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곳에서 이런 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제가 이런 글을 올리게 될 줄은 몰랐네요.
어제 아이와 함께 집 앞 놀이터에 놀러갔었어요.
공원에 놀이터가 있는데 얼마전에 새로 고쳐서 나무재질로 성처럼 만들어놨어요.
크기도 더 커지고 높이도 너 높아져서 다소 위험한 느낌이랄까...
2층으로 나뉘어 있는 구조인데 1층은 3살 이하 유아들이 그냥 돌아다니며 산책?하는 수준이고
4-5살 이상 아이들(제가 보기엔 초등학교 이상정도가 타야할 듯)이 2층에 올라가 미끄럼 타고 내려오는 구조예요
놀다가 우리 아이가 배고파하길래 가져온 빵을 꺼내서 먹이려 하는데
어디서 한 여자아이가 와서 먹고싶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거예요.
주고 싶은데 혹시라도 아이 엄마가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엄마에게 물어보고 주려고
엄마 어디 있니 하고 물어봤는데 아이가 대답을 안 하는 거예요.
주변을 둘러봐도 아이 보호자라고 보일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아무튼 먼저 빵을 주고 같이 먹었어요.
그리고 나서 우리 애와 어울려 놀다가 또 혼자 놀다가 그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 주변에 보호자가 안 보이는 거예요.
아이가 2층에 올라가 난간에 기대 장난을 해도
다소 간격이 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리려 해도
흙 가지고 장난치고 놀아서 온 몸에 흙이 묻고 얼굴에 묻어도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갈 때쯤 되어 연세 지긋해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나타났는데
얼핏 보기에도 친할머니 같지는 않고 (하긴 친할머니였다면 아이를 그렇게 방치하지는 않았겠지요.)
아이 봐주는 베이비씨터 같았어요.
아이 몸에 흙 묻은 것은 털어주지도 않고
모래삽? 하나 없어졌다며 그거 찾느라 열심이시더군요.
제가 오지랍인지도 모르겠는데...
아이 키워보신 분은 아실 거예요. 그런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외국에서는 방치도 아동학대의 일종으로 보고 처벌한다고 하는데...
한 두 시간 동안 그 아이는 완전히 버려져 있었어요.
예전에도 친정엄마가 놀러오셨을 때
아이랑 공원 나갔는데 아이 봐주는 할머니들이 모여서 자기 수다나 떨고 애는 보지 않아서
엄마가 걱정되서 별 상관없는 그 아이들까지 신경썼다고 하는 말 들었을 때는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겪고 보니 다르네요.
그 아이 엄마 우연히라도 그 아이와 같이 길에서 만나면 말씀해드리고 싶어요.
베이비 씨터 바꾸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