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할 일 없이 잠에서 홀딱 깬 밤엔
단편 드라마를 찾아 본다
한 시간 남짓 편안하고 자유롭다
대부분 작가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들이어선지
수수하고 독창적이면서 합이 정갈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어떤 때는 운율이 잘 맞는 시를 본 듯한 감상이 있다
노회한 작가들 특유의 숙련된 언어나 감정의 조합에서 벗어나
더 사실적이고 의미 전달에 군더더기가 없다
연작이 갖지 못하는 함축된 이야기를 품은 비유나 상징이 영상의 완성도를 높인다
드라마가 수더분하다
너무 잘생기고 예쁘지 않아서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드라마가 점령한 이 나라에서 단편드라마의 자리는 지켜졌음 한다
시청률이나 광고에서 자유로운 초심이 활활 타는 작가 지망생들의 깨끗한 혈기를 계속 보고 싶다
외롭고 그늘진 일상에 따뜻한 눈이 내리는 위안을 얻는다
오히려 늦은 밤에 편성을 한 것이 다행이다
정말 원하고 보고 싶은 사람들 만이 본다는 뜻이므로...
화려한 신데렐라도 백마 탄 왕자도 좋지만
가끔은 평범한 회사 다니며 자신의 꿈을 말하는 어느 미스 김의 하루가 더 궁금하다
아주 쬐그만 별이 아랑곳 하지 않고 제 빛을 내듯이
이런 담백하고 기름기 쏙 빠진 단편 드라마가 쭉 이어졌음 한다
오늘은 김갑수가 출연한 오페라가 끝나면을 봤다
권력이 젊음 앞에서 무너지고 사랑과 배신 음모가 족히 24편 미니시리즈 분량으로도 모자랄 것을
어느 한 행 놓치지 않고 다 담았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온 카니프란시스의 올드팝도 좋았다
게다가 배우들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감정을 나열하기엔 제한된 시간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를 쓸 수밖에...
편성의 사각지대에 있더라도 꼭 살아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