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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피아노 진도 문의) 바흐 인벤션?

피아노 조회수 : 5,148
작성일 : 2014-10-20 14:16:51

딸내미 피아노 진도 관련해서 고민하다가 문의 드립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와 선생님의 강요로 정말 치기 싫었던 피아노를 겨우 체르니30번까지 치고 그 후로 뒤도 안돌아 본 케이스라, 피아노에 대한 기억이 "정말 치기 싫었다"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바이엘, 체르니 이외에 무슨 책들을 배웠는지도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ㅠㅠ)

6세(1월생)인 제 딸은 지난해 9월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여러 사정으로 5세였던 지난해에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됐는데, 아이가 하도 심심해 해서 집앞 피아노학원(어드벤처로 가르치는 곳입니다)에 주3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나이라 그냥 바깥바람이라도 쐬라고 보낸 거였고, 책을 피아노 학원에 두고 다녔기 때문에 뭘 배우는지도 사실 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딸이 학원에 가는 게 싫다고 집에서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요. 피아노는 치고 싶은데, 학원에 가는 게 싫다고요. 그래서 올해 3월에 시댁에 있던 오래된 피아노를 집으로 가져와서 개인레슨을 시작했어요.

사촌언니가 연주회도 왕성하게 하고 대학에 출강도 하는 현역 피아니스트인데, 언니 제자(대학교 4학년)를 선생님으로 소개해 줬어요. 사촌언니가 제 딸이 아직 많이 어려 연습을 혼자서 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으니, 초기에는 주2회보다는 3회가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 줘서, 3월부터 현재까지 주3회 개인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첫날 수업 시간에 테스트를 한 후 바이엘 2권부터 시작했는데(이 선생님은 어드벤처로는 안 해보셨다고 바이엘로 가르치셨어요),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도가 나가더군요. 바이엘 2권 3개월, 바이엘 3권 2개월, 바이엘 4권 1개월, 이렇게 해서 8월까지 바이엘을 마쳤고, 간추린 체르니 100번을 9월부터 시작해서 한달 반만에 마쳤습니다. (바이엘 시작할 때부터 동요집 같이 했고, 바이엘 4권 할 때부터는 소나티네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간추린 체르니 100번 시작하면서는 하농도 같이 시작했고요.) 

너무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게 아닌가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아이가 악보도 잘 보고 악상도 잘 지켜서 아주 잘한다고 하시더군요. 8월에 사촌언니가 제 딸 피아노 치는 걸 보더니, 아이 선생님이 그냥 진도를 막 나간 게 아니라, 제 딸이 피아노에 아주 재능이 있다고 걱정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지난주에 사촌언니가 저희 집에 왔었는데, 아이를 데리고 한참 동안 레슨을 하더니 아이 선생님께 전화해서 체르니 30번과 함께 바흐 인벤션을 시작하라고 하더군요. 저더러는, 지금 결정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진지하게 전공 가능성을 생각해서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아이가 이제 여섯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 전공 여부를 얘기한다는 게 좀 생뚱맞긴 했지만, 그냥 딸이 피아노에 소질이 있나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 선생님이 사오신 바흐 인벤션을 보고 나니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하네요. 일단, 너무 어려워 보여서 과연 제 딸이 이걸 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생님도, 살짝 난처해 하시며, 보통 바흐 인벤션은 초등 4학년 정도 되어야 친다며, 너무 어려워서 제 딸이 피아노 치는 걸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요. 저는 바흐 인벤션이라는 게 다들 체르니 30번 정도 시작할 때 시작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은 본인의 선생님인 제 사촌언니가 그렇게 하라 하니, 그냥 바흐 인벤션도 해보겠다 하십니다. 다만, 체르니30, 바흐인벤션, 하농, 소나티네, 동요곡집까지 너무 여러 책을 하게 되니, 최대한 빨리 동요곡집 진도를 빼서 향후에는 네 권만 하시겠다 하고요.(동요곡집은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 세권째 하고 있습니다.)

아이 선생님이 워낙 얌전하고 착하고 말이 없으신 스타일이라 제가 더 뭐라 여쭤보기도 뭣하고 해서 알겠다고만 했는데요. 아이한테 물어보니 당연히 인벤션이 어렵다고 합니다. 토요일 레슨 때 보니, 바흐 인벤션 첫곡 딱 한줄 배웠더라고요..

그냥 이대로 바흐 인벤션을 같이 하도록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바흐 인벤션은 좀더 있다가 하는 게 어떻겠냐고 사촌언니한테 얘기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뭣 모르는 제가 괜히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싶다가도, 선생님의 난처한 표정을 생각하면 저라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언니는 주로 대학생이나 입시생들 레슨을 하니까 어린 아이의 피아노 레슨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싶고요.

체르니30번 시작하면서 바흐 인벤션도 같이 하신 분들이 혹시 있으신지,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그냥 저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을까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IP : 210.223.xxx.21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6세
    '14.10.20 2:23 PM (182.221.xxx.59)

    진도가 엄청 빠르긴 하네요.
    나이도 어린데..
    근데 체르니 30번 들어갈 실력이면 바흐 인벤션을 못할건 아니에요.
    저도 같이 배운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아마도 선별적으로 진도를 나갈수도 있구요.

    악보가 복잡해 보였을순 있어도 체르니보다 어렵지 않아요

  • 2. 6세
    '14.10.20 2:26 PM (182.221.xxx.59)

    바흐인벤션 악보 보심 알겠지만 오른손 왼손 동일 멜로디를 돌림노래식으로 시간차 둬서 치는 형식이 많아 오히려 연주는 단조로운 편이에요.
    그리 걱정하실 수준은 아닌듯 싶네요

  • 3. 무전공자
    '14.10.20 2:28 PM (180.134.xxx.122)

    정말진도 빠르네요
    천재? 같아요
    그작은손가락들이 건반을 커버할수 있나요
    정말 신기하고 하나님이 주신 재능이 너무 부럽습니다

  • 4. 할만하니까
    '14.10.20 2:33 PM (112.172.xxx.48)

    하라 하셨을텐데, 정말 대단하네요.
    저 어릴땐 4학년 체르니 40번 시작하면서 인벤션 시작했던걸로 기억하고, 저희 아이도 5학년 체르니 40 시작하면서 인벤션 했는데..바흐인벤션 엄청 어려워하더라구요. 모차르트나 베토벤보다 인벤션이 더 어렵다고..
    엄청 지겨워하고 게다가 왼손을 오른손과 똑같이 써야해서 그런지 더 힘들어했어요.


    6살인데 그걸 시작해도 된다는거 보면 정말 재능있나봐요.

  • 5. ..
    '14.10.20 2:39 PM (218.237.xxx.135)

    따님 레슨선생님이 열정정이시긴 하네요.
    그렇지만 좀 과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악보를 잘 보고 악상대로 잘 지켜 연주한다고 해도 감정적인 수준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흐 인벤션을 이해하면서 치기엔 나이가 어리다고 봅니다.
    인벤션은 곡을 분석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수준이 있어야 올바른 연주가 가능합니다.
    악보에서 왼손, 오른손의 주제가 뭔지, 어디까지가 한 호흡인지..언제 어떻게 바뀌는지, 대화가 뭔지.6세가 알 수 있을까요..
    통상적으로 체르니 30을 치면서 인벤션을 할 수는 있지만
    아마 겉핥기 식의 수업이 되거나 아이가 피아노를 싫어하는 계기가 되기 쉽습니다.
    차라리 가볍게 들리는(결코 가볍진 않으나..) 선율이 쉬운 소나타를 골라서 하나씩 배우는 것이
    더 아이의 수준엔 맞을 듯 합니다.

    **피아노 교육은 기계적인 학습또한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만약, 인벤션을 달달 외우도록 연습을 한다면 그 또한 큰 성과이긴 하다는 역설적인 부분도..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좋은 분이신 것 같네요..^^**

  • 6. 15년차 피아노선생
    '14.10.20 2:43 PM (110.70.xxx.24)

    그렇게 재능있는 아이라 할지라도..
    바흐 인벤션은 너무 어려워요.
    아무리 악보를 잘 봐도 6세 어린이는 손이 짧은데다 바흐 곡은 대위법 향연이기 때문에 더 어렵고 난해하게 받아들입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일찍 피아노가 어렵다는 인식을 주는 교육방침은 별로라 생각합니다.
    원래 피아노가 다른 어떤 악기보다 어렵거든요. 하다보면 너무 어려워 벽에 부딪히게 되어 있어요.
    재능이 넘치는 아이라 할지라도 쉽고 재미있는 기간이 너무 짧으면 나중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각설하고..
    원글님 사촌언니나, 대학4학년 선생님이 어린 아이를 가르친 경험이 별로 없어서 바흐를 냉큼 선택 한 거 같습니다.
    저는 인벤션 추천해요.
    프레 인벤션은 바흐인벤션보다 훨씬 쉽고, 바흐, 모차르트, 헨델 등 여러 바로크 고전 작곡가들이 그시대 어린이를 위해 만든 쉽고 완성도 높은 책입니다.
    그거 다 치고 바흐인벤션 치면 훨씬 괜찮을 거에요.

  • 7. 15년차 피아노선생
    '14.10.20 2:46 PM (110.70.xxx.24)

    프레 인벤션 입니다.
    '프레'가 빠졌네요ㅎㅎ

  • 8. 피아노를
    '14.10.20 2:50 PM (110.70.xxx.245) - 삭제된댓글

    전공하려다 고등 때 접었는데
    바흐를 제대로 이해한 건 나중에 성인이 돼서 다시 레슨을 받은 때였어요.
    체르니 30과 인벤션은 보통 비슷한 수준으로 가르치기도 하는데
    아이가 재미를 많이 못 느낄 거 같애요.
    제 아이라면 곡은 소나티네 소나타 위주로 하면서
    바로크 곡은 초등 때 시작하면 어떨지 여쭤 볼 거 같네요.
    사실 제가 따님 같은 케이스라서 6세 때 6개월 만에 바이엘과 체르니 100번을 마치고
    체르니 30번과 인벤션을 같이 했었는데 바흐는 아주 재미없고 이상한 연습곡으로 느꼈어요.ㅠ

  • 9. 6세
    '14.10.20 2:53 PM (182.221.xxx.59)

    글쿠나. 전 체르니30번과 인벤션 같이 배웠고 어려움 안 느꼈지만 아무래도 원글님 아이보다는 학년이 꽤 올라가서 해서 그랬던건가봐요.
    재능도 좋지만 아이가 질리지 않게 어린 아이들 교습 많이 해보신분 의견 참조해 보시는게 좋을듯 싶네요.

  • 10. 제 생각에는...
    '14.10.20 3:09 PM (218.53.xxx.21)

    사촌언니께서 일종의 테스트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배워 온 성과를 보고 인벤션 소화가 가능한 지 보려고 하는? 느낌
    정말 재능이 뛰어난 아이라면 바하 인벤션에서 크게 한번 도약 할 수 있어요. 저도 이전의 곡들은 정말 숙제라서 쳤었다면 바하 인벤션 치면서 진지하게 음악의 깊이에 대해 받아들였거든요.
    저도 음악 가르치는 사람으로 크게 될 거 같은 아이는 진도와 상관없이 아주 어려운 곡을 가끔 줘봐요^^
    그러면 너무 재밌어 하는 아이,
    어려워도 근성으로 해 내는 아이,
    포기하는 아이 정도로 나뉩니다.
    물론 그 곡 후에는 아이의 그릇을 염두에 두고 수준에 맞는 위치로 다시 돌아가요.
    선생도 가끔 그 정도의 학생체크는 필요합니다^^
    어쨌든 따님 어머님 모두 화이팅^^

  • 11. =.=
    '14.10.20 3:13 PM (175.193.xxx.130)

    체르니 30번 중간쯤 배울땐 바흐인벤션 같이 쳤는데....
    바흐인벤션.. 어렵다보다는'디게 재미없다'는 기억이..(초5때)

  • 12.
    '14.10.20 4:00 PM (121.166.xxx.239)

    그래도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셨으니 한번 그냥 봐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제껏 잘 해 오셨다면, 만약 아이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경우, 언제라도 바흐는 잠깐 접어둬도 되니까요.
    선생님은 무척 좋은 신 분 같아요. 그렇게 열정적인 분 만나기 어렵거든요. 저도 어려서 피아노 잘 친다는 말 많이 듣고, 바이엘도 집에서 거의 혼자 다 떼고 시작했는데, 제가 가장 좋아했던게 바흐인벤션이였어요. 아주 재밌어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서 연습도 엄청 많이 했었어요. 한번 지켜보세요. 아니다 싶으면 그때 수정해도 괜찮으니까요. 그런데 6세면 정말 잘 치네요^^ 저는 6살때 시작했는데요;;

  • 13. 원글이
    '14.10.20 4:17 PM (210.223.xxx.211)

    피아노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모든 댓글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단 사촌언니에게 아이 수준에 너무 어렵지 않겠는지 다시 한번 물어보고 언니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겠네요. 댓글 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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