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흔들의자

갱스브르 조회수 : 702
작성일 : 2014-09-30 15:32:26

조립식 흔들의자가 왔다

상세 설명서를 따라 낑낑대다...드디어 완전체가 됐다

막연하게 꿈꿔온 흔들의자다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살 수 있는 것이지만 자꾸 미루고 미루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빨간 지붕 모닥불 옆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의 동화 속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질 때부터 그건 현실의 물건이 아니라 생각했다

가끔 카페에서 만난 흔들의자는 언제나 상대의 차지가 되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내 앞을 오락가락 하는 그 소리에 더 젖어들었다

그러다...인터넷 서핑 중 만났다

무엇보다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당장 구매 클릭을 하고 한치의 후회도 없이 기다렸다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나사 끼우고 ..그게 다인데

마치 내가 나무 베어다 깎아 만든 것처럼 땀이 나고 뿌듯하다

방석 깔고 퀼트천으로 등받이 덮어주고 하니 제법 운치있다

이른 오전부터 오후 점심을 넘기기까지 이것 때문에 방을 들었다 놨다

얼마 되지도 않는 가구 재배치하고 구석구석 먼지 털고 하는 동안

완성된 의자에는 앉지 않았다

어수선한 공기가 가신 뒤에 정적이 있어야 한다

한때는 늦가을 창이 넓은 곳에서 흔들의자에 기대 저녁을 보고 싶었다

걸쭉한 율무차와 함께...

다행히 창가에 놓인 흔들의자...

하지만 전방엔 내가 그리던 풍경이 없다

노상 분리수거에 열을 올리는 아줌마의 떽떽거리는 혼잣말과

채 공사가 끝나지 않은 마무리 집 짓는 소리와

하루에도 수십 번 왔다갔다 하는 배달원들의 온갖 구호가  난무한다

누가 여자를 약하다 하나...

내가 가구를 옮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조용히 앉았다가... 냅다 흔들어 댔다

이제 여기 앉아서 온갖 걸 해야 겠다는 계획이 부풀어오른다

안마의자 샀다가는 난리 나겠다

오래 미루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

마냥 좋다

그냥 의자에 앉아 멍청하게 있는 것보단

내 몸도 마음도 흔들리는 게 더 낫다

균형은 그렇게 온다

IP : 115.161.xxx.209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0196 미생 책을 사야하나 8 사고싶다 2014/10/29 1,437
    430195 강원래는 또 왜 이러는건지. 52 어휴 2014/10/29 21,065
    430194 옷이 너무 사고 싶어 괴롭네요 17 ^^ 2014/10/29 4,626
    430193 우울증약을 먹을경우 6 .. 2014/10/29 1,511
    430192 부동산 전문가분 계시면, 도움 부탁드려요.(다주택자 임대사업자 .. 6 ... 2014/10/29 2,307
    430191 집주인 아주머니께 드릴 선물 추천 부탁드려요. 7 ^^ 2014/10/29 1,069
    430190 이마트에서 산 oxo조리도구 반품하고싶은데.. 3 일본산싫어서.. 2014/10/29 1,435
    430189 정치 싫다는 신해철이 노무현은 적극지지한 이유? 5 호박덩쿨 2014/10/29 2,107
    430188 끝이 없는 '민생 삼재' 출구 없는 서민의 삶 1 세우실 2014/10/29 457
    430187 바자회 - 양심선언 합니다 14 누구였을까요.. 2014/10/29 2,950
    430186 척추측만증과 보험 7 아이 2014/10/29 1,521
    430185 청소기 1 쎄쎄 2014/10/29 393
    430184 영어 고수님 도움 부탁드려요. 6 wonder.. 2014/10/29 637
    430183 개념없는 미혼언니 8 행복한삶 2014/10/29 2,402
    430182 백내장 수술 해 보신분 가벼운 수술인가요 8 주변에서 2014/10/29 2,233
    430181 차 가져가면 많이 지체될까요? 5 조문객 2014/10/29 615
    430180 엡손 TX 113 을 쓰는데 검정색만 따로 구매할수 없나요? 1 어쩌나 2014/10/29 390
    430179 황정음의 끝없는 사랑,보신 분 찾습니다. 6 이제야 보다.. 2014/10/29 1,181
    430178 아프니까 청춘? 아프게 늙어가는 88세대 4 청년빈곤대예.. 2014/10/29 1,760
    430177 세월호 시체1구 인양 이상하네요 8 dddd 2014/10/29 4,128
    430176 아침부터 선전 보고 (한숨...) 찜찜해요. 3 아침 2014/10/29 1,234
    430175 멍때리는거 병인가요? 10 질문 2014/10/29 2,705
    430174 친정복 8 2014/10/29 1,744
    430173 숭례문 단청 부실시공…단청장·공무원·감리사 '합작품' 2 세우실 2014/10/29 396
    430172 베란다 유리창에 글래스시트 붙이는거요~~ 3 ,,,, 2014/10/29 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