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기견 기르기

샤인 조회수 : 2,387
작성일 : 2014-09-20 23:01:39

저 밑에 유기견을 데려오려한다는 글이있어 마침 컴퓨터로 82에 접속한 김에 글을 써보려합니다.

댓글로 남기기엔 긴 글이 될것 같아서요..^^

 

우선 요즘은 유기견을 데려와 기르려는 분이 많아져서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 정말 기쁩니다.^^

저또한 유기견을 한마리 기르고 있거든요. 종은 푸들입니다.

 

저는 대학 마지막 학기 때 유기견센터에서 지금 기르는 푸들을 입양해 왔습니다.

지금은 아주 발랄하고 예쁜 강아지지만 그 때 당시만해도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두번이나 파양이 되서 사람에게 마음을 못열고 제가 3번 정도 찾아갔었는데 다른 강아지들은 제 곁에 서로 오려고 난리인데 혼자서 구석에 가만이 앉아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 3번째 갔을 때 데리고 왔습니다.

 

데리고 온 첫날 대소변을 정확하게 가리더군요. 그래서 아 똑똑하구나~ 내심 기뻤습니다.

그런데 문제는...이 녀석이 분리불안이 너무 심하더군요ㅜㅜ

강아지에게 분리불안이란 단순히 주인과 떨어져 있어서 싫다 정도가 아닌 극도의 공포에 가깝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나는 이미 주인에게 두번이나 버려졌는데..세번째 주인따라 왔는데 주인이 집을 나가고 나는 혼자 남겨져있고..그런데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고..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공포..

그래서 제가 수업을 가거나 나가기만하면 아주 심하게 짖거나 하울링을 했습니다.

강아지도 힘들지만 이웃집에도 피해가 갈 것 같아 빨리 고쳐야겠다고 마음먹고 훈련하는 기관에 전화를 하니 교정하는데 최소 3달 이상이 걸리고 한 달에 80만원 금액을 얘기하더군요.

학생 신분에 너무나 부담되는 금액이라 훈련을 받을 수는 없고 인터넷에 이것저것 찾아봐서 셀프 훈련을 하기로 했습니다.

 

훈련방법은 한번에 5분, 10분, 20분, 30분 이렇게 시간을 늘려가며 주인이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주인이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라고 하더군요.

휴대폰을 집에 두고 강아지가 제가 나간 후에 어떻게 하는지 동영상을 찍어야되기 때문에 휴대폰도 없이 5분씩, 10분씩..30분씩 나갔다가 들어오는 훈련을 3달 했습니다. 한번하면 2시간 이상, 적어도 주 5일 이상요. 주말은 거의 내내ㅜㅜ

짧은시간 나갔다가 들어오는걸 반복하는것이라 커피숍에 들어가있을 수도 없고 길바닥에서 기다리고..하필 겨울이라 저는 3달의 훈련후 그 해 가을까지 1년 내내 감기를 앓았죠ㅜㅜ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분리불안도 완전히 고쳐졌고 저와의 애착관계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3달간의 훈련기간 동안..처음 한달은 훈련을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더군요.

이대로 나아지지 않는건 아닐까..얘가 계속 이러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하나..

얘를 두고 학교가거나 회사가면 계속 짖을테니..

무엇보다 제가 이렇게 사랑을 쏟는데 전혀 변하지 않는 강아지가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부어도부어도 끝이없는..밑빠진 독에 물붓는 기분..그게 정말 저를 많이 지치고 힘들게 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아주 친밀한 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요.^^

요즘 저를 보고 꼬리흔들며 뛰어오는 모습, 볼을 부비며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면 아주 녹습니다.

(이렇게 꼬리 흔들어주기까지도 1년반은 넘게 걸렸네요..^^;;)

 

모든 유기견들이 저희 강아지 같지는 않을겁니다. 오자마자 적응하고 얌전히 말 잘 듣는 강아지들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어느정도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기에 어떤 분야에서든 크고 작은 문제점은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분리불안이든, 건강문제든, 밥을 잘 안먹는다든가, 대소변을 못가린다든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러니 입양하지 마시라는 것이 아니라

입양하기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를 놓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데려와 주십사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아이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함에 있어 내가 많이 힘들수도 있지만 인내하고 지켜봐 주겠다는 마음가짐.

왜 그렇게 해야하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생을 상쇄할만큼 사랑스럽거든요.^^

 

유기견을 입양하고자하는 마음 따뜻한 이웃님^^

그 따뜻한 마음 그대로 상처입은 영혼을 끝까지 보듬어주시길.

다들 복 받으세요.^^

IP : 27.124.xxx.8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글 감사합니다
    '14.9.20 11:05 PM (112.105.xxx.134) - 삭제된댓글

    원글님과 원글님 반려견도 행복하세요.

  • 2. 힘드셨겠네요
    '14.9.20 11:12 PM (211.211.xxx.105)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 3. ..
    '14.9.20 11:16 PM (110.70.xxx.213)

    훌륭하십니다.
    저희도 유기견 데려와서 같이 살고 있는데
    얘도 분리불안이 너무 심합니다.ㅜ
    처음에는 고쳐주려고 해봤는데
    금방 포기하고 같이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데려갑니다.ㅠ
    아님 꼭 누군가와 함께 있게 해줘요.
    너무 딱해서 제가 졌네요ㅜ
    생활이 좀 불편해졌었지만 지금은 벌써 몇년째라 익숙해졌네요 ㅎ
    우리강아지 최곱니다!!

  • 4. 샤인
    '14.9.20 11:20 PM (27.124.xxx.83)

    윗님도 정말 대단하세요. 어디가는 갈 수 있는 곳은 같이 데려가고 집에 있을 때도 혼자두지 않으려면 가족 중 한사람이 꼭 집에있어야 하니까 누군가가 희생해야하는 부분도 있을텐데..가족분들이 다들 좋으시네요.
    전 학생때부터 자취를 해서 집에 저 혼자밖에 없어서 이 악물고 훈련했답니다.^^ 윗님 댁 강아지는 항상 사람하고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정말 좋겠어요.

  • 5. 00
    '14.9.20 11:21 PM (175.114.xxx.134)

    저도 밑에 글에 댓글 달았었는데요,
    제 강아지도 분리불안이 아주 심했어요. 학대속에서 구출된 아이거든요.
    한동안 제가 아파서 집을 비우지 않아 처음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병원에 갈때마다 집을 대충 다 정리 해놓고 나가는데도 뭘 막 뒤지고
    특히 이어폰 실리콘 부분을 다 물어 뜯어 놓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죠.

    원글님과 같이 그렇게 길들일 생각은 못해 봤는데 몇달뒤 저희가 여행을 가게 되어서
    애견까페에 맡기고 갔는데 갔다와서 데리러 갔을때 얼마나 반기는지 소리를 지르면서
    삼십분을 울더라구요. 그때부터 얘가 저희를 믿기 시작했어요. 마음을 열더라구요.
    주인이 데리러 온 부분에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런 일이 한두번 더 있은뒤로 아직 일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애교쟁이가 되었어요.
    지금은 나갈때 케이지안에 넣어 놓고 나가요. 그것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거 같아요.
    제 딸아이가 훈련 시킨다고 들어올때 조용히 할때까지 케이지 문을 열지 않아줬고
    제가 나중 문을 여니 딸이 눈을 마주치지 않더라구요. 보통 퍼피들 그렇게 훈련시키거든요.
    그런데 상처있는 저희 강아지는 금방 풀이 죽고 상처 받는거 같아 방법을 바꿔 오자마자
    문 열어주고 눈 마주치고 반겨줘요. 일반 강아지랑 훈련 방법이 다르더라구요.
    배변에 아주 예민해서 저흰 그부분은 아주 열어놨어요.
    집에선 절대 하지 않고 꼭 나가서 해요. 나가서도 처음엔 한시간도 더 걸렸어요.
    주위를 살피느라 못하더라구요. 지금은 쉬는 나가자마자 하는편인데 응아는 일이십분 걸려요.
    낯선 곳에선 가리느라 못하구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제가 성격이 참 급한 편인데 강아지 키우면서 많이 사람 되었어요.

  • 6. 샤인
    '14.9.20 11:30 PM (27.124.xxx.83)

    강아지 대소변을 집에서 못해서 밖에서 하려면 하루에 몇번씩 데리고 나가기도 하더라구요.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인데 정말 대단하세요.^^ 유기견 키우는 경험 얘기해 주신분들, 유기견 기르지 않더라도 공감해주시고 댓들달아주신분들 다들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고맙습니다.

  • 7. 00
    '14.9.20 11:37 PM (175.114.xxx.134)

    저희 강아지가 배변을 잘 참아요.
    유기견 센타에서도 케이지안이 뽀송뽀송 하더라구요.
    그쪽에서도 하루에 한번 시키니 꼭 그때만 하는거 같았어요.
    물도 잘 마시지 않기도 하구요.
    그래서 나중 신장이 나빠질거 같아 걱정이에요. 많이 고통스럽고 서로가 힘들텐데...
    이런 문제로 자주 나가줘야 하는데 또 그렇지도 못해 편치 못할때가 많아요.
    지금 얼릉 나가야 겠네요.

  • 8. 고든콜
    '14.9.21 1:51 AM (14.40.xxx.182) - 삭제된댓글

    좋은글 저장해요..언젠간 강아지 키우고싶어서..^^ 이 와중에 울냥이 옆에서 코골고 자네요..

  • 9. 부끄럼
    '14.9.21 6:07 AM (119.70.xxx.159)

    아 샤인님 대단하십니다
    정말 복 받으실거예요.
    저 역시 유기견 키우지만 이녀석은 실내배변을 하지않아 날마다 하루에 세번 이상 데리고 나갑니다.
    비바람 몰아칠 때나 외출시 급하게 집으로 뛰어 올때는ㅡ녀석이 얼만 오줌마려울까 싶어서요ㅡ웬수덩어리라고 퍼붓기도 하지만 ㅎㅎ 그래도 언제나 우리가족의 보배랍니다.
    저위에 외출시 케이지에 넣어두신다는 분, 그러지마시고 포근한 개집을 두면 아마 집안에서 쉬다가 밖에 나왔다가 할거예요.
    어떻게 가둘 생각을 하시는지...

  • 10. 00
    '14.9.21 9:16 AM (175.114.xxx.134)

    윗님, 포근한 개집 두채나 있어요.
    지난번 잠깐 운동 나간사이에 화장 바구니안에 있는 자일리톨 껌을 뒤져 먹어서 거의 죽다가 살아났어요.
    밤 11시에 24시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위세척하고 이틀 입원하면서 계속 간수치 체크한 후 퇴원했어요.
    아무리 집안 단도리를 한다해도 또 어떤일이 벌어질지 몰라 내린 결정입니다.
    평소에도 케이지 문을 열어 놓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 잠도 자고 간식도 먹고 푸근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저희 나름대로 노력합니다. 가두다니요? 수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한 일입니다.
    주변에 애견인들도 많고 국제적으로도 도움 받는답니다.

  • 11. 00
    '14.9.21 9:17 AM (175.114.xxx.134)

    그리고 저는 거의 외출 하지 않습니다. 쇼핑도 잠깐 집앞 마트가거나 다 온라인 쇼핑하고 병원 갈때만 혼자 있고
    그것도 될수 있는대로 식구들과 시간을 맞춥니다.

  • 12. 신이인간에게주신선물
    '14.9.21 10:20 AM (222.237.xxx.124)

    정말 이쁜 사연이네요.. 저도 유기견을 거두고 살고 있는 사람으로 유기견을 거둘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 정말 따뜻하게 잘 설명해주셨네요. 인간의 배신으로 겪었던 그 아픔.. 완전하게 치유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회복되기 위해서는 필요한건 기다림과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인거 같아요.. 그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는 정말 세상없는 소중한 내 보물이 되어 있답니다.

  • 13. 내면의평화
    '14.9.21 11:07 AM (223.33.xxx.112)

    보호소에서 데려온지 삼년정도됐어요 저두 데려갈수있는덴 다 데려가고있답니다 노후대비해서 적금도 들고있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9520 주식 배당금 위주의 장기 투자 18 bradKn.. 2014/09/22 5,405
419519 오디오 굽기 하는데요.. 오디오 굽기 안에 파일이 안들어 가집니.. 1 행복한봄 2014/09/22 736
419518 브로컬리 굵은 대와 이파리도 먹는건가요? 5 브로컬리 2014/09/22 2,023
419517 부산에 사시는 님들 아이들 키우기좋은 동네 추천좀해주세요...... 10 대단지 2014/09/22 1,964
419516 영국에 전화하려는데요 2 국제전화 2014/09/22 704
419515 70세 어르신두분 모시고 강원도여행 조언부탁합니다 6 모모 2014/09/22 1,746
419514 여드름자국 없앨 수 있는 방법 있나요? 6 피부고민 2014/09/22 2,447
419513 담관암 인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서울쪽 잘하시는 선생님좀 3 담관암 2014/09/22 2,175
419512 영어고수님들 when where가 의문대명사로 쓰이기도 하나요?.. 2 djkatr.. 2014/09/22 1,684
419511 나이드니 더이상 예쁘지않네요...ㅠ 37 2014/09/21 18,243
419510 못된 사람 망하는거 목격한적 있었어요?? 63 ㅇㅇ 2014/09/21 21,574
419509 며느리 여행다녀오느라 피곤하다며 서둘러 전화끊는 시어머니 1 2014/09/21 1,920
419508 부모님 건강검진 병원 추천 문의드립니다 2 spo82 2014/09/21 1,929
419507 15년 살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 건너갔어요 12 105살 2014/09/21 3,877
419506 랑콤이 일본이었나요? 무지ㅠ 7 ㅜㅜ 2014/09/21 4,542
419505 결혼전 부었던 국민연금 돌려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4 월요병 2014/09/21 2,559
419504 Mp3를 CD로 구웠는데 CD가 컴터에서만 작동하고 CD 플레.. 10 행복한봄 2014/09/21 3,648
419503 공무원연금에 대한 언론의 시각 제대로 봐야.. 2014/09/21 1,081
419502 커크랜드 저지방 슬라이스햄 그냥 먹어도 되나요? 5 ... 2014/09/21 1,800
419501 침술좋은 한의원 추천부탁드립니다 2 fsfsdf.. 2014/09/21 1,451
419500 상담하러 갈때.. 6 초등맘 2014/09/21 1,562
419499 열심히 일한게 실수 한번에 다 날라 갔네요 3 초짜 2014/09/21 1,675
419498 잇미샤옷 어떤가요? 5 ... 2014/09/21 2,782
419497 건대 현애경 타로 어때요? 2 highki.. 2014/09/21 7,564
419496 김치만두 하려는데 돼지고기 냄세 없애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8 그네 하야!.. 2014/09/21 1,581