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싸움이 있었다
상근직이 아닌 나로서는 어쩌다 한번 보는 동료들이라 처음엔 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맞춰 케익 사들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윗돌 같은 공기가 문 입구부터 시위를 하고 있다
참 신기하다...
때론 침묵이 더 시끄럽다
이럴땐 눈치 빠른 게 더 안 좋다
저쪽에 그리고 이쪽에 총만 안 들었지 서로를 철저히 거부하는 그들 앞에서 어정쩡한 나와 케익은
너무 우스꽝스럽고 촌시럽다
아마 며칠 전 새로 들어온 친구가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감정 싸움이 있었는 모양이다
가끔 있기 마련인 신입의 통과의례는 박힌 돌을 사정없이 들쑤시곤 할 때가 있다
세대가 다르고 자의식도 강하고 게다가 개성이 존중되어야 할 일의 성격상
만만한 아이가 아니란 것쯤은 알았지만 벌서 일주일 넘게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다는 거다
어느덧 우리 셋은 마임을 하고 있다
밥은 먹었냐고... 손을 입에 대고 먹는 시늉을 하자 다들 고개만 끄떡...
눈으로 턱으로 서로 상대를 가리키며 혀를 내두른다
질렸다는듯이...그걸 다 알아듣는 나도 신기하다
난 케익이 먹고 싶다 ..그 와중에...ㅠ
어차피 다음 약속을 위해 공중에 붕 뜬 시간을 채울겸 빵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달작지근한 대화도 나눌 기대를 했었는데...
한데 보아하니 벌써 저 둘은 그냥 그런대로 침묵 전쟁에 길들여져 있다
그건 어느 하나 사과와 반성은 없다는 자포자기의 무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어쨌든 그럼에도 사무실은 돌아가니까
케익 먹자고 조용히 간절하게 채근을 했지만 혼자 먹어야 할 분위기다
정말 먹어야 겠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까망베르 치즈케익이라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다
3조각...
남은 2개를 남겨야 하나 어쩌나
한 숟갈 뜰 때부터 이걸 내가 다 먹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쾌감이 있었다
내 먹는 소리 감추려 라디오를 켰더만
마침 국악방송의 춘향전 중 쑥대머리가 흐른다
주파수를 바꾸기엔 먹고있는 나와 삐친 동료들 사이의 거리가 휴전선 DMZ 같다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걸 알게 된다
뻘쭘해질수록 더 그 상황으로 빨려들어간다
한 명이 화장실 간 사이 남아있는 동료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그럴 거야 들?...
일자로 닫혀있던 입이 열린다
모르겠어요 저두 저 분이 왜 말 안하는지...
이건 뭐..치킨게임두 아니구, 다 큰 어른들이 뭐 하자는 건지..라고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중간에 낑겨서 찌그러지느니 맛있는 케익이나 먹고 얼른 뜨자 하는데
그 친구가 묘한 말을 한다
분노도 미움도 빠진 선승처럼
이게 더 편해요..라고
순간 왜 슬프지?...
올라갈 수 없는 산이 턱하고 내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