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생-출근 첫날의 장그래를 보며

고마워미생 조회수 : 2,441
작성일 : 2014-10-21 22:35:31

저는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

장그래처럼 아무 스펙이고 준비고 뭐고 없이 ..

그냥 그저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

학교 다니면서는 연애니 운동이니 어설픈 지식쌓기 따위에 이발 저발 담그며 시간을 보냈어요 . 사회에 나가 치열하게 싸워 이겨서 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

게으르고 나태했죠 .

그러다 운 좋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우연찮게 연이 닿아 발을 딛게 됐어요 .

첫날 , 도무지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지 ,

여기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인지 ,

나 외의 모두는 각자 자신의 몫을 잘 해내고 있는 , 나보다 훨씬 더 앞선 이들인 것만 같았던 ..

그래서 주눅 들고 바짝 긴장해 ,

나를 향해 ( 지금 생각해보면 실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건데 )

멸시나 , 깔보거나 얕잡아보는 듯한 시선에 어쩔 줄 몰랐어요 .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못하고 그냥 제 일만 할 수밖에 없었어요 .

모두가 퇴근하고 텅 빈 , 그 넓디 넓은 사무실에서 혼자 엄청난 양의 물품들을 처리하던 저녁이 ,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 이렇게 가을비가 축축히 내리던 서울 , 러시아워의 불빛 , 술집과 식당을 채운 직장인들 , 광화문의 차가운 거리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 장그래가 내려다보던 , 지나치며 걷던 그 서울의 불빛과 골목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 모두 나와는 다른 세상 , 그렇지만 이제 내가 어떻게해서든 파고들어 버텨야만 하는 그곳의 모습 ....

저는 이제 40 대 중반 ,

성공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 그냥 제 전공 연장해서 이 나이까지 남들 받는 만큼 비슷하게 받으며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 부끄럽지는 않게 살아요 . 물론 저보다 더 알뜰하고 열심히 사신 분들 앞에서는 부끄럽지만 .

첫날 ,

장그래는 집에 돌아와 자신을 후회합니다 .

‘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림받은 것이다 .’

나도 그랬어요 .

하지만 20 대의 나에게 돌아가 말해주고 싶어요 .

다 별것 아니라고 , 시간이 지나면 모두 별 것 아니게 된다고 .

그리고 새로운 자신의 선택에 장그래가 스스로 말합니다 .

‘ 길은 걷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있는 것이다 ’

맞아요 . 이건 모두 과정일 뿐이에요 .

목표는 직장 , 직위 , 내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앞으로 보여주겠지요 .

정말 좋은 원작 , 좋은 스토리 , 오랜만에 삘 받았어요 ㅎ

IP : 218.156.xxx.21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21 10:37 PM (175.215.xxx.154)

    일부러 토하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요
    천식 아닌가 싶어요
    제가 천식인데 당황하거나 하면 숨쉬는게 힘들어지면서 구역질을 하거든요

  • 2.
    '14.10.21 10:40 PM (110.13.xxx.37)

    저도 계약직을 전전햇던 사람인데요.. 미생 웹툰에 연재될때.. 매번 컴앞에서 대기하면서 보았어요..
    특히 계약직의 설움에 대한 장면에서는 눈물이 찔끔..

    그때 만화 본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에 댓글들이 진짜 주옥같았는데..

    어느 분이 전업주부인 자기 아내가 이 만화를 좀 읽었으면 좋겠다고...
    (저도 지금은 전업입니다만..)

  • 3. ㅇㅇ
    '14.10.21 11:12 PM (175.198.xxx.124)

    글을 참 잘쓰시네요. 잘 읽었어요.
    저도 미생 보며 처음 일했던 직장이 생각나더라구요. 십몇년동안 한번도 생각 안하고 살았었는데.. 장그래처럼 복사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던 제가 떠오르면서 가슴 한편이 아리더군요.

  • 4. 나는 아직
    '14.10.22 12:05 AM (211.202.xxx.145)

    나는 아직 그런 세상 지지하지 않아

    아 진짜 명대사, 눈물이 쏙 나네요 ㅎ
    만화에서도 디테일이 짱였는데
    드라마는 또 드라마대로 조직 안에서의 디테일이 생생하게 잘 추가된 듯...
    진짜 재밌네요 ㅎㅎㅎㅎ

  • 5. 원글님 부럽~
    '14.10.22 12:14 AM (125.177.xxx.190)

    제 또래신데 어엿한 직책이 있으시고..ㅎㅎ

    저는 장그래 어리버리할 수 밖에 없었던 첫날 모습 보면서
    앞으로 어디든 재취업을 하면 저게 내 모습 아닐까.. 그런 생각했어요.
    그 복사기 저도 생소하더라구요.ㅎ
    미생 드라마도 정말 잘 만들었어요.

  • 6.
    '14.10.24 3:31 PM (112.217.xxx.67)

    시완이가 복사기가 어디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 몰라하는 장면 보면서 저도 제가 처음 입사해서 복사할 때 생각이 나더군요...
    그냥 눈과 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복사인데 그게 어려워 보이고 힘들어 보이고 막 그러면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8801 공덕역 근처에 맛있는 돈까스집 있어요? 1 어디 2014/10/23 836
428800 언니들 저 오늘 면접봐요,, 힘내라고 응원 좀 해주세요. 5 화이팅! 2014/10/23 685
428799 배즙이나 도라지즙 선물해 보신 분~~~ 7 고민 2014/10/23 1,533
428798 밥이 하기 싫어요 ㅜ 1 2014/10/23 947
428797 너무 짠 우메보시.. 어떻게 처치할까요. 4 소금덩어리 2014/10/23 943
428796 태아보험 내일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정답이 없어 힘드네요 11 결정장애 2014/10/23 1,436
428795 색조화장 하시는 분들... 3 긍정^^ 2014/10/23 1,027
428794 문화대통령 어디갔어?..개코에 밀린 서태지 14 반나절1위 .. 2014/10/23 2,138
428793 시댁에서 자녀계획 참견하는거 너무 화나요.. 5 행복 2014/10/23 1,689
428792 지금이 제 인생의 두번째 절정기인 것 같아요 3 고독한대식가.. 2014/10/23 2,399
428791 대학 입학이 가장 쉬웠어요? 대단한모정 2014/10/23 745
428790 무슨광곤지 우리 82님들 부탁드려요 동률오빠 2014/10/23 273
428789 요즘 꼬막이 왜이리 비싸죠? 2 ㅜㅜ 2014/10/23 1,079
428788 색 바랜 옷 맥주에 담궈 놓으면 된다던데 그대로이네요. 4 2014/10/23 7,539
428787 지나가는 여학생한테 큰실수를했어요 8 눈치없는이 2014/10/23 3,361
428786 궁금합니다. 1 고춧가루가 .. 2014/10/23 325
428785 '왔다 장보리' 배우 성혁 '1대100' 우승 상금 5천만원 기.. 3 ㅋㅋㅋ 2014/10/23 3,551
428784 ........... 14 익명 2014/10/23 3,040
428783 신해철 소식 6 ..... 2014/10/23 5,782
428782 혹시 마작게임 좋아하시는 분 계세요? 5 .. 2014/10/23 1,111
428781 둘이 있을 때 꼭 저만 무시당하는 듯요 7 왜그러지? 2014/10/23 1,560
428780 볼륨매직 하면 정수리에 머리 안붙나요? 6 ... 2014/10/23 4,138
428779 혹시 잘때 얼굴과 귀로 열이오르는 증상 고치신분있으신가요? 2 aa 2014/10/23 3,174
428778 콘서트 돌출무대 공연 보신 분들 계세요~~?? 2 ..... 2014/10/23 949
428777 이벤트도 간단하고 선물도 많이주는 이벤트해요~ 똥또르 2014/10/23 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