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빠에 대한 미움 어떻게 떨쳐낼 수 있을까요?

조회수 : 1,244
작성일 : 2014-10-02 11:41:24

30대 초중반의 여자입니다. 오랜 연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고 아직 아이는 없어요.

양가 도움 없이 시작한 결혼이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저를 괴롭히는 게 있어요.

아빠이신대요.

 

겉에서 보기엔 굉장히 화목한 가정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굉장히 사랑하시고, 예뻐하세요. 우리 딸이 최고다. 제일 예쁘다. 아깝다. 늘 말씀하시고 제가 집에 가면 안아도 주시고 뽀뽀도 해달라 하십니다. 말수도 별로 없으시고요. 소심한 성격이세요.

그런데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한 몇 가지 실수들이 절 끊임없이 괴롭혀요. 아버지는 지금 60대이신데, 그 당시에 대학도 나오셨고 대기업을 다니시다가 IMF 이후에 퇴직하시고 사업 조금, 친구 회사 조금, 이런식으로 일하셨어요. 시골에서는 개천용이라 남들은 저희 아버지가 굉장히 잘나가는줄 알지만 사실 엄마의 덕으로 (남들 눈에) 그나마 풍족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즉, 지난 20년 가까이 아버지는 경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행히 엄마도 직장이 있으셔서 저희 남매 대학 등록금까지는 엄마가 책임지셨죠.

지금도 아버지는 무직. 엄마는 회사를 다니십니다. 그리고 중간에 아버지가 사업한다고 받은 대출금도 엄마께서 갚으십니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이 없는데, 술을 드시면 실수를 하신 게 몇 번 잇어요.

 

1. 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며칠 앞두고 술 드시고 오셔서 뭐가 화나셨는지 제 방문을 발로 찼고 컴퓨터를 발로차서 컴퓨터가 넘어졌고, 그 뒤에 제가 깔린 적이 있어요.

 

2. 대학생 때 옆에서 술을 먹던 분과 시비가 붙었고 아빠가 술병으로 그분을 때려서 그분 머리가 조금 찢어지는 일이 생겨서 밤 12시 넘어서 저희 식구가 파출소로 불려갔어요. 다행히 별다른 전과(?)가 없고 엄마 지인 중에 경찰서 관련된 분이 있어서  바로 훈방되었고요. 물론 합의금은...수백 들었고요. 이떄 정말 많이 놀랐고 많이 울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경찰서에서 합의하지 말자고 엄마를 설득할 정도였고요.

 

3. 저 직장 다닐 때 아빠가 새벽에 술 드시고 오셔서 엄마한테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셨고,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니 엄마에게 계속 뭐라고 투덜거리셨어요. 그래서 제가 자다가 일어나서 소리를 빽 질렀어요. 조용히 좀 하라고요. 그 길로 아빠가 방에 들어오셔서 제 뺨을 때리셨고, 저도 달려들어서 그야말로 개차반이 됐습니다. 서로 엉켜서 치고받고 했어요. 얼굴에 멍이 들어서 그 다음날 회사에 연차내고 남자친구네 집으로 피신갔어요. 집에는 3일 동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엄마 동의하에요.  (그 남친이 지금 남편입니다. 남편은 그때까지 아빠가 저를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딸에게 손을 댈 수 있냐, 아무리 술을 먹었어도 이해할 수 없다. 했습니다. 표현은 안하지만 그 일 이후로 저희 아빠를 내심 이중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 외에도 자잘하게 술 먹고 집에 오는 길에 택시 기사랑 시비가 붙어서 파출소에서 전화온 일(시비가 붙었다 뿐이지 몸싸움은 붙지 않아서 그냥 통화만 했대요.), 겨울철에 술 마시고 넘어져서 무릎 깨지는 일은 다반사.....

 

최소 5년, 최대 20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이런 기억이 저를 괴롭혀요. 그래서 남편이 술 마시고 빨간눈(취한 눈...풀린 눈..)으로 들어오면 정말 싫고 소름끼쳐요. 다행히 남편은 주사 없이 바로 잠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빨간눈 되는 거 싫어하는 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그만큼 마시려고 하지 않고요.

 

저도 이제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중인데 자꾸 이런 기억이 저를 괴롭힙니다. 아버지는 제가 이런 일로 상처를 받았다는 걸 잘 모르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불안합니다. 나도 우리 아이에게 이런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ㅠㅠ

 

아빠에게 이런 이야기를 편지로 써볼까.... 아예 친정에 가지 않고 살아볼까..... 심리 상담가를 한번 만나볼까.... 이런저런 생각 중입니다.

친정 일이라서 남편과는 상의하고 싶지 않아요. ㅠㅠ

 

이런 미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 좀 도와주세요 ㅠㅠ

 

4.

IP : 118.33.xxx.4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는 50%쯤 극복한 것 같아요.
    '14.10.2 12:49 PM (123.214.xxx.140)

    장래의 2세를 생각해서라도 극복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면, 도움이 되고싶어 글 남깁니다.

    제 경우에는 건축업을 하는 아버지가 십대때 2번 부도를 내고 하루아침에 잠적을 하셨었어요.
    2번 모두 부모님이 별거를 하신거나 마찬가지였고, 엄마의 경제력에 의지해서 자라다보니
    아픔이 좀 있었습니다.
    엄마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 폭언과 폭행으로 얼룩진 사춘기를 보냈죠.
    경제력을 잃은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의 울화병 사이에서 말이죠.
    엄마의 폭력은 가정이 안정되어서도 제게 계속 되었고,
    대학에 들어가 도망치듯 독립을 했고
    그 후로도 계속된 엄마의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십사년차, 아직까지도 아이를 낳지 않았구요.
    원글님처럼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말이죠.

    딩크로 살면서 개룡이의 전형적인 케이스로 작지만 자수성가해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삽니다만,
    사춘기에 겪은 아픔들을 극복하지 못해서 늘 외롭고 우울했어요.
    심리 상담가와의 상담을 시작해보기도 했는데,
    자라면서 사람을 믿지 못하고 내 속을 남에게 들키는 게 끔찍하게 싫었던 거부감때문에
    상담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몇년 전부터는 상담대신에 공부를 하고 있죠.
    몇년 간의 공부 덕분이었는지 지금은 부모에 대한 원망의 마음은 없어졌고,
    과거의 일때문에 사는 걸 힘들어하는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부모님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답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세상에서 저 하나만 불행했던 건 아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하더라는 거죠.

    요즘에는 '스캇펙'이라는 정신과 의사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주로 읽는 책들이 '어른 아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인데,
    그런 책들을 보면 내가 왜 힘들어했는지... 알게 되더군요.
    한 번 읽어보세요. 도움이 될겝니다.
    힘내시구요.

  • 2. 길손
    '14.10.2 8:54 PM (112.171.xxx.37)

    저장합니다 스캇펙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1369 최고의 생일선물 ^^ 6 처음본순간 2014/11/02 1,976
431368 늙은호박 언제까지살수있나요 1 청국장 2014/11/02 684
431367 양 팔에 갑자기 피가 안통해서 회색빛으로 변했어요 27주임산부.. 2014/11/02 1,423
431366 유튜브로 신해철 동영상 보니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거 같아요 17 좋은곳으로 .. 2014/11/02 3,132
431365 미친 것들이 떼로 몰려들어요. 3 오늘 2014/11/02 1,391
431364 맞춤법: 부탁일가요? 부탁일까요? 찝어주세요!! 6 어려워요 2014/11/02 1,519
431363 신해철의 소장이 천공되어있었다네요...ㅠ 3 아ㅠ 신해철.. 2014/11/02 3,136
431362 여의도로 출근하기 좋은 동네는? 9 sos 2014/11/02 2,650
431361 저를 질책해 주세요 12 미친* 2014/11/02 2,265
431360 공무원시험에 붙었는데 이직하는게 현명한 선택일까요? 21 고민 2014/11/02 19,091
431359 김생민 신현준은 정말 오열을 하네요... 4 ... 2014/11/02 14,944
431358 바자회..힘들게 다녀왔네요..^^;; 2 ㅇㅇ 2014/11/02 1,086
431357 진짜인게 뭔가? 5 닥시러 2014/11/02 810
431356 저는 꽃보다 시리즈 보다 삼시세끼가 더 좋네요 11 agism 2014/11/01 4,576
431355 일본어 좀 작문 해주세요 감사합니당 4 girlsa.. 2014/11/01 702
431354 박미선씨 머리 잘 어울리네요 3 세바퀴에.... 2014/11/01 5,693
431353 결혼식과 돌잔치 6 .. 2014/11/01 1,311
431352 히든싱어 이승환편에서 "함께 늙자"가 적힌 응.. 2 90년대 젊.. 2014/11/01 2,824
431351 신해철씨 영혼이 투쟁을 하고 있는 중인것 같습니다.. 20 제생각엔 2014/11/01 7,534
431350 임신 32주인데 진통이 와요ㅠㅠ 7 아들만셋 2014/11/01 7,332
431349 욕실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져요 5 갑자기 2014/11/01 2,619
431348 바자회 이선균 신발에 울고 웃다 5 소담지기 2014/11/01 3,805
431347 시어머니 많이 서운하신 걸까요?... 18 a 2014/11/01 4,472
431346 해가 갈수록 인생의 낙이 없어지네요. 11 인생 2014/11/01 4,025
431345 제 깊은 속마음... 7 건너 마을 .. 2014/11/01 3,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