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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라는 직업

잊지말자세월호 조회수 : 2,819
작성일 : 2014-09-28 11:54:51
저는 유아교육학과를 나와 유치원 어린이집 경력이 꽤 되는 미혼인 서른 중반 교사입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내년에는 자영업이라도 해야되는 게 아닌 가 걱정이 됩니다. 이 일이 워낙 박봉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는 나름 경력을 인정받아 가는 원 마다 조금 나은 처우를 받고는 있어요. 그래도 실수령 200만원도 안되는 금액이지만요...그런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이 직업에 회의가 듭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마치 잠재적 범죄자 인 듯한 마음이 자꾸 들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고집을 부리며 계속 웁니다. 계속 달래다 습관이 될까봐 달래주지 않고 지켜볼 경우 부모의 입장에는 방치로 느껴지겠지요. 요즘 티비에서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르는 교사가 뉴스에 나오고 아이를 보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마치 우리 아이의 일인냥 불안함을 느끼시겠지만 그런 뉴스가 나온 다음 날이면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어린이집 선생들 정신차리게 해주고 싶다는 아버님도 계셨습니다. 그럴 때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원장님도 일종의 사업이시니 교사가 중간에 빠져버리는 게 도의가 아닌 것 같아 올해는 마무리 하자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어제는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데 곧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며 이것저것 물어보며 자기와 친한 동생이 아이를 보내는 어린이집 선생이 마음에 안든다며 아이가 자꾸 다쳐와서 남편이 전화해서 선생님께 소리를 질렀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그럼 원을 옮기면 될 일을 왜 그런 식으로 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니 아이가 어린이집 가는 걸 너무 좋아해서 옮기지를 못한다고....그 동생 남편이 원래 다혈질이라 그랬다는 군요. 그래서 제가 세상에 성질 없는 사람이 어딨냐. 경우 없는 행동이다라고 하니 그럼 그 일 안하는 게 맞다라고 하길래 헐;; 정말 이 일 더는 못하겠다 했습니다. 씨씨티비가 있는 유치원에서 일하면 사흘이 멀다하고 씨씨티비를 확인하러 오시는 학부모님이 계시고 씨씨티비가 없는 곳에 일하면 교사가 자기 아이를 때렸다며 따지러 오시거나
원장님께 건의를 하고 가십니다. 물론 저에게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지만 제 일이 아니라도 몹시 불쾌합니다.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아이들만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침에는 두시간 차량지도, 아이들과 시간 보내고 퇴근 전에는 미친듯이 청소를 하고 집에 와서는 겨우 저녁을 먹고 다시 컴퓨터를 켜고 서류를 잡습니다. 내년이 되더라도 이 일을 놓고 이 나이에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 졌네요;;
IP : 223.33.xxx.6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4.9.28 12:09 PM (223.33.xxx.69)

    토닥토닥 감사합니다. 그 친구도 이제 곧 아이를 맡겨야 하는 입장이니 그 동생의 말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겠지요. 그래서 저도 유치하지만 그 정도라면 집에서 애 보라고 했습니다;;

  • 2. ..........
    '14.9.28 12:11 PM (220.94.xxx.168)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그 심정 공감합니다.
    정말 그렇지요? 티비뉴스에 나오는 폭력교사도 물론 있겠지만 정말 일부일텐데 그런 뉴스 나오고 나면
    사기 떨어지고 회의감 들어서 우울하죠..
    저는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때를 생각하면 정말 참담합니다.그리 모두다 귀하고 최고인 아이들이
    이 사회에 전부일텐데 나만 알고 나만 귀하고 ...
    엄마들도 어찌 그리 이기적이고 경우없는 사람들이 많은지...그런 부모가 키운 아이들이니 ,,,

  • 3. ...............
    '14.9.28 12:14 PM (220.94.xxx.168)

    암튼 부모들이 문제예요.내아이만 잘 키워서도 안되고 모두다 잘키워야 하는데...

  • 4. 원글
    '14.9.28 12:15 PM (223.33.xxx.69)

    요즘엔 아이들이 부쩍 우리 엄마가 안해도 된다고 했어요. 이거 안먹어도 된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라고 합니다. 아이들도 우리 선생님이 엄미한테 꼼짝 못한다는 걸 아는 거겠지요.

  • 5. 소리
    '14.9.28 12:20 PM (110.70.xxx.95)

    아이들이 첨 만나는 선생님. 정말 소중한 직업군이지요. 누군가 꼭 해야하는 소중한 일.
    사회적으로 대우도 잘 해주고 임금도 올라야 해요.
    교사들도 자기계발 게을리하면 안 되구요.

    진상 학부모도 문제지만 교사를 종부리듯 하는 원장들이 더 큰 문제지요

  • 6. 원글
    '14.9.28 12:27 PM (223.33.xxx.69)

    저는 요즘같아선 존경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의심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상한 원장님들 많으시죠;; 물론 좋은 원장님들도 계셨어요.

  • 7. 돌돌엄마
    '14.9.28 2:23 PM (115.139.xxx.126)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로서 마음아프네요.

  • 8. 특성화 교사
    '14.9.28 3:30 PM (1.232.xxx.116)

    로써 보면...일이 너무 많더라구요. 뭘 그리 만들어 가야 하고 보여야 하는지
    그리고 제발...그 재롱잔치좀 안하면 안되는지..
    저 지금 그 발표회 잘 부탁한다는 원감과 원장의 간곡한 ㅠ.ㅠ부탁땜에 아주 때려치고 싶답니다.
    교외 변두리 일수록 그 말도 안되는 재롱잔치로 아이들과 샘들이 심적으로 스트레스 받는지 모를겁니다.어머님들 아이들 발표보시면 찡하고 짠하고 대견하고 그러시겠지만..대부분은 샘과 아이들한테 못할짓 하는겁니다.보여주기식..아는 경기변두리 유치원은 2학기 개학하고는 딱 이럽니다.
    11월말에 있을 발표에만 신경쓰라고.,,, 헐...
    그것가지고 재원이 결정된다는..무식한..
    점점 발표재롱잔치없어져 가는 마당에..안그래도 항상 바쁘시고 업무땜에 야근밥먹듯이 하는 담임샘입장에서는 좋은 아웃풋이 나올리가 없잖아요. 너무 힘든일맞습니다~!

  • 9. 원글
    '14.9.28 3:46 PM (223.33.xxx.69)

    학예발표회.. 우리 아이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하셔서 적당히 연습시키고 무대 올리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 못하더라며 재원 안하는 경우가 허다 하더군요. 아이가 힘들어해도 무대에서 잘하면 재원을 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요즘은 많이 안하는 추세인지 연합회에서 발표회를 하지말자고 단합하기도 하던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 어떤 일을 찾아야할지 고민입니다.

  • 10. ㄱㄹㅅㄴㅁㅇ
    '14.9.28 9:16 PM (59.4.xxx.46)

    그러게요 남의자식 이뻐해줄필요도없고 미워할필요도없다고 생각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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