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넘게 전세로만 여기저기 다니다가 집없는 설움, 속도 많이 썩고 해서 이번에 작은 빌라를 하나 샀어요.
이사도 안다니고 맘편히 살 생각으로 대출도 좀 받고 해서 저희 살기 편한곳에 샀네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그런 기대 없이도 살만한 위치였어요.
지은지 10년된 집인데, 남편이 이사청소같은건 하지말잡니다.
작은집이라 견적이 20~30만원밖에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정도 금액이면 돈 들여 깨끗한 상태로 들어가고 싶어서 어제 하루종일 알아봤거든요.
아무리 전주인이 깨끗하게 썼어도 10년가까이 사람이 살았던 집이니까요.
살면서 조금씩 치우고 고치면 되지않냐는 남편얘기에 어제는 잠이 안오더라구요.
인테리어 하자는것도 아니고 도배랑 이사청소만 하자고 했는데, 그런곳에 돈 쓰는게 아까운가봐요.
도배도 실크벽지 아니고 가장 저렴한 소폭 합지로 깔끔하게만 한다고 제가 얘기했어요.
그동안 네군데 집에 전세로 이사다니면서 첫번째 신혼집만 딱 한번 도배 장판 했었어요. 그것도 방 두개만요. 이때도 엄청 후회했어요. 처음엔 괜찮아보였는데 짐빠지고 나니까 주방이랑 거실이 영 아니더라구요.
다른집들은 눈 딱 감고 몇년씩만 살다 나왔는데, 저라면 50만원 투자해서 도배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사는걸 택할텐데 남편은 그게 아닌가봐요.
청소도 늘 남편이랑 둘이 가서 며칠씩 했지만 맘에 들 정도로는 안되더라구요.
사실 저는 처음 마련한 집이기도 하고 나름 오래 살 생각으로 인테리어도 하고싶었지만 대출받는 처지에 그건 좀 아닌것 같아서 다음기회로 미루고 양보했거든요.
나중에 집을 되팔때 제값받고 싶으면 씽크대랑 욕실정도라도 고치자, 그정도면 우리도 상쾌하게 잘 사용하고 집값도 덜 깎일테니 기회비용이라고 여기자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당장 몇백만원이 더 필요하다보니 얌전히 꿈을 접은거죠.
멋부리지도 않는 평범한 남편, 돈 많이 안쓰고 알뜰해서 좋기는 한데 이런부분까지 알뜰하려고 하니 제가 숨이막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