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흔들의자가 왔다
상세 설명서를 따라 낑낑대다...드디어 완전체가 됐다
막연하게 꿈꿔온 흔들의자다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살 수 있는 것이지만 자꾸 미루고 미루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빨간 지붕 모닥불 옆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의 동화 속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질 때부터 그건 현실의 물건이 아니라 생각했다
가끔 카페에서 만난 흔들의자는 언제나 상대의 차지가 되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내 앞을 오락가락 하는 그 소리에 더 젖어들었다
그러다...인터넷 서핑 중 만났다
무엇보다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당장 구매 클릭을 하고 한치의 후회도 없이 기다렸다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나사 끼우고 ..그게 다인데
마치 내가 나무 베어다 깎아 만든 것처럼 땀이 나고 뿌듯하다
방석 깔고 퀼트천으로 등받이 덮어주고 하니 제법 운치있다
이른 오전부터 오후 점심을 넘기기까지 이것 때문에 방을 들었다 놨다
얼마 되지도 않는 가구 재배치하고 구석구석 먼지 털고 하는 동안
완성된 의자에는 앉지 않았다
어수선한 공기가 가신 뒤에 정적이 있어야 한다
한때는 늦가을 창이 넓은 곳에서 흔들의자에 기대 저녁을 보고 싶었다
걸쭉한 율무차와 함께...
다행히 창가에 놓인 흔들의자...
하지만 전방엔 내가 그리던 풍경이 없다
노상 분리수거에 열을 올리는 아줌마의 떽떽거리는 혼잣말과
채 공사가 끝나지 않은 마무리 집 짓는 소리와
하루에도 수십 번 왔다갔다 하는 배달원들의 온갖 구호가 난무한다
누가 여자를 약하다 하나...
내가 가구를 옮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조용히 앉았다가... 냅다 흔들어 댔다
이제 여기 앉아서 온갖 걸 해야 겠다는 계획이 부풀어오른다
안마의자 샀다가는 난리 나겠다
오래 미루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
마냥 좋다
그냥 의자에 앉아 멍청하게 있는 것보단
내 몸도 마음도 흔들리는 게 더 낫다
균형은 그렇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