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구마 먹는 깡패고양이

..... 조회수 : 1,149
작성일 : 2014-10-05 13:13:15

어제 친구네 밭에 가서 고구마를 캐었어요. 저는 고구마가 수직으로 땅에 박혀 자라는 줄은 몰랐네요. 제 팔뚝만한 놈들이 깊이 박혀 있어서 호미와 삽으로 파냈지요. 친구 부모님이 한 박스씩 싸서 주셨어요. 지금 방바닥에서 잘 말리고 있습니다.

친구는 참 좋은 성격인데 부모님 뵈니 친구가 부모님 닮아 그렇게 여유있고 맘이 넓다는 걸 알았어요. 평소에 남을 잘 챙기는데 부모님이 딱 그러시더군요. 딸 왔다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두리번거리시고, 딸이 차 댈 자리까지 봐주시네요. 저기 그늘에 차 넣으라고 하시고 본인들 차는 땡볕에 대셨어요. 친구도 응 아빠, 그러고 당연한 듯 차를 대는데 참 보기 좋았어요. 직장에선 서로 긴장하고 배려하려고 하느라 마음이 편치 않은데, 맘 턱 놓고 내키는대로 하는 친구를 보니 저까지 마음이 편해져요^^

부모님은 농작물을 바리바리 싸주시면서 이건 누구 주고, 이건 누구랑 나눠먹고, 시어머님한테 잘하고, 열심히 뭐뭐 하고, 하시면서 끊임없이 챙기시는데 그것도 참 우리 엄마 같고 좋았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 삶은 고구마를 깡패와 나눠먹었지요. 너무너무 잘 먹습니다. 더 내놓으라고 제 손을 휙휙 잡아채고 난리에요. 예전에는 사료 안 먹으면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고기도 주고 고구마도 주고 그럽니다. 뭐 처방사료에도 염분이 있다는데 고기나 고구마 먹고 탈이 나진 않겠지요. 어쩐지 돼지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고 쇠고기는 날 것도 너무 좋아합니다. 김이나 다시마도 먹는, 식성 좋은 고양이인데. 다시마 봉지는 깊이 감춰놨어요. 너무 짜서.

고구마가 많아서 한참 먹겠어요. 내일 구워서 깡패와 나눠먹고 직장에도 가져가야겠어요. 직장에서 뭔가 대단한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은 거라도 꾸준히 하려구요. 처음에 왜 이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그 동안 좀 잊어버렸었어요.

IP : 222.111.xxx.2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입가에
    '14.10.5 1:53 PM (101.115.xxx.54)

    미소가 지어지는 글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 2. ..
    '14.10.5 2:07 PM (218.209.xxx.105)

    요 맘때 시골가면 참 넉넉해집니다.
    여유로운 햇살도 좋고 이것저것 마음 나누기에도 괜찮죠.
    일주일 전엔 냥이가, 챙겨준다고 하는데도 변비 증상이 있어서 고구마를 일부러 사와서 냥이한테 줬는데 좀 먹더군요.
    병원에서 수의사가 누군 요거트도 줘보고, 고구마도 줘보라고 했다는데 이것저것 챙겨 먹일려니
    귀찮음이 밀려오네요.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3069 수험생들은 요즘얼마나 공부할까요 3 속터진고3 2014/10/05 1,393
423068 교육방송이나 강남구청인강 보다 비싼 인강사이트가 효과가 좋을까요.. 3 고등물리1 2014/10/05 1,953
423067 블로그주소물어봐도되나요 1 쵸코파이 2014/10/05 1,475
423066 같이여행가는일행이 많은경비를부담하는데요 9 모모 2014/10/05 1,609
423065 저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영재검사가 필요한지.. 2 나무 2014/10/05 1,336
423064 이런 글쓰면 욕 먹겠지만 익명이니 33 ww 2014/10/05 16,518
423063 아파트 15층인데 빗소리가 들릴까요? 8 고층 2014/10/05 1,969
423062 길거리 쓰레기통 언제부터 이렇게 줄었나요? 9 2014/10/05 1,987
423061 변기에 휴지걸이가 들어갔는데... 설비기사 불.. 2014/10/05 926
423060 장뇌삼 먹고 효과보신분들 계세요? 1 장뇌삼 2014/10/05 875
423059 일요일 저녁되니 폭발 직전!! 20 미소 2014/10/05 14,441
423058 운동하고 저녁 안먹는데도 살이 빠지기는 커녕 자꾸 찌면은요? 2 답답 2014/10/05 2,019
423057 빈이 예서 왜이리 이쁘나요ㅎㅎ 15 아빠어디가 2014/10/05 5,023
423056 첫 동치미 만들기 완전 실패한듯요 4 아자아자 2014/10/05 1,958
423055 슈퍼맨보면서 주변인물들 이제 좀 그만 내보냈으면 19 짜증 2014/10/05 5,534
423054 띠별로 태어나면 좋은 시간이 있나요? 5 창공 2014/10/05 15,787
423053 한국 영어강사 월급 4 777 2014/10/05 4,593
423052 남편 용돈 내의 남편의 취미는 인정해줘야할까요? 25 속상해 2014/10/05 5,164
423051 하루에 세 끼를 다 먹으면 몹시 배에 가스가 차고 힘든 게 정상.. 1 뭐지 2014/10/05 1,584
423050 이별후 문자가 왔어요 66 Arenao.. 2014/10/05 31,549
423049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 온 뒤~ 4 바라바 2014/10/05 2,970
423048 제거보다 작은 옷장 가지신 분 어디 한번 손들어 봅니다. 3 폴라포 2014/10/05 1,770
423047 이런 시누이들 이해하시나요? 87 문제 2014/10/05 14,203
423046 고가의 흰셔츠는 잘 변색되지 않나요? 4 40중반아짐.. 2014/10/05 2,005
423045 결혼하고 시부모님한테 매달 생활비 줘야 한다는 남자 13 .... 2014/10/05 5,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