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 산에 올라가는데, 산 중턱 쯤에 하얀 토끼가 한 마리 있더라구요.
어? 이런 산에도 산토끼가 다 사네~ 신기해 하면서 조심조심 사진도 찍고 하면서 올라갔어요.
올라가면서 좀 떨어져 있는 거리의 토끼를 보는데, 그 자리에 계속 있더라구요.
고개는 살짝살짝 움직이는데, 자리 이동은 안 하고 있는거예요.
가만 생각해 보니, 산토끼라면 잿빛일텐데 흰토끼인거 보면 집토끼인가 싶었어요.
그리고 완전 다큰 성인 토끼도 아니고 아마 약간 좀 큰 새끼 정도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높지도 않은 정상에 올라갔고...
갑자기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길래 급히 내려오는데, 이 비가 점점 거세질 기세로 보이더라구요.
하늘이 아주 어두운 분위기인게 거센 비가 상당히 오랫 동안 올 기세로 보여서, 아까 그 토끼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 다시 가 보니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가만히 있는거예요.
자생력이 없는 어린 토끼를 누군가가 키우다가 그냥 산에다가 버린 모양이라, 비가 온다고 피할 줄도 모를거 같고...
어디 조그만 비 피할 곳이라도 있으면 데려다 줘야겠다 싶어, 가까이 다가가는데 도망도 안 가더라구요.
솔직히 쪼금 무섭더라구요.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요.
하지만 용기를 내어서 잡았어요. 토끼는 크게 도망도 안 가더라구요. 살짝 한 발 정도만 뛰어가고는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일단 잡은 토끼를 두 손으로 안고서 빗 속을 뛰었어요. 이걸 어디다 갖다 놓을까 생각하면서 뛰다 보니 정자가 보이더라구요. 정자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해서 계시고... 저는 토끼를 정자 마루 밑으로 집어 넣었죠.
그러고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빗 속으로 뛰어가는데, 뒤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이 토끼 가져가야지 그냥 두고 가면 어떻하냐고 소리 치시는거예요. 그 토끼 제 거 아니라구요~ 외치는데 할아버지 왈 그래도 그냥 가져가랍니다. 가져가서 키우래요. 아님 동물병원에 가져다 주든지... 아이 몰라요 몰라요~ 하면서 그냥 뛰어 왔는데...
하룻 밤 자고 일어나서도 지금까지 영 신경 쓰이네요.
이 토끼 어떻해야 할까요. 전 집에서는 절대 키울 자신 없구요
그대로 두면 어찌어찌 산다해도 이제 조만간 겨울이 다가오고... 자생력이 없어서 추운 겨울 이겨낼지도 모르겠고...
어떤 할머니 말씀으로는 고양이들이 가만 안 둔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