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군 중엔 유독 자살이 많다
독자의 입장에선 그것 또한 작품의 심정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몰인정하긴 하지만...
뇌리에 남는 자살한 작가는 둘이다
다자이 오사무...그리고
실비아 플라스...
두 사람의 작가적 소명은 죽음이었다
느닷없이 새벽 집을 나서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그 침울한 표지 얼굴이 생각났다
바람이 참 요상하게 분다 했다
어느 추리 소설의 기이한 날씨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하다
아무튼 그의 소설을 읽는 내내 이마에 내 천자를 그어가며 힘들게 넘고 넘었다
차라리 누군가 죽여주는 것이 그에겐 구원이겠다 싶을 만큼
글의 묘사는 근원적인 고통에 너무 다가서 끔찍했다
퀭한 눈에 두드러진 골체미
스스로를 잔인하게 해부하다 해체돼 버린 사람...
기어이 가긴 갔다
사실 자살을 미화할 생각은 없지만 있어선 안 될 일로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자의든 타의든...마지막 결정은 스스로의 몫이다
그 결과를 두고까지 살아있는 사람의 충격과 상처를 운운하며 망자를 두 번 죽이고 싶진 않다
죽은 사람 앞에서까지 산 자의 가치를 논하는 게 불편할 따름이다
오죽하면..이라는 이해도 모두 다 살아있는 사람의 자기 해석이다
죽음은 후기를 남길 수 없다
가끔 궁금한 한 가지는 있다
그렇게 간절히 원한 죽음의 찰나 ... 행복했을까
늙으면 죽어야지를 입에 달고 사셨던 외할머니가 마지막에 고생을 좀 하셨다
의식이 떨어지기 직전 삼촌하테 하신 말씀이 이랬다
"나 좀 빨리 가게 해줘..."
그렇게 이틀을 앓다가 가셨다
인간실격을 끝으로 그 작가의 책은 다신 안 본다
너무 사실적이라 불쾌한 이유도 있고 불필요한 감정이입으로 산 채로 죽음을 경험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우리 모두 이생에서 겪고 가야 할 할당된 몸부림을 지나
그곳으로 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