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입 닫은 동료...

갱스브르 조회수 : 1,495
작성일 : 2014-09-25 23:22:14

큰 싸움이 있었다

상근직이 아닌 나로서는 어쩌다 한번 보는 동료들이라 처음엔 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케익 사들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윗돌 같은 공기가 문 입구부터 시위를 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때론 침묵이 더 시끄럽다

이럴땐 눈치 빠른 게 더 안 좋다

저쪽에 그리고 이쪽에 총만 안 들었지 서로를 철저히 거부하는 그들 앞에서 어정쩡한 나와 케익은

너무 우스꽝스럽고 촌시럽다

아마 며칠 전 새로 들어온 친구가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감정 싸움이 있었는 모양이다

가끔 있기 마련인 신입의 통과의례는  박힌 돌을 사정없이 들쑤시곤 할 때가 있다

세대가 다르고 자의식도 강하고 게다가 개성이 존중되어야 할 일의 성격상

만만한 아이가 아니란 것쯤은 알았지만 벌서 일주일 넘게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다는 거다

어느덧 우리 셋은 마임을 하고 있다

밥은 먹었냐고... 손을 입에 대고 먹는 시늉을 하자 다들 고개만 끄떡...

눈으로 턱으로 서로 상대를 가리키며 혀를 내두른다

질렸다는듯이...그걸 다 알아듣는 나도 신기하다

난 케익이 먹고 싶다 ..그 와중에...ㅠ

어차피 다음 약속을 위해 공중에 붕 뜬 시간을 채울겸 빵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달작지근한 대화도 나눌 기대를 했었는데...

한데 보아하니 벌써 저 둘은 그냥 그런대로 침묵 전쟁에 길들여져 있다

그건 어느 하나 사과와 반성은 없다는 자포자기의 무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어쨌든 그럼에도 사무실은 돌아가니까

케익 먹자고 조용히 간절하게 채근을 했지만 혼자 먹어야 할 분위기다

정말 먹어야 겠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까망베르 치즈케익이라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다

3조각...

남은 2개를 남겨야 하나 어쩌나

한 숟갈 뜰 때부터 이걸 내가 다 먹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쾌감이 있었다

내 먹는 소리 감추려 라디오를 켰더만

마침 국악방송의 춘향전 중 쑥대머리가 흐른다

주파수를 바꾸기엔 먹고있는 나와 삐친 동료들 사이의 거리가 휴전선 DMZ 같다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걸 알게 된다

뻘쭘해질수록 더 그 상황으로 빨려들어간다

한 명이 화장실 간 사이 남아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들?...

일자로 닫혀있던 입이 열린다

모르겠어요 저두 저 분이 왜 말 안하는지...

이건 뭐..치킨게임두 아니구, 다 큰 어른들이 뭐 하자는 건지..라고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중간에 낑겨서 찌그러지느니 맛있는 케익이나 먹고 얼른 뜨자 하는데

그 친구가 묘한 말을 한다

분노도 미움도 빠진 선승처럼

이게 더 편해요..라고

순간 왜 슬프지?...

올라갈 수 없는 산이 턱하고 내 앞에 있다

IP : 115.161.xxx.209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8449 제빵 말고 제과 배우려면.. 3 ... 2014/10/20 1,327
    428448 한겨레21입니다. 세월호 치유 프로그램 알려드려요. 3 땡땡기자 2014/10/20 767
    428447 스트레칭 동영상좀 찾아주세요 6 ;;;;;;.. 2014/10/20 1,502
    428446 피아니스트는 어떻게 만나죠? 13 fiona 2014/10/20 2,670
    428445 [급]초등숙제 사진인쇄 좀 알려주세요 ㅠㅠ 5 컴맹 2014/10/20 826
    428444 양념게장 양념을 3 유유 2014/10/20 1,027
    428443 몸이 너무 가려워요~! 연고 좀 추천해 주세요 4 아우 가려워.. 2014/10/20 1,388
    428442 외환딜러가 억대 연봉 받는 직업인가요? 11 꼬깔콘 2014/10/20 7,478
    428441 개빙신 관계자님께 고함. 2 갤러리스트 2014/10/20 806
    428440 생선맛나는 가지조림 4 ... 2014/10/20 1,335
    428439 이민호 팬분들만 60 어쩌나 2014/10/20 4,694
    428438 유두주변 찌릿찌릿한 증상 3 병인가요??.. 2014/10/20 3,587
    428437 경찰에 신고하기도 어렵네요 4 힘들었소 2014/10/20 1,280
    428436 서태지 손석희 인터뷰 보고있는데요 50 2014/10/20 10,473
    428435 너무 괴롭게 두피가 가려운데요 10 가을 2014/10/20 3,196
    428434 백화점 점원한테서 이런 말 어떤 의미인가요?;;; 12 .... 2014/10/20 4,296
    428433 피지가 생긴다는건 2차성징이 곧 생긴다는건가요? ㅠㅠ 2014/10/20 754
    428432 푸딩 좋아하시는 분?? 4 ... 2014/10/20 1,020
    428431 요새 마트에서 사는 것들 이야기해 보아요. 6 .. 2014/10/20 1,738
    428430 화장품가게 아르바이트어때요? 1 오이 2014/10/20 1,073
    428429 손뉴스에 서태지 나왔네요 7 동안vs동안.. 2014/10/20 1,295
    428428 소창을 인터넷으로 처음 사려는데 가능할까요? 도와주세요 2 소창 2014/10/20 908
    428427 캐스 키드슨 캐리어(4바퀴) 써보신분 계세요? 1 캐리어 2014/10/20 1,621
    428426 직장에서 능력이 없다 느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13 00 2014/10/20 3,285
    428425 75년생 82 님들 ~ 말씀좀 해주세요 19 나는 토끼 2014/10/20 2,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