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입 닫은 동료...

갱스브르 조회수 : 1,468
작성일 : 2014-09-25 23:22:14

큰 싸움이 있었다

상근직이 아닌 나로서는 어쩌다 한번 보는 동료들이라 처음엔 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케익 사들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윗돌 같은 공기가 문 입구부터 시위를 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때론 침묵이 더 시끄럽다

이럴땐 눈치 빠른 게 더 안 좋다

저쪽에 그리고 이쪽에 총만 안 들었지 서로를 철저히 거부하는 그들 앞에서 어정쩡한 나와 케익은

너무 우스꽝스럽고 촌시럽다

아마 며칠 전 새로 들어온 친구가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감정 싸움이 있었는 모양이다

가끔 있기 마련인 신입의 통과의례는  박힌 돌을 사정없이 들쑤시곤 할 때가 있다

세대가 다르고 자의식도 강하고 게다가 개성이 존중되어야 할 일의 성격상

만만한 아이가 아니란 것쯤은 알았지만 벌서 일주일 넘게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다는 거다

어느덧 우리 셋은 마임을 하고 있다

밥은 먹었냐고... 손을 입에 대고 먹는 시늉을 하자 다들 고개만 끄떡...

눈으로 턱으로 서로 상대를 가리키며 혀를 내두른다

질렸다는듯이...그걸 다 알아듣는 나도 신기하다

난 케익이 먹고 싶다 ..그 와중에...ㅠ

어차피 다음 약속을 위해 공중에 붕 뜬 시간을 채울겸 빵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달작지근한 대화도 나눌 기대를 했었는데...

한데 보아하니 벌써 저 둘은 그냥 그런대로 침묵 전쟁에 길들여져 있다

그건 어느 하나 사과와 반성은 없다는 자포자기의 무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어쨌든 그럼에도 사무실은 돌아가니까

케익 먹자고 조용히 간절하게 채근을 했지만 혼자 먹어야 할 분위기다

정말 먹어야 겠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까망베르 치즈케익이라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다

3조각...

남은 2개를 남겨야 하나 어쩌나

한 숟갈 뜰 때부터 이걸 내가 다 먹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쾌감이 있었다

내 먹는 소리 감추려 라디오를 켰더만

마침 국악방송의 춘향전 중 쑥대머리가 흐른다

주파수를 바꾸기엔 먹고있는 나와 삐친 동료들 사이의 거리가 휴전선 DMZ 같다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걸 알게 된다

뻘쭘해질수록 더 그 상황으로 빨려들어간다

한 명이 화장실 간 사이 남아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들?...

일자로 닫혀있던 입이 열린다

모르겠어요 저두 저 분이 왜 말 안하는지...

이건 뭐..치킨게임두 아니구, 다 큰 어른들이 뭐 하자는 건지..라고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중간에 낑겨서 찌그러지느니 맛있는 케익이나 먹고 얼른 뜨자 하는데

그 친구가 묘한 말을 한다

분노도 미움도 빠진 선승처럼

이게 더 편해요..라고

순간 왜 슬프지?...

올라갈 수 없는 산이 턱하고 내 앞에 있다

IP : 115.161.xxx.209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1112 아파트 관리비 1 82cook.. 2014/09/26 818
    421111 맞벌이 글 읽다보니 생각났는데요. 6 .. 2014/09/26 1,294
    421110 heel of hand가 어디를 말하나요? 2 영어 2014/09/26 1,203
    421109 입술이 파르르 계속 떨리는데요 그냥 둬도 .. 2014/09/26 1,019
    421108 세월호 유가족대표단 왜 이러죠 13 야당추가 2014/09/26 2,262
    421107 새로운 보이스 피싱 수법 5 반여 2014/09/26 1,800
    421106 40대 초반인데, 월수입 500 되시는 분...... 67 답답 2014/09/26 20,428
    421105 쩍쩍 갈라진 발뒤꿈치의 각질들 어떻게 관리들 하시나요? 8 반질반질한 2014/09/26 3,063
    421104 석촌호수 물 하루 8453톤씩 줄고 있다! ... 2014/09/26 1,038
    421103 중 3 고등학교 진로 문제.. 의견을 구해요. 10 선택 2014/09/26 1,909
    421102 매일 과일과 두부 갈아서 - 피로감 날려줄 음식 공유해요 2 비타민 2014/09/26 1,852
    421101 아까 TV 뉴스에 검찰청에서 담당 검사들 모아 놓고 인터넷 상의.. 7 ..... 2014/09/26 1,145
    421100 단원고 시연양 음원 풀렸어요 ~~도와주세요 82여러분 2 유후 2014/09/26 1,035
    421099 갑자기 쓰러지는건 어떤 이유일까요? 5 로사 2014/09/26 2,720
    421098 강아지 정말 잘 키워주실분 혹시 계실까요? 6 snnkla.. 2014/09/26 1,961
    421097 하버드간 금나나, 박원희 얘네 요즘 모하고 사나요? 10 ... 2014/09/26 13,312
    421096 매운 닭발 자주 먹어도 괜찮을까요? 4 닭발원츄 2014/09/26 5,745
    421095 맞벌이 하시는 분들 언제까지 하실 거에요? 16 하기 싫다 2014/09/26 3,228
    421094 10년만의 재취업 ㅠㅠ 6 7890 2014/09/26 2,452
    421093 중국산 고추가루10kg..이걸 어쩌죠? 10 여우누이 2014/09/26 2,692
    421092 법원공무원 ‘원세훈 무죄 판결 이범균 부장판사에게 공개질의’ 눈.. 4 브낰 2014/09/26 930
    421091 중3아이 스마트폰 구입. 3 궁금 2014/09/26 1,018
    421090 토마토 스파게티소스,,,3달 지났는데 먹어도 4 될까요? 2014/09/26 2,031
    421089 진짜 결혼한거보다 그런 사랑받아본게 더 부러우세요?? 2 asdf 2014/09/26 1,902
    421088 남편이 집에서 살림하고 여자가 나가서 버는건 부모들이 환영할까요.. 6 멍멍 2014/09/26 1,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