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만 4년이 되어갑니다.
점점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점점 더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있어 고민끝에 조언을 얻으려 글을 써요.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결혼한 친구에게 이런 얘기하면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다' 또는
'니가 너무 복에 겨웠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다 털어놓기가 힘들어요.
시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세요. 빈 손으로 시작해서 평생 알뜰하게 살림하시면서 아버님의 박봉으로
서울 시내에 집 한 채 장만하셨고, 아들 반듯하고 예의바른 사람으로 훌륭하게 키우셨고, 가족을 위해 평생 헌신하셨어요.
저에게도 잘해주셔요. 항상 저 예쁘다 예쁘다 해주시고, 힘든 일 절대 안 시키시키고, 아들 부부 편하게 해주시려고
신경을 많이 쓰세요. 제가 싫어할까봐 집에 함부러 들어오거나 하시지도 않으십니다. 전 좀 편하게 하셨으면 좋겠는데
어느 날은 제가 없을 때 지나가면서 집에 반찬과 김치를 갖다주신다면서, 집에 안 들어오시고 현관에 반찬통만 밀어넣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싫어할까봐 저희 집 안방 화장실도 안 쓰신대요. 전 그 때마다 저 그런 거 신경 안쓰니까
편하게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잘 해주시고 신경많이 써주시는데도 전 어머님이 가족처럼 느껴지지가 않고 불편합니다..
먼저 결혼 초에, 그리고 가끔 하셨던 말씀들, 행동들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결혼 당시 제 동생이 미국으로 유학가서 중고등, 대학, 대학원까지 다니느라 저희 친정집이 모아둔 둔이 별로 없었어요.
시댁에서는 시댁 1억, 저희집 1억 이렇게 똑같이 보태서 집 구하기를 원하셨는데,
저희 부모님이 못해주셨죠. 결국 집 값은 못 보태고 혼수, 차, 예단 등 결혼비용 총 5천만원 정도 들여서 해주셨어요.
그 때 시어머니가 저한테 동생은 대체 왜 유학을 갔냐고 하셨는데...그게 상처가 됐고 속상했었어요.
결혼 후 친정에서 명절마다, 그리고 수시로 시댁으로 선물을 보냈는데 고맙다고 전화만 하시고 한 번도 답례로 선물을 보
내지 않았어요. 그게 한 5-6번 반복되서 제가 엄마한테 선물 안 보내도 된다고 했어요.
그래도 엄마는 그냥 보내고 싶어서 보낸다고 괜찮다고 하시구요...
어느 날 너무 속상해서 남편한테 말해서 시댁에서 한 번 답례한 적이 있습니다.
편하게 하신다고 하는 거일 수도 있는데, 저한테 저희 친정엄마 지칭할 때 '니네 엄마' 또는 'OO이 엄마'
친정아빠 지칭할 때도 'oo이 아빠'이렇게 칭하십니다. 남편은 당신이 편하게 말씀하시다보니 그런 거 라고 해요.
한 번은 친정아빠가 약사라서 남편먹으라고 남편에게 맞는 약(유산균, 오메가3 등)을 보내주셨는데,
저 앞에서 얼굴 찌푸리시며 '이런 약을 왜 먹으라고 해!!'라고 하신 적 있고요...ㅠㅠ
그런데 저한테는 정말 잘해주십니다.
하지만 저런 일들 때문에 저한테 아무리 잘 해주셔도...제가 그걸 그대로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어머님이 저한테 주변 친구들, 아줌마들 욕을 잘 하세요...
그러면 아 우리엄마아빠 욕도 저렇게 하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어서 반감이 생깁니다..
결혼한 지 4년됐는데 왜 저는 못 잊는 걸까요...
또 어머님은 딸이 없으셔서 며느리인 저와 친구처럼 친밀하게 지내고 싶어하세요.
근데 문제는 제가 싹싹하고 사회성좋고 어디가서나 애교있게 잘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ㅠㅠ
우선 어머님은 제가 입고 드는 가방, 옷, 액세서리, 머리 스타일 등에 관심이 많으셔서 항상 코멘트를 하십니다.
제가 어머님 친구분들 다 모이는 결혼식에 머리를 묶고 가거나 목걸이를 안 하고 가면 머리 푸는게 더 이쁘던데 왜 묶었냐,
목걸이 왜 안 했냐 하시고, 지나가면서 내일 남편 친구네 집들이 뭐 입고 가지? 라는 말을 남편한테 하는 걸 들으시면,
한 10번 정도는 뭐 입고 갈거냐? 정했냐? 옷은 있냐 물으십니다.
전 이런 어머님이 익숙해지지가 않아요..ㅠㅠ
반면 친정엄마는 이런 소녀감성 시어머니랑 정반대세요..평생 일하셨고 이성적이고 교육적이고 어떻게 보면 좀
딱딱하십니다. 큰 딸이라 엄청 엄하게 키우셔서 엄마랑 스킨십하고 쇼핑다니고 엄청 친한 모녀관계도 아니구요.
전 이런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더 익숙해서 그런지...팔짱끼려하시고 제 옆에 딱 붙어서 제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시면서 제 외모에 대해 말씀하시는 시어머니가 불편해요....
친정엄마랑 얘기하는 스타일처럼 어머님이랑도 대화도 하고 시간보내 보려고도 해봤어요. 그런데 잘 안 되네요.
대화를 하려고 하면, 제 말을 안 들으시고 당신 말만 하시거든요. 어떤 주제에 대해서 주고받는 대화가 안 됩니다.
제가 말을 꺼내려고하면 끝까지 들어주시지 않아요. 남편은 '엄마가 원래 그러니 이해하자'하고 어른들과
대화할 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잘 들어드리고 맞장구치고 분위기만 즐겁게 하자고 합니다.
남편 말이 맞다는 거 알아요...싹싹하게 비위맞춰드리는 게 맞다는 거....근데 그게 잘 안 되구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젠 어머님 하시는 말씀에 대답만 하고 먼저 얘기를 꺼낼 마음이 안 드네요....ㅠㅠ
이젠 시댁가는 일이 부담스러워요. 싫다 불편하다는 마음이 너무 커지니까 제가 괴롭습니다.
남편이랑도 아무 문제 없는데 오직 시어머니와 저의 관계 때문에 다툽니다.
이런 상황...어떻게 하죠. 제가 친정부모님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한 적 있네요.
따끔하게 혼을 내주셔도 돼요. 조언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