 2015/01/14 917
455717 발레전공은 얼마나 드나요? 3 지인딸 2015/01/14 10,872
455716 서울에 있는 대학다니는 여대생들 한달 생활비 얼마? 10 ㅇㄱ 2015/01/14 3,260
455715 연차유급휴가요... 2 .. 2015/01/14 672
455714 조민아가 만든 빵 선물 들어와서 먹어봤는데 맛 더럽게 없어요;;.. 7 아무거나잘먹.. 2015/01/14 5,494
455713 영어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요 1 영어 2015/01/14 817
455712 갤럭시s4 번이나 기변하려는데요. .. 2015/01/14 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