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외식할 때 단맛 땜에 너무 힘들어요.
어차피 외식 음식에 조미료의 역사는 제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맛이고, 심지어 어머니의 숨은 손맛도 결국은 조미료라는 웃지 못할 일도 있지만요.
저는 집에서는 조미료 사용 않습니다만 보조로 쓰는 각종 시판 제품들에 다 조미료들이 들어있으니 제가 안 쓴다고 해도 안 쓰는 게 아닌 셈이죠.
정규직장을 다닐 때는 외식을 매일 하고 사람들 만날 일도 잦아 회식도 많았는데 요즘은 집에서 주로 일을 하다 보니 점차 외식과는 거리가 멀어지더라구요. 그래서 바깥맛을 잊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한번 외식을 하게 되면(주로 한식입니다만) 짠맛 때문에 오후 내내 물 들이키게 되구요,
조미료는 재료 속에 적당히 섞여 입에 거슬릴 정도가 아닌 정도라면 대충 용서해 줍니다. 다만 적당히 푹 끓여 그냥 소금간만 해도 좋은 콩나물국 같은 것에 굳이 조미료칠 해대는 집은 참 이상하더군요. 예를 들어 새마을 식당 같은 곳의 고기 양념과 함께 일체가 된 조미료맛은 특징이지만 곁들이로 나오는 콩나물국의 맛은 정말 조미료 비용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암튼 그런 제게 최근 너무 거슬리는 맛은 바로 단맛입니다. 체인점 떡볶이의 단맛이야 애들 입맛에 맞춰 그럴 거라고 포기하고 있지만 백반, 한정식 집에서도 반찬에는 모두 설탕을 뿌리나 봅니다.
며칠 전 누가 매실액에 대해 언급했지만 적당히 사용하면 양념맛과 어울려서 감칠맛을 더하지, 진저리날 정도의 단맛의 주범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매실액은 비싸니까 그렇게 오만 반찬에 뿌리다시피 사용은 못할 거고.
사람들과의 약속 장소가 오피스타운보다는 주로 대학교 근처여서 식사장소를 정하려면 정말 곤혹스러워요. 고기양념부터 곁들이 반찬까지 모두 단맛, 단맛. 심지어 김치를 아예 내지 않는 집들도 있습니다.
퓨전한정식이니 뭐니 깔끔은 떨지만 깊은 맛은 하나도 없고, 맛 자체가 어설프고. 그런데도 손님은 많고.
제가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젊은 층들 입맛과는 차이가 있겠지요. 다만 과다한 단맛으로 장난치는 집들 때문에 외식할 때마다 정말 머리가 복잡합니다.
심지어는 보쌈김치 속도 이제는 단맛으로 칠갑하고 있네요. 체인점 아닌 단골 보쌈집은 얼마 전 임대료 때문인지 오랜 역사를 접고 폐점해 버려서 상큼한 맛의 보쌈김치도 어디 가서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굳이 먼 곳까지 찾아가서 먹겠다는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고.
저는 단맛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젊은 블로거들의 '달다구리'란 말은 거슬려 하지만 케잌이나 쿠키 등도 적당히 섭취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시럽 듬뿍 친 라테 등도 기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맛이 어울리지 않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한국은 설탕이라는 천연 재료가 나지 않던 나라라서 요리에 꿀이나 과즙 등 대체재로 단맛을 내려 했고, 이는 고급음식이라 서민들 차례에는 돌아올 수 없었지요. 재료의 한계로 모자란 맛을 살리기 위해 여러 요리법이 개발될 수밖에 없었죠. 전통적이고 서민적인 음식, 주식요리와 반찬으로 접하는 음식들은 특유의 '무뚝뚝한 맛'이 있습니다. 깊은 맛이라 표현하긴 그렇지만 제게는 익숙한 그런 맛입니다. 지금 어린 세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세대만 하더라도 어머니의 맛으로 알고 자랐고, 저 역시 그런 요리법을 익힌 사람인데요.
단맛이 트렌드가 되어간다면 어쩔 수가 없다 해도 원래의 맛은 맛대로 어느 정도 지켜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손맛이란 기록으로 남지도, 계량화되지도 않은 채 구전 내지는 기억으로 전승되는 것인데 앞으로 몇십년 지나면 현재의 단맛이 '우리의 맛이여!'라고 기억될까요?
여기에 가끔 요리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팔린다고 '비법'을 말씀하시긴 하지만 지나친 당도는 어떻게 조정이 안 되나요?
밑반찬류야 그렇다 쳐도, 잡채, 무생채, 콩나물, 물김치, 각종 찜요리 그외 생각도 안 나는 여러 음식들.....에 넘쳐나는 저 어색한 단맛...
나이가 들면 건강하던 이도 자연스럽게 당뇨가 생긴다는데 혹시 이런 식생활과도 관련있지 않으려나요?
암튼 오늘도 회식을 앞두고 식당 결정해야 되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투덜투덜대 봤습니다.
재활용, 지나친 짠맛, 과도한 조미료와 더불어 단맛 문제도 한번쯤 82에서 거론해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